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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독서 두번째 이야기 - 길을 안다는 것, 길을 간다는 것 ㅣ 여행자의 독서 2
이희인 지음 / 북노마드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처음 나왔던 『여행자의 독서』도 읽었다. 책에 대해서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은 없었고, 그저 그 책 덕분에 몇 권의 책을 알게 되었고, 읽고 싶어졌고, 읽었더니 정말 재미있었다.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기에 또 읽었다. 그리고 이 두 권의 책에 대해 정리가 되었다. 이 책은 자신의 존재 이유에 충실한 책이라는 것.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여행을 꿈꾸게 되었다.
여행의 아우라가 사라져 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 공감이 된다. 처음 TV로 본 남미 볼리비아의 유유니 사막은 정말 천상의 장소와 같았다. 그러나 여러 프로그램에서 몇 번 비슷한 장면을 보고 나니, 내가 볼리비아에 가게 되더라도 굳이 그 곳에 들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주변에 여행가는 사람들도 많다 보니, 이야기만 듣고도 프랑스와 터키를 다녀 온 것만 같다. ‘내가 여기여기 가봤는데, 한국에 요즘 없는 게 뭐가 있어? 우리나라가 최고야. 집 떠나면 개고생이지.’하는 어설픈 체험담들을 듣노라면 어느새 여행은 괜한 고생이 되고, 길을 떠나고 싶은 꿈은 흐릿해지고, 내 일상의 온갖 그럴 듯한 이유들 때문에 여행은 잊혀 진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비록 내가 간 그 장소가 내게 실망을 안겨 주더라도 여행은 어떤 곳을 향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진 것으로부터 떠나는 용기임을 기억나게 한다. 더 좋은 곳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낯선 나를 만나러 가는 일임을 기억나게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새로운 책들을 읽고 싶어 좀이 쑤신다.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 로빈턴 미스트리의 『적절한 균형』, 이오누에 야스시의 『둔황』, 요네하라 마리의 『프라하의 소녀시대』,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스테판 츠바이크의 『체스』,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볼룸의 잃어버린 명예』, 서머싯 몸의 『비』, 존 맥스월 쿠체의 『추락』 등.
이중에서도 당장 보고 싶은 책은 처음 나열한 두 권 인도의 책들이다. 첫 번째 『여행자의 독서』에서 알게 된 최고의 책은 『파이 이야기』, 『슬럼독 밀리어네어』였다. 둘 다 영화화되었는데 그 이유는 분명 탄탄한 ‘이야기’ 때문이었으리라. 이후 인도의 소설에 대해 궁금하던 터였다.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은 제목이 무척이나 직설적이다. 책 속에 부분 인용된 구절만으로도 책을 읽기가 두렵다. 그래도 제목을 읽는 순간 꼭 봐야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취향에 따라서만 책을 골라 읽다보면 어떤 틀 속에서 맴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는 작가의 책, 혹은 좋아하는 출판사의 시리즈를 찾아 읽다가는 어쩐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한 단계 나아가려면 좋은 책 친구가 필요한데, 이 책이 그 역할을 한다.
『여행자의 독서 두번째 이야기』를 읽고 다시 여행과 독서를 열망하게 되었으니, 이 책은 그 존재 이유가 충분한 책인 셈이다.
여행이나 독서의 즐거움은 가르칠 수가 없다. 둘 다 지금까지의 삶과는 조금쯤 다른 삶을 꿈꾸게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가장 쓸모없는 일이기 때문에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또 게으른 자가 가장 부지런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도 닮았다.
이번 여름, 여행 계획은 없지만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새로운 나를 만나는 일은 어디서든 가능하다고 믿어 본다. 무더운 여름, 방학하는 두 아이들에게 세 끼의 밥을 해주면서도, 아무 짝에도 쓸 데 없는 논문을 쓰면서도.... 재미있는 책 몇 권이 옆에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