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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스님 - 알고 보면 더 힘이 되는 미술 명작 수업
보일 지음 / 불광출판사 / 2026년 1월
평점 :
나는 평생 불자로 살아왔지만
내게 불교는 종교라기보다 삶을 공부하는 학문이자 나침반에 가깝다.
그럼에도 한자와 오래된 번역, 낯선 개념 때문에 지극히 현실적인 붓다의 가르침이 때로는 멀게 느껴졌다.
『미술관에 간 스님』은 그 거리를 뜻밖에도 그림으로 좁혀 주었다.
철학을 공부한 학자이자 오랫동안 불교를 수행하고 가르쳐 온 보일 스님은
화가의 삶과 작품에서 출발해
불안과 욕망, 고통과 사랑, 삶과 죽음을 지나 자연스럽게 붓다의 가르침으로 건너간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내가 그림을 보는 방식까지 바꾸어 놓았다.
예를 들어 나는 고흐의 그림이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특히 「해바라기」를 보면서는 썩 아름다운 꽃도 아닌데 왜 사람들이 그토록 좋아하는지 의아했다.
그런데 이 구절을 읽고 그림이 달리 보였다.
살아 있는 생명은 태어난 이상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평생 괴로운 느낌은 사라지길 바라고 행복과 평온은 영원하길 바라는 갈애에 사로잡혀 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변할 수밖에 없는데도 변하지 않길 바라는 한 고통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한다.
반 고흐의 화병에 담긴 싱싱한 해바라기와 시든 해바라기처럼. - 『미술관에 간 스님』, p.43
한 화병 안에 피어나는 꽃과 절정에 이른 꽃, 시들어 가는 꽃이 함께 있었다.
몇 페이지를 써도 다 설명하기 어려운 생과 사, 피어남과 사라짐의 경계를 고흐는 한 장면에 붙잡아 놓았다.
누구나 해바라기를 볼 수 있지만 누구나 그 안에서 생과 죽음을 보지는 못한다.
자신이 본 것을 다른 사람도 보게 만드는 것. 그제야 화가를 왜 ‘천재’라고 부르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예술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좋은 예술은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익숙해서 보이지 않던 것을 다시 보게 하고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에 균열을 낸다.
때로는 영혼을 깨우는 망치처럼 굳은 생각을 두드린다.
흥미롭게도 바로 그 지점에서 예술과 불교가 만났다.
붓다의 가르침 역시 무엇을 믿으라고 요구하기보다 제대로 보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재미있다.
명화와 화가의 삶, 불교적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깊이 빠져 읽게 된다.
불교를 오래 공부해 온 내게는 붓다의 가르침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만나는 경험이었고
그림을 잘 볼 줄 몰랐던 내게는 예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얻는 경험이었다.
책을 덮고 나니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다.
『미술관에 간 스님』을 읽고 나니 미술관은 그림을 보는 곳이 아니라 삶을 들여다보는 곳처럼 느껴진다.
살아 있는 생명은 태어난 이상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평생 괴로운 느낌은 사라지길 바라고 행복과 평온은 영원하길 바라는 갈애에 사로잡혀 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변할 수밖에 없는데도 변하지 않길 바라는 한 고통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한다. 반 고흐의 화병에 담긴 싱싱한 해바라기와 시든 해바라기처럼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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