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이웃
김필주(르비쥬) 지음 / 도서출판 오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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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현 (33) - 세현내과 원장

서은우 (26) - 생과일주스 '상큼한 이웃' 운영

 

도시 전체가 문화재인 경주.

시내에서 약간 빗겨난 곳에서 자그마한 생과일주스 가게 '상큼한 이웃'을 운영 중인 여주인공 은우.

고향인 서울을 떠나 2년 전 정착한 경주에서 은우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여느 손님처럼 오렌지 주스를 주문하던 한 남자.

선한 인상과는 달리 차가운 말투였던 남자가 은우에게 경주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며칠 뒤 자신의 가게 옆으로 내과를 개원하게 됩니다.

​친절하게 경주에 대해 말해줬고, 앞으로 계속 이웃으로 만나게 될 것임에 은우는 마냥 기쁜 마음으로 그를 대하지만 그의 태도는 무심하네요.

잘 나가는 내과의인 세현. 누구나 알아주는 병원을 돌연 그만두고 아무 연고도 없는 경주에 내려와 충동적으로 병원을 열게 된 세현.

서른 세해 동안 부모님께 인정받고 착한 아들로 살았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던 세현.

믿었던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모든 걸 버리고 떠나온 경주에서 생각지도 못한 인연을 만나게 비로소 따뜻함을 되찾게 되는데요.

은우의 친절한 호의가 부담스러운 세현과 세현과 마주칠 때마다 못난 꼴을 보여주게 되어 민망한 은우.

요즘 이웃이라도 데면데면하고 그보다 못한 사이도 많은데, 은우가 가게를 닫으며 셔터 내리는 것을 도와주고, 지쳐 보이는 세현에게 선뜻 밥을 함께 먹자고 말하는 은우. 어느새 이것저것을 함께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온 은우가 거슬리며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 세현. 갑작스럽게 은우의 어머니가 아프게 되고 그 일로 더 가까워진 두 사람.

 

그 이후, 세현의 고백으로 사귀게 되는 두 사람.

이때부터 상큼한 그들의 연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약 3주 전에 기차 여행을 하며 경주를 갔었더랬죠. 고층 건물이 없이 여기를 봐도 문화재, 저기를 봐도 문화재인 경주가 굉장히 신기했었어요.

그때 '상큼한 이웃'을 보고 경주에 갔었더라면, 음.. 이곳쯤에 은우의 가게 있지 않을까? 그 옆엔 세현의 병원이고, 아~ 여기가 세현과 은우가 데이트했던 곳이구나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때 제가 둘러봤던 곳을 떠올리며 책을 읽었습니다.

'상큼한 이웃​'이라는 가게 이름처럼 아픔을 의연하게 이겨내고 상큼함을 발산하는 스물여섯의 은우와 누구보다도 자신을 믿어줘야 했던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로 주변 사람들에게 벽을 치며 살아왔던 세현이 은우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이 좋았어요. 세현이 조금은 안쓰럽더라고요.

특히나 도시락을 들고 은우를 찾아갔을 때 했던 말이 마음 아팠어요.

"한집에서 같이 밥을 먹기에 식구(食口)라고 한다죠."

"나는 말입니다. 사실 식구들과도 함께 밥을 먹은 기억이 손에 꼽힐 정도라 혼자서 밥을 먹는다든가, 뭐 그런 것 따위에 별로 신경을 써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익숙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자꾸…… 낯설게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밥을 먹으며 많은 것을 나누잖아요. 세현도 은우와 밥을 먹으며 따뜻한 마음을 나눴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은우의 도시락을 보며 입맛을 다셨던 이유가 아마도.. 따뜻함을 느끼고 싶었었는지도 모른다고 저 혼자 생각했어요.

두 사람이 마음을 확인한 후에는 은우가 만드는 키위주스, 오렌지주스처럼 새콤달콤했습니다.

경주에 내려온 지 2년이나 되었음에도 가보지 못 했던 안압지를 두 사람이 함께 데이트하는데.. 우와, 스케일 어쩝니까?

뜬금없는 경비행기씬인 듯했으나 로맨틱하더라고요.

​책을 읽으며 특별하게 짜증 나게 했던 부분도 없었고,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못된 조연도 등장하지 않는 잔잔하고 예쁜 이야기라 취향 탈 수도 있지만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다시 경주에 가면 곳곳에서 은우와 세현의 흔적을 발견하지 않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책 속에 등장하는 불고기 아저씨인 최진혁 씨의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마지막에 잠깐 진혁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궁금증을 해소하기엔 너무나 짧았어요. 진혁의 이야기가 다시 나오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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