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 그들이 배운 미덕에 대한 불편함
오마르 지음 / 레터프레스(letter-press)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작가 ‘오마르'를 전혀 모른다. 
미안하게도 그 이의 음악도 들어 본 적 없다. 요즘말로 듣보잡이랄까....
그런데 읽는 내내 그 사람이 내 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글 안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담아 놨기 때문이리라.
유쾌, 상쾌, 통쾌,속 뚫어주는 사이다.
은근히 웃기는 사람.
속이 깊은 사람.
효자이고 여린 사람.
눈에 슬픔이 있는 사람.
수줍고 조용히 조근조근 말하고 심지가 깊은....
오마르를 만났다.

사방에 내가 뱉었던 말들이 떨어져 있고, 
때때로 움직이려 하면 그 뾰족한 활자 끝에 발이 찔린다.p224

곳곳에 숨어 있는 촌철의 말들,
가슴을 향해 직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말들,
덤덤하지만 당시의 슬픔이 느겨지는 아픈 말들..
이것들이 포장마차에 모여 두런두런 거리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중간에 이런 구절이 있었는데 무릎을 탁치며 한참을 웃었다.   

사실 나는 네가 학생이든 옵티머스 프라임이든 아무 관심 없다. p.75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자든, 국회의원이든, 범블비든....그냥 그 자체일 뿐이다. 
상대와 현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은 그대로 선입견이 된다. 
크고 높은 선입견은 ‘꼰대'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세상에 꼰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생활 속에서의 프레임이 쌓이고 쌓여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겨우 주둥이에 풀칠할 만큼 벌면서 말본새는 아주 빌 게이츠 나셨다. p.20

배가 남산만 하게 나온 아저씨가 젊은이들의 타투를 보며 
부모님이 주신 소중한 몸을 어쩌구저쩌구하며 훈수를 두는 건 
여러모로 슬프고 내장지방스러운 일이다. p.64

2,30대에게는 사이다와 용기를 주고 
40대 이상에게는 꼰대로의 길을 걷지 않기 위한 이정표가 되어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사방에 내가 뱉었던 말들이 떨어져 있고,
때때로 움직이려 하면 그 뾰족한 활자 끝에 발이 찔린다.p224

사실 나는 네가 학생이든 옵티머스 프라임이든 아무 관심 없다. p.75


겨우 주둥이에 풀칠할 만큼 벌면서 말본새는 아주 빌 게이츠 나셨다. p.20

배가 남산만 하게 나온 아저씨가 젊은이들의 타투를 보며
부모님이 주신 소중한 몸을 어쩌구저쩌구하며 훈수를 두는 건
여러모로 슬프고 내장지방스러운 일이다. p.64

어떤 대상을 숭배하고 사랑할 때는
그 사랑에 너무 심취하여 맹목적으로 변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p.44

이렇듯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슬프고 각자의 방식으로 위로 받는다. p.58

예쁘고 귀한 나의 것이 나의 실수로 사라지면 누구를 원망할 수도,
핑계를 댈 수도 없다.
참으로 어쩔도리 없이 오롯하게 슬픈일이다.p.59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에서 정말로 당연한 건 사실 거의 없다. p3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프롬 토니오
정용준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름답고 신비로운 소설.
프롬토니오.
정용준 작가 역주행 시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커스 나이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운명이란 가느다란 실이라도 잡아당겨 확실하게 잇는 법이다. p.10

소설 첫머리부터 명언을 날리는 이 책은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치유를 주고 받으며 기대어 살아가는 이야기다.

오래 묻혀 있던 것이 이제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p.51

또한 유주얼 서스팩트나, 식스 센스의 반전 없는 정직하고 깨끗한 소설이다. 
시냇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있는 것처럼 단조롭고 예상대로이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 작가의 힘인 것 같다. 오히려  이 책을 읽는 내내 평화롭고 따뜻했다. 
작가 자신도 ‘너그럽고 느긋하게 읽기를 바란다’라고 썼으니 목적에 충실한 소설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너무 익숙해서 관계의 범주에서 소외되는 가족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보지 못했던, 보지 않으려 했던 가족들 사이의  감정, 
이제는 잊혀진, 우리가 가족이 된 이유들....
일상의 소소한 흔적과 되살아나는 기억들을 지나 
이슬비처럼 보슬보슬 마음을 적신다. 
부모님이 나를 보듬어줬던 기억, 
결혼하던 날
아이가 태어나 처음 눈이 마주치던 날,,,
그래 거기에는 마음이 있었지. 
거부할 수 없는, 아니  거부할 틈도 없이 찾아든 감정과 사랑이 있었지. 
맞아,그랬지 하면서 울먹울먹이게 하는 책,
따뜻하고 착한 책,
서커스 나이트.



두 사람 모두 정말 귀엽네. 
언제나 서로를 사랑하고 있네. 언제든 그렇게 생각된다. p.29

지금은 지금이돌아와,지금의 시간으로라면서.
지금의 꽃이 피었으니 지금의 빛을 보라면서.  p.47

이 상쾌하고 파란 하늘아래에서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슬픔을 안고 오가고 있다. 
엄청난 일이 있거나 마음속이 다른 생각으로 가득해도 한결같이 살아간다. 
이 세상은 그 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pp.86~87




#민음북클럽 #민음사 #독서 #북스타그램 #첫번째독자

두 사람 모두 정말 귀엽네.
언제나 서로를 사랑하고 있네. 언제든 그렇게 생각된다. p.29

지금은 지금이돌아와,지금의 시간으로라면서.
지금의 꽃이 피었으니 지금의 빛을 보라면서. p.47

이 상쾌하고 파란 하늘아래에서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슬픔을 안고 오가고 있다.
엄청난 일이 있거나 마음속이 다른 생각으로 가득해도 한결같이 살아간다.
이 세상은 그 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pp.86~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안하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여신을 찾아서
김신명숙 지음 / 판미동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들은 어머니를 죽였습니다. 
-p175-

책을 읽기에 앞서 행하는 나만의 의례(?)가 있다. 
아무 페이지나 읽으며 종이 냄새를 맡고 책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그러다 마주친 문장, 
'그들은 어머니를 죽였습니다.’
별안간 강렬한 감정이 올라와 울고 말았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게 
‘이제야 인정받았어....고맙다. 아무도 미워하지 말아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인정받은 주체는 누구이며, 누구를 미워하지 말라는 것일까... 





책은 저자가 크레타 여신 순례를 다녀온 1부와, 
한국에서 찾은 여신 이야기가 담긴 2부로 나뉘어져 있다. 
사실 나는 2부에 큰 관심이 있었지만
마시멜로우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욕구를 지.연.시.키.며 1부부터 차근차근 읽기 시작했다. 

1부는 내가 좋아하는 부도지의 마고성처럼 
평화롭고 조화로운 여신의 나라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들어서 머리로는 알지만 
진짜 정말 어떤 세상일지 상상도 안가는 평화로운 세상,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그런 세상이길 바라본다. 

왕위를 빼앗길까 두려워 자식을 먹어 치우는 아버지, 
장성한 후 아버지의 권력을 탈취하는 아들, 
남신이 지배하게 된 신화의 세계는 
미노아 여신문명과 너무나 다른 권력투쟁의 시대를 증언한다. 
-p128-


크레타 순례에는 동굴이 많이 나온다. 
축축하고 어두운 동굴,여신의 자궁, 생명의 발현지. 

모든것은  그녀로부터 나오고, 그녀에게로 돌아간다. - 나선춤 , 스타호크. p114-

어둠을 벗어난 밝음에서는 모든 것이 생장하고 성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노화 즉 죽음을 향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밝음, 즉 양의 기운은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성질이 있다.
뻗어나가며 확장하다 결국은 응축되어 궁극의 음, 
즉 어둠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다시 어둠에 머물며 생명을 기다린다.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여신의 동굴에 대해 읽으며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우물이 생각났다.
무의식, 변신, 변화 , 부활의 메타포, 우물과 동굴. 

자궁에 다시 들어가는 행위는 그곳에서 변환을 거쳐 재탄생한은 것을 의미합니다. 
진정한 변화은 어둠을 통할 때 가능하니까요.
우리 문화는 흑백논리에 의해 빛과 어둠을 대비시키고 빛만 예찬합니다. 
어둠을 죄악시하거나 없애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요. 
그와 동시에 남자는 빛, 여자는 어둠과 연관돼 있어요. 
하지만 자궁과 땅속이 그러하듯 생명은 어둠 속에서 생겨납니다.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어둡고 찬 흙 속에 있어야 하듯 
치유나 변환, 새로운 삶을 찾는다면 자기의 중심에 어둠을 품어야만 하지요. 
-p136-

우리가 신비의 길을 걸을 때, 
우리가 어둠 속으로 들어갈 때, 
우리는 시작한 여행에 불필요한 모든 것, 
방해가 되는 모든 것들을 버릴 것을 요구받는다. 
오직 발가벗었을 때 우리는 새로 태어날 수 있다. 
버림의 상징으로 우리 각자는 어둠 속으로 변환의 자궁으로 돌을 던질 것이다. 
-p141-

죽음은 무가 아니야. 변환의 과정일 뿐이야.
-p149-



나는 가이아, 마고, 설문대할망 등 어머니 여신의 이야기가 좋다 . 
크로노스와 같은 태초의 신,거신족 마고할미.

마고할미는 한국 신화의 근원이자 첫머리다. 
그녀는 태초의 시간에 뿌리를 둔 창조여신으로 그리스 가이아 여신에 비견할 수 있다. 
-p365-


나는 여성의 문제와 미래에 관심이 많고 
여신이야기를 사랑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신에게 젠더가 적용될까? 
젠더를 적용해야할까? 
또다른 의인화와 역할 놀이는 아닐까?
남신의 폭력성과 권력욕이 여신을 처참히 몰락시켰지만 
이제 여신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니 남신은 무릎을 꿇어야 하는 걸까?

그녀는 편을 들지 않아요. 다만 우주의 균형을 유지할 뿐이죠.
-영화 아바타 중에서-

나는 여신이라는 의미가
생명력, 모성애 등의 능력을 포함한 여성성이 설명하는 것이지,  
‘여성'이라는 젠더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석심리학에는 아니마와 아니무스라는 개념이 있다.
이것은 남성 속의 여성, 여성 속의 남성, 
즉 자신의 성에 반대되는 이성의 속성을 뜻하는 용어다.
누구나 아니마와 아니무스를 가지고 있지만 
오랜 관습과 사회적 역할 놀이가 이를 억압하고, 
강제하기 때문에 우리는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저자는 ‘여신'이라는 조화와 평화의 메타포를 통해 
각자의 아니마와 아니무스를 인정하고 사랑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풀 한포기가, 
나무 한 그루가, 
흙 한줌이, 
저 하늘이, 
이 지구가 
어머니처럼 보듬어 주고 있으니
외로워 말고 씩씩하게,
'무소의 뿔처럼' 당당히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리고 또하나,
'아무도 미워하지 말라'는 마고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았다.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이 책을 만나게 되어 감사하다.  
-20180530, 글월마야 myamag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