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들었다.

인생은 쓰다고... '쐬주'처럼....

그런데,

다들 인생이 쓰다고 하는데 그는 왜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겠다고 했을까.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급기야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라고 말하던 나의 최애 작가, '김영민' 님이 대체 어떤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겠다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내가 생각했던 단맛은 없었다.

책에는 여전히 삶의 허무와 고독,

인간이라는 존재의 우스꽝스러움과

희망과 절망을 한 몸에 품은 채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가진 빛바랜 인류애와 정과,

삶의 허무를 알면서도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일상의 모습,

그 사이의 부조리가 내는 소리들,

바로 거기에서 김영민 작가표 유머가 나온다.

나는 오래전부터 김영민 작가의 이런 뉘앙스, 분위기, 글을 좋아했다.

그의 에세이를 읽을 때면 우리 동네에 사는 똑똑하고 친절한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아는 것은 무척 많은데 가르치려 들지 않고

세상의 우스운 구석을 기막히게 찾아내 한마디씩 툭 던지는 사람,

그러다가 뜻밖의 순간에 적확하고 쓸쓸한 이야기를 해서

집에 돌아온 뒤에도 그 말을 곱씹게 만드는 철학자 아저씨말이다.

그런데 이번 소설집을 읽으면서는 그 아저씨의 집에 방문한 기분이었다.

그의 삶이 묻은 거실과 책상, 책장을 들여다보고,

냉장고를 열어 보고, 급기야 화장실까지 들어가 본 것 같은 느낌.

그만큼 김영민 작가의 색깔, 농도가 훨씬 짙은 책이었다.

그래서인지 내게 이 책은 소설집이면서도 아주 긴 시처럼 남았다.

그리고 마침내 책장을 여러 장 넘기고 나서야 알 것 같았다.

작가가 말하는 단맛은 허무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인생의 단맛은 허무와 외로움이 사라져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과 나란히 살아가는 동안 문득 알아차리는 맛인지도 모른다.

삶의 씁쓸함을 모르는 사람에게 단맛은 없다.

밝음만 있는 세상에는 밝음의 개념이 없듯이 말이다.

김영민 작가가 보여준 인생의 단맛은 아마도 그런 맛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그럼에도' 살아가고 살아내는 삶,

씁쓸하여 달달한, 그런 맛.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을 솔직하게 담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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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
김영민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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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여 달달한 삶을 위트 있게 이야기하는 책. 책을 얇지만 고농축이다. 술술 빨리 읽고 오래 곱씹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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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노은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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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어제의 세계를 다시 읽는다는 것은 사라진 유럽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히는 일인 동시에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고 서술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다. p. 708’
감사하다. 이 책을 읽을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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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닝 - 끝없이 나를 타인에 맞추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
잉그리드 클레이튼 지음, 최시은 옮김, 김현수 감수 / 센시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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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반째 F를 알게 되어 고맙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의 맨얼굴을,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그 얼굴을 보게 됐다.
감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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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스님 - 알고 보면 더 힘이 되는 미술 명작 수업
보일 지음 / 불광출판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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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생 불자로 살아왔지만 

내게 불교는 종교라기보다 삶을 공부하는 학문이자 나침반에 가깝다. 

그럼에도 한자와 오래된 번역, 낯선 개념 때문에 지극히 현실적인 붓다의 가르침이 때로는 멀게 느껴졌다.

『미술관에 간 스님』은 그 거리를 뜻밖에도 그림으로 좁혀 주었다. 

철학을 공부한 학자이자 오랫동안 불교를 수행하고 가르쳐 온 보일 스님은 

화가의 삶과 작품에서 출발해 

불안과 욕망, 고통과 사랑, 삶과 죽음을 지나 자연스럽게 붓다의 가르침으로 건너간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내가 그림을 보는 방식까지 바꾸어 놓았다. 

예를 들어 나는 고흐의 그림이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특히 「해바라기」를 보면서는 썩 아름다운 꽃도 아닌데 왜 사람들이 그토록 좋아하는지 의아했다. 

그런데 이 구절을 읽고 그림이 달리 보였다.


살아 있는 생명은 태어난 이상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평생 괴로운 느낌은 사라지길 바라고 행복과 평온은 영원하길 바라는 갈애에 사로잡혀 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변할 수밖에 없는데도 변하지 않길 바라는 한 고통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한다. 

반 고흐의 화병에 담긴 싱싱한 해바라기와 시든 해바라기처럼. - 『미술관에 간 스님』, p.43


한 화병 안에 피어나는 꽃과 절정에 이른 꽃, 시들어 가는 꽃이 함께 있었다. 

몇 페이지를 써도 다 설명하기 어려운 생과 사, 피어남과 사라짐의 경계를 고흐는 한 장면에 붙잡아 놓았다. 

누구나 해바라기를 볼 수 있지만 누구나 그 안에서 생과 죽음을 보지는 못한다. 

자신이 본 것을 다른 사람도 보게 만드는 것. 그제야 화가를 왜 ‘천재’라고 부르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예술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좋은 예술은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익숙해서 보이지 않던 것을 다시 보게 하고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에 균열을 낸다. 

때로는 영혼을 깨우는 망치처럼 굳은 생각을 두드린다. 

흥미롭게도 바로 그 지점에서 예술과 불교가 만났다. 

붓다의 가르침 역시 무엇을 믿으라고 요구하기보다 제대로 보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재미있다. 

명화와 화가의 삶, 불교적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깊이 빠져 읽게 된다. 

불교를 오래 공부해 온 내게는 붓다의 가르침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만나는 경험이었고 

그림을 잘 볼 줄 몰랐던 내게는 예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얻는 경험이었다.


책을 덮고 나니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다. 

『미술관에 간 스님』을 읽고 나니 미술관은 그림을 보는 곳이 아니라 삶을 들여다보는 곳처럼 느껴진다.




살아 있는 생명은 태어난 이상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평생 괴로운 느낌은 사라지길 바라고 행복과 평온은 영원하길 바라는 갈애에 사로잡혀 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변할 수밖에 없는데도 변하지 않길 바라는 한 고통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한다.
반 고흐의 화병에 담긴 싱싱한 해바라기와 시든 해바라기처럼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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