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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 & 정음 1
정미림.희현 지음 / 청어람 / 2015년 3월
평점 :
이훈민(18~28) - 프레즈노 하이 스쿨 학생, 우주 그룹 실장
오정음(18~28) - 프레즈노 하이 스쿨 학생, 세종 학회 직원
미국 프레즈노 하이 스쿨 10학년에 재학 중인 정음. 어느 날 가깝게 지내는 신 교수님의 손자가 같은 학교, 같은 반으로 전학을 오게 되고 착하고 다정다감한 성격답게 훈민에 친절하게 다가가려 합니다.
그런데 훈민은 그런 정음이 달갑지가 않습니다. 원해서 오게 된 유학도 아니었으며, 자기 일도 잘 못하며 여기저기 오지랖을 떠는 정음이 부산스럽고 귀찮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각 나라의 문자에 대한 수업을 하던 중 뜻하지 않게 한중일 언어의 차이와 우수성에 대하여 토론 아닌 토론을 하게 되는데, 정음은 일찍부터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 다녔기 때문에 한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세종대왕이 만드셨다는 것밖에 없었어요. 은근히 한국인에다가 풍족하지 않는 가정환경에 정음을 무시하는 친구들 앞에서 어쩔 줄을 몰라 하던 그때 훈민이 짠하고 나타나 정음을 도와 한글이 가진 우수함을 알려줍니다.
친구 일, 같이 아르바이트하는 동료의 일, 심지어 땅에 기어 다니는 고슴도치 일에도 오지랖을 떠는 정음이 점점 귀엽게 보이는 훈민.
정음은 고모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주 중엔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고, 주말엔 고모의 친구분이 하는 서점에서 일을 합니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열심히 일을 하며 고모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정음. 그러나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사는 미국. 정음이 일하는 레스토랑의 매니저 존은 동양인은 물론 백인을 제외한 모든 인종을 싫어하고 차별합니다. 있는 자에겐 굽신굽신하며, 자신보다 약하고 없는 사람에겐 멸시 무시를 하는 존. 정음은 자신을 비롯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 동료들을 대신하여 항의를 하지만 존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그러던 어느 날, 레스토랑 돈을 훔쳤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해고의 위기에 놓입니다. 억울한 마음을 고모가 걱정할까 털어놓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데 여기서 정음의 백기사 두 명이 정음을 도와주죠. 바로 훈민과 류하입니다. 류하는 정음의 고모 친구분의 동생으로 어릴 적부터 영특한 머리로 어린 나이에 대학원을 다니는 사람으로 여러모로 비슷한 처지의 정음이 의지하는 사람입니다.
정음과 훈민은 서로에게 마음이 있지만 정식으로 고백을 하지도 않았으면 애매모호한 사이가 됩니다. 훈민이 정음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려던 시기에 정음의 고모가 사고로 위중한 상태가 되고, 그쯤 훈민은 아버지로부터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압박을 받습니다. 고백하려던 날,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정음과 훈민은 그렇게 어긋나고 맙니다.
10년 후, 한글이라는 매력에 푹 빠진 정음은 문맹인들에게 한글을 알려주기도 하고, 잘못된 한글 사용을 바로잡아주는 일을 하는 세종 학회의 직원입니다. 그런 세종 학회를 지원하는 우주 그룹의 실무자가 바로 훈민으로 그들은 10년 만에 재회합니다. 10년 전 지키지 못한 약속으로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린 두 사람은 세종 학회에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받기 위해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인도네시아 오지 섬은 카오 족이 있는 곳으로 출장을 가게 됩니다. 그러나 오지 섬의 개발권을 갖기 위한 경쟁국들이 많았고, 개발권을 따내기 위해서 부족 사람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게 되면서 두 사람은 가까워집니다.
10년 전, 약속이 지켜지지 못했던 이유에 대한 오해를 풀면서 두 사람은 일도 따내고, 사랑도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요?
소개 글만 읽었을 때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오지 섬에서 일어나는 듯했는데, 생각보다 학창시절의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그리고 심각한 삼각관계일 줄 알았는데 그 부분도 많이 아쉽네요.
학창시절도 그렇고, 재회 후의 이야기도 그렇고 서로를 향한 마음이 잘 표현되지 못한 것 같아요. 1권은 학창시절의 이야기인데 두 사람의 이야기 외에도 여러 가지 부수적인 에피소드들이 많아 오롯이 두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었어요. 재회 후, 10년 전 일로 인해서 어색하기도 하지만 긴장감 있는 사이였으면 했는데 일을 하면서 허무하게 마음을 열어버린 정음. 그리고 정음의 아버지와 고모, 훈민의 아버지의 관계를 좀 더 탄탄하게 풀어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무엇보다 훈민정음 커플의 애정 신이 극히 드물다는 것은 너무나도 아쉽네요.
하지만 한글이라는 우수한 언어를 오지 섬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장면은 참 좋았습니다.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로맨스가 적은 것은 아닌데, 확확 와 닿지는 않더라고요.
정미림 작가님과 희현 작가님의 글은 처음 접하는데요. 이 글을 쓰시는데까지 걸린 시간이 6년이라고 합니다. 엄청난 정성이 들어간 시간을 제가 허투루 읽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나중에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