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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앤 지음 / 신영미디어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주인앤 작가님의 네
번째 이야기.
이야기는 표지에서도
묻어나듯 싱그러웠다.
마치 내 주위에서, 내
친구들 중에 꼭 그들이 있을 것만 같은 이야기라고 할까?
좋았다. 뭔가 굉장함
같은 것이 없었는데도 읽는 내내 그들과 같이 두근두근 대는 마음이었다.
주치형(30) -
(주)늘푸레 제1팀 팀장
배지안(26) - 직업
모름, 그러나 늘푸레에서 단기 아르바이트.
친한 선배가 결혼 후
자리를 잡았다던 경기도 어느 촌구석 마을로 휴식 차, 아니 도망칠 곳이 필요해 떠나게 된 지안.
버스를 타고 꼬박
50분을 더 가야 하는 주안리 마을. 지안은 땀방울이 송송 맺히게 하는 더운
날씨임에도 좋기만 했다.
주안리에 도착하기도
전에 만난 한 남자. 첫 만남부터 지안과 집요하게 눈을 마주치는 그 남자. 그저 낯선 지역에서 스치는 하나의 풍경일 뿐이라 여겼지만 선배의
집 앞에서 또다시 마주하게 되고, 남자와 선배의 동생 간의 다툼을 말리려다 졸지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꼴이 되었다. 밤이면 별이 가득
보인다던 주안리에서 지안은 대낮에 별을 보게 되었다.
자신을 집요하게
쳐다보는 남자, 무뚝뚝한 그 남자의 이름은 주치형. 지안의 친한 선배인 지영의 오랜 친구라고 한다.
서영의 집에서 며칠
의탁하려 했던 지안은 사정상 그 집에 있지 못하고 치형 소유의 원룸에서 신세를 지게 되는데..
아랫집 남자, 주치형,
윗집 여자, 배지안.
잠깐 동안 신세를 지고
곧 떠날 줄 알았던 지안은 일주일이 흐르고, 주안리에서의 시간이 길어지게 되었고, 지안은 치형이 일한다던 회사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단기 아르바이트라
일하시는 분들과 잘 친해지지 못할까 걱정했던 것도 잠시 지안은 특유의 순수함과 부지런함으로 할머니들의 마음을 훔칩니다.
그런 지안의 순수함과
덜렁거림에 눈을 뗄 수 없는 치형과 무뚝뚝하지만 자신을 세심하게 잘 챙겨주는 치형에게 두근거림을 느낀 지안. 어느새 같은 마음이 된 두
사람.
북적북적, 바쁘게
흘러가는 도시의 배경이 아니라 느릿느릿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시골에서의 이야기.
사실 소개 글을 읽었을
때는 시골의 순박한 남자와 새침데기 서울 여자의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전혀!
치형은 무뚝뚝하고
시크한 남자, 지안은 순진하고 덜렁거리는 제 나이보다 조금은 어려 보이는 여자. 제 예상이 빗나갔죠.
그런데 이 조합,
은근 매력적입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꾸 엄마 미소를 짓게 되더라고요.
무뚝뚝한 치형을 자꾸
웃음 짓게 만드는 지안은 참 사랑스러운 여자입니다.
주안리에 내려와 선배
동생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이 있는데, 지안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너, 나 누군지 알아?"
"알 필요 있어요?"
"물론
이 세상에 몰라서 좋은 것들도 많지만 반대인 것들도 있지. 그러니까 꼭 알아서 좋은 것들 중 하나로 남았으면 좋겠다. 배지안. 내 이름
말이야."
자신을 향해 틱틱하는
아이에게 핀잔을 줄 법도 한데, 아주 멋진 방법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예쁜 여자예요.
함께 일하게 된
할머니들에게도 마치 손녀처럼 안마도 해드리고, 무거운 짐을 들어주기도 하고, 멋들어지게 트로트를 뽐내기도 하죠.
남주인 치형과, 또
회사 동료들과 족구를 할 때, 치형에게 보란 듯이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노력하다가 엄청난 헤딩 슛을 보여주는 그녀는 귀여운
여자예요.
이에 질세라! 우리
멋진 치형 씨의 매력도 만만치 않지요.
무뚝뚝하지만 얼마나
세심하고 자상한 남자인데요. 지안을 집으로 데려와서 방범창도 달아주고, 지안이 차려준 싱겁고, 짜고 들쑥날쑥한 계란요리 한상을 군말 없이
먹어주고, 비에 젖은 지안이 감기에 걸릴까 따뜻한 물로 씻도록 도와주고, 음료도 챙겨주고, 약도 챙겨주는 마치 어미새
같아요.
겉으로는 지안을 향해
틱틱 무뚝뚝하게 대하지만 덜렁대는 그녀가 다칠까 불안해하고 맛있는 것만 챙겨주고 싶고, 웃게 만들고 싶은 멋진 남자예요.
데이트할 곳 없을 것
같은 시골 마을이지만 두 사람은 알콩달콩 예쁘게 사랑을 합니다.
처음 마음을 확인했을
때, 시내 한 골목에서 키스를 나누다 주안리 미친 연놈 커플이 되긴 했지만, 윗집 아랫집을 오가며 함께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으며
데이트를 해요.
하지만 잠시 잠깐
떠나왔던 주안리, 언제고 이곳에만 있을 수 없는 지안. 역시 두 사람 사이에도 이별의 시간이 오게 됩니다.
쿨하게 지안을 보내주며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치형도 멋졌지만요, 그런 치형에게 손수건을 건네며 말하는 지안이 더 멋졌어요.
"근데,
주치형 씨. 손수건에 담긴 의미가 뭔 줄 알아요?"
"이별
후에도 우리의 만남을 기억해 주세요."
이……별?"
"네,
이별요."
"그래서
말인데요. 주치형 씨. 이
손수건은 나 줘요. 그리고……."
"주치형
씨는 이 손수건 가져요."
치형의 손수건 안에서 노란색의 또 다른 손수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노란색은
그리움이나 희망을 상징한데요. 어느 영화에서도 나왔어요. 나를 기다린다면 노란 손수건을 달아 줘요."
지안이
치형의 손목에 노란 손수건을 단정하게 묶어 주었다. 풀리지 않을까 매듭을 다시 한 번 꼼꼼하게 확인한 지안이 고개를
들었다.
"나중에
같이 봐요. 그 영화."
잠깐의 이별이지만
지안은 치형에게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묶어 놓고 떠났던 것 같아요. 1년이란 시간이 흘러서야 주안리로 돌아온 지안과 치형이 만나며 이야기가
끝나요.
아쉬운 부분도 물론
있었죠. 하지만 실제로도 존재할 것 같은 주안리에서 여전히 지안과 치형이 알콩달콩 살고 있을 거라 믿고 싶어져요.
작가 후기를 읽으니
작가님의 의도대로 이야기가 잘 표현되었어요. 소박하지만 예쁜 사랑 이야기.
뜨거웠던 여름 날,
싱그러웠던 두 사람의 이야기. More More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