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 난 후 며칠간 꿈을 꾸었습니다. 깨고 나면 녹아버리듯 사라지는 꿈을 꾸느라, 며칠간 뒤숭숭한 잠을 잤습니다. 

  바로 오늘 꾼 꿈에는 부유하고, 기품 있는 일본 무사의 집이 나왔습니다. 가족들은 모두 비장한 모습으로 방에 단정히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습니다. 실내는 어둑했고, 촛불이 몇 개 켜져 있는 듯도 했습니다. 그 집의 하녀였는지, 더부살이였는지 나는 그 집에서 쫓겨났습니다. 긴 복도를 지나 부엌을 지나치는데, 그 집의 집사장쯤 되는 남자가 단정하게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동정을 바라는 내 눈과 마주쳤지만, 냉정하게 시선을 돌렸습니다. 나는 할 수 없이 그 집을 나와 뒷마당으로 갔습니다. 밤이였죠. 그 집을 나가는 게 무서웠지만, 한편으로는 그 집에서 멀리 떨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집에서 좀 떨어진 곳, 허물어져가는 담벼락 사이 아늑한 곳에 웅크리고 앉았습니다. 깜깜한 밤하늘을 바라보았더니, 반짝이는 것들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숨을 죽이고 앉아 있었습니다. 

  문이 잠겨 유대인들이 갇힌 채 불타버린 교회의 이미지가 이렇게 꿈으로 나타난 걸까요? 이상하고 낯선 이미지들이 다양하게 변형되어 자꾸만 기괴한 꿈을 꿉니다. 

  이 소설은 지독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일까요? 아니면 부끄러움과 책임감에 관한 이야기일까요? 인간의 죄와 용서에 관한 이야기일까요?  섣불리 한나를 동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또 섣불리 한나를 비난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죄가 있었고, 그리고 나서야 자신의 죄를 알기 위해 온힘을 다했던 한나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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