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이트 윈드
류향 지음 / 신영미디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류향 작가님은 저랑 안 맞다고 생각했었어요. 더 기프트 이후로 몇 번 더 책을 읽었었는데 대부분이 실패였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에 나왔던 '원 파인 데이' 와 '더 나이트 윈드'를 읽으며 류향 작가님에 폭 빠진 것 같아요.

'원 파인 데이'의 남주인공 차기준 때문에 폭풍 눈물을 흘렸었는데 '더 나이트 윈드'를 읽으며 여주인공 때문에 폭풍 눈물을 흘렸답니다.

 

차기현 (31) - 리조트 CEO

서해주 (29) - 조형예술가

 

스물셋의 기현은 일찌감치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실천하고 있다. 계획 중 하나는 결혼이다. 결혼을 위해 일곱 번째 선을 봤다.

기현의 일곱 번째 맞선 상대는 바로 스물한 살의 해주. 첫 만남에서 서로가 마음에 들었던 기현과 해주.

학생이기 때문에 바로 결혼할 수는 없어 약혼을 한 후 졸업을 기다리던 두 사람.

그러나 2년 후, 기현 집안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두 사람의 약혼은 깨지게 된다.

 

6년 후, 많은 것이 변해버렸다.

​죽고 못살다 기현과 해주는 헤어져버렸고, 기현은 기울어가던 사업을 일으켜 명실상부 사이판 최고 리조트의 CEO가 되었다.

일찌감치 결혼을 하려 했던 마음은 없어져버리고 독신의 길을 걷고 있다. 자신의 전부를 다 바쳤던 해주에게 매몰차게 버려졌기 때문에.

그렇게 매달리던 기현을 매몰차게 버렸던 해주는 어떨까? 보란 듯이 잘 살고 있을까?

그녀는 한마디로 처참한 삶을 보내고 있다. 죽지 못해 살고 있다는 것이 바른 표현 같다.

6년 전, 기현과의 헤어짐 이후 그녀의 시간은 멈췄다. 차디차고 암흑 같은 세상. 그저 살아지나 보나 하고 있다.

너무 추워 견딜 수 없었던 해주는 따뜻한 곳으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떠난 곳, 사이판.

사이판에서 재회하게 된 두 사람.

 

기현은 보란 듯이 해주에게 상처를 주고 싶었다. 네가 그렇게 모질게 버렸던 내가 잘 나가는 CEO가 되었다고, 모질게 말하고 거칠게 다뤘다.

그러나 해주는 반응이 없다. 예전 반짝반짝 빛나고 도도한 요조숙녀 같았던 그녀가 시들시들 감정 없는 인형 같기만 하다.

다시 만난 해주 앞에서 속절없이 흔들리는 기현, 악몽 같았던 시간들과 그녀에게 흔들리는 마음. 결국 그녀와 함께 하기로 한다.

4일​……. 꿈꿀 수 있는 시간, 4일.

"그냥 4일만 당신의 여자로 살게. 그 후에는 내가 자연스럽게 지워질 거야."

 

꿈같던 4일의 시간이 지났다. 서로 각자의 길을 갔지만 기현은 못내 해주를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알게 되는 지난날들의 이야기...

 

흔한 소재일 것이다. 재회.

그러나 여주인공 해주가 너무나도 안쓰럽다.

일생을 자기 뜻대로 선택하며 살 수 없었던 그녀, 수동적인 삶 속에서 유일하게 욕심내었던 기현이었지만 그 또한 부모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놓을 수밖에 없던 해주.

끝가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던 해주에게 일어난 일들은 정말 끔찍하다. 그래서 그 이후 그녀가 스스로를 포기한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다시 만난 기현과 보냈던 시간. 그걸 마지막 선물이라 여기며 마지막을 준비하던 해주. 그 시간을 계기로 으쌰으쌰하며 살아줬으면 했는데, 더욱더 자신을 놓아버려 안타까웠어요.

이십여 년을 수동적이게 살아왔던 해주. 옷은 물론 신발, 가방조차도 스스로 골라 본 적이 없는 해주. 어릴 적부터 그런 환경에 놓여있었다면 나 또한 해주 같은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억압과 폭행이 당연시 여길 정도였던 해주. 그 끔찍한 시간을 홀로 보내야 했던 해주가 너무나도 불쌍했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그녀가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했을 때,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도 했을 텐데,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무작정 매달리기만 했던 기현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한순간에 사라져버려 앞뒤를 생각할 수 없었던 걸까요?

결국은 해주를 잊지 못한 기현이 한국으로 돌아와 해주를 찾으면서 지난날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권선징악 결말을 맺는데요. 끝은 좀 뻔하지만 그 과정까지 가는 도중 해주가 점점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감을 회복해 나가며 기현과 행복해지는 과정은 참 좋았어요.

 

"지금부터는 나를 위해 살아라, 해주야. 너 너무 사랑해서 너 잃으면 난 정말 죽을 거야. 그래, 죽을 거야. 너 따라 죽을 거야. 그러니까 날 살리고 싶으면 나를 위해 살아. 나와 결혼도 해 주고, 나와 평생같이 살자." -359p

 

'더 나이트 윈드'는 'Wind(바람)' 시리즈의 1탄이라고 하네요. 작가님 후기를 보니 총 3탄으로 이루어져 있더라고요.

1. 더 나이트 윈드

2. 더 페어 윈드

3. 더 컬러 오브 윈드

책 속에 등장하는 해주의 부모님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훌륭한 부모라 칭송받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속은 그렇지 않죠. 해주를 억압하고 폭행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나쁜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앞으로 나올 바람 시리즈에 등장하는 부모들도 해주의 부모 못지않게 악독한 사람들이라고 하네요. 그 밑에서 자란 주인공들은 어떤 상처를 안고 사랑을 할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다음 작품도 저는 당연히 읽을 것 같아요.

 

함께 들으면 좋을 음악. 신재영님의 Night wind

작가님이 말씀하신 대로 애잔하네요. 그러나 격정적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기현과 해주의 사랑이 격정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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