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 레인
이화 지음 / 신영미디어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차승교(32) - 작가

공윤소(26) - 도서출판 '틈' 직원

 

도서 출판 '틈'에서 편집인으로 일하고 있는 윤소. 2년 전만 해도 잡지사에서 일하면 바쁘게 동동거리며 일했었는데 친한 언니가 출판사를 창업하며 윤소는 '틈'이라는 소박한 출판사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바쁘게 종종거리던 그때와 달리 다소 여유롭게 원고를 읽고 교정을 보는 이 생활이 만족스러운데요. 그런 그녀의 여유로운 생활에 친한 언니이자 출판사 사장인 미향이 윤소에게 엄청난 프로젝트를 부여합니다.

출판사의 존폐가 달린 프로젝트! 5인의 작가들로 하여금 말랑말랑하고 달달한 첫사랑을 주제로 한 에세이를 만들자는 것.

그리고 윤소에게 맡겨진 것은 신춘문예 금상을 받은 차승교 작가와 톱스타 이재원에게 글을 받아오라는 것.

사장인 미향이 섭외해온 작가들에게 글을 받아 여유롭게 교정하던 때와 다르게 본격적으로 자신이 뛰어다니면 작가의 글을 받아와야 하는데.. 윤소는 과연 엄마 친구의 아들이자 언니, 오빠의 친구인 승교와 톱스타 재원에게 에세이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을까요?

 

계약하는 일이 쉬운 게 아니죠. 역시나 승교는 윤소의 제안을 단박에 거절합니다. 전화도 받지 않고, 메시지에 답도 없는 승교에게 윤소도 화가 나고 분노가 담긴 메시지를 보냅니다. 자신의 연락을 피하기만 하던 승교에게서 갑작스레 계약을 하겠다는 연락이 오고, 원고 계약이 성사됩니다.

계약에 앞서 승교는 계약서에 꼭 포함하고 싶은 조항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바로 원고를 집필하는 한 달 동안 윤소가 살고 있는 한옥에 들어가 살겠다고 하는 것.

얼토당토않는 조항에 반대했던 윤소지만 결국 승낙하고 만다. 그렇게 그들의 동거는 시작됩니다.

 

윤소에겐 출판사의 존폐가 달린 ​원고 계약이었지만 승교에겐 첫사랑인 윤소를 사로잡을 절호의 찬스인 에세이 계약.

한 여자를 향한 10년이 훌쩍 넘는 짝사랑의 시간. 더 이상의 기다림은 없다고, 윤소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하는 승교.

한 달이란 시간 동안 자신의 첫사랑에 대한 에세이를 집필하는 승교는 과연 윤소의 마음을 사로잡고 자신의 여자로 만들 수 있을까요?

 

'카카오씨앗'과 시리즈인 '캔디 레인'. '카카오씨앗'의 남자 주인공인 문교의 동생인 승교의 이야기입니다.

잔잔한 이야기이나, '카카오씨앗'보다는 좀 더 유쾌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네요.

오늘 무척이나 날이 좋았습니다. 따스한 햇볕이 완연한 봄 날씨임을 알려주더라고요. 이런 날 집에만 있을 수 없어 캔디 레인을 들고 나와 카페에 들어가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프롤로그부터 제 마음이 설레더라고요. 윤소와 승교의 재회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카페에 구석에 앉아 오두방정을 떨었습니다. 지질한 저의 상황과 다르게 설렘 가득한 그들의 이야기로 대리만족을 했더라죠.

 

윤소의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작은 한옥에 들어와 윤소와 일상을 함께 하면서 윤소가 사준 양지 노트에 윤소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한자 한자 적어내려가던 승교.

괜스레 윤소가 부러워지더라고요.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한 남자로부터 10여 년의 시간 동안​ 사랑받는 윤소가 몸서리치게 부러웠어요. 잔잔하기만 했다면 좀 밋밋했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승교의 친구인 톱스타 재원이란 캐릭터로 인해 이야기에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특히나 승교와 재원의 투덕거림.. 남자들끼리 통하는 이야기 등으로 웃음이 나왔어요.

 

그리고 승교와 윤소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너는, 책임을 져야 해."

  "무, 무엇을요?"

  "동정의 팬티를 벗긴 책임."

  "어,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데요……."

  "네 팬티, 벗기게 해 줘……."

아니, 이렇게 웃기게 사랑을 시작되는 건가요? 웃기면서도 뭔가 확 와닿는 대화였어요.

이 외에도, 양지 노트 가득히 쓰인 윤소를 향한 애타는 마음, 다른 남자를 향한 질투심, 통제 못할 윤소를 향한 욕망 등.. 사랑스러운 글들이 좋았어요.

 

 

  <이 비가, 달콤하다.>

 ..

 ..

 윤소야.

 나에게 사랑은 내리는 비와 같은 괴로움이었는데, 지금은 달콤해졌다.

 너의 마음을 알게 되고, 나의 마음을 알린 이 비로 인해​…….

 이제야 나는 이 비의 의미를 알게 됐다.

 나를 적셔 네게로만 뿌리를 뻗는 단단한 존재로 다시 서게 했음을.

 사랑하는 윤소야.

 나의 스물여섯은 말 못할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너의 스물여섯은 이 비처럼 달콤한 행복의 연속이기를 바란다.

 더불어, 너의 행복 안에 나도 함께 뿌리 깊은 나무처럼 존재하기를​…….

 너와 나를 가린 지붕 위로, 달콤한 비가 내린다.

그리고 손녀를 향한 사랑을 할아버지의 마음을 잘 보여주는 할아버지의 수필집의 글귀들도 참 좋았습니다.

마치 저에게 해주는 말 같았어요. 생을 살아가면서 저에게 꼭 필요한 인생 지침 같은 글이었어요.

 

 

  어른들은 각자의 경험이 빚어낸 지혜와 아집을 구분치 않고 아이들에게 무작정 가르치려 들지만, 아이들은 덧대지 않은 순한 빛깔을 지니고선 그저 저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른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어른의 부끄러운 삶을 반추하게 하는 거울이 아이의 순결한 눈망울마다에 있다는 것을.

하여, 나는 바란다.

우리 윤소가 이 다음에 어른이 되어서도 지금의 마음 한 줌을 간직하고 있기를. 어른의 원칙을 따르다 어깨에 힘이 빠지거든, 좁고 잘아진 마음이 올바른 선택을 뒤흔들려 하거든, 지금 이 순간의 순​결했던 마음을 기억하기를.

 인생을 돈 버는 데 다 써 버리지 말고, 가끔은 허랑하게 보내는 시간이 쓸모없는 것이 아님을 알아 가기를. 타인의 고충을 이해하되 타인의 말에 예민해지지 않기를.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기를.​

 

책 속에 등장하는 글 귀 하나하나 마음에 와 닿았던 '캔디 레인', 오늘처럼 따뜻한 봄에, 읽으면 딱 좋을 것 같아요.

문교와 서주가 사는 성북동, 윤소의 자그마한 보금자리가 있는 가회동, 북촌과 서촌에 가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에요. 지난해, 북촌 한옥마을을 구경하고 왔는데, 그때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곳을 다니고 싶어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었는데, 다시 가게 되면 느긋한 마음으로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싶네요.

이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도, 윤소와 승교로 인해 제 마음이 두근두근 설레고 있습니다. 설렘 가득한 감정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