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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Fine Day
류향 지음 / 신영미디어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류향 작가님의 원 파인 데이(어느 멋진
날).
내가 읽은 작가님의 글은 몇 작품 되지 않는다.
몇 안되는 작품이 건만, 그 사이에서 극과 극의 감동을 느꼈달까?
아직까지는 작가님의 책 중 가장 좋은 것은 '더
기프트'다, '미녀와 야수'는 너무나 실망했던 책이기도 하고.. 이번 책은 호불호가 나뉜다고 하던데..
혹시나 실망을 할까, 기대감을 살포시 내려놓고
읽었는데.. 음, 생각보다 좋구나 했어요.
차기준 (32) - NEO 백화점 사장,
a.k.a. 마마보이
이윤서 (28) - NEO 백화점 내 커피숍
'벨레자'의 임시 사장
12년 전, 사람의 죽음을 계기로 서로 다른
상황을 맞이하는 두 사람.
아버지의 죽음으로, 형의 죽음으로 윤서와 기준은
정반대의 인생을 살게 된다.
어느 멋진 날 VS 어느 거지 같은
날
오랜 병마에 시달리다 윤서 나이 16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몸이 되신 윤서의 아버지.
죽기 전 윤서를 불러 당부하던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아빠가 보지 못한 멋진 세상을 보길 바란다고,
엄마에게 좋은 사람이 생기면 축복해달라고, 아빠로 하여금 바람을 타고 세상을 날아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지 말라며, 이제 자신은
자유로운 몸이 되었으니 가고 싶은 곳을 다니고, 항상 엄마와 윤서를 지켜주겠다는 아버지의 말.
그래서 아버지의 죽음은 그저 슬프지 않았다.
어비자가 자유를 찾았고, 아버지를 행복하게 보내던 날이기에.. 윤서에겐 더없이 멋진 날이었다.
6살 터울의 형 현준과 항상 차별받아왔던 기준.
모든 걸 할 수 있는 형이 질투 나고 부모님에게 서운하기도 했었는데.. 국토순례를 떠났을 때 기준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멋진 날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형이 가질 수 없었던, 형과 다르게 자신에게
주어진 것은 '자유'였다. 12년 전, 대학 입학을 앞두고 떠났던 여행, 혼자인 줄 알았는데 형과 함께였던 여행에서 사고로 형이 죽게 되고,
기준은 그 이후 자유를 잃게 되었다. 형의 죽음으로 그의 인생에선 더 이상 멋진 날은 없을 거라고..
윤서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아버지의 말씀 따라
자신의 인생에서 스스로 멋진 날을 만들어가는 삶을 살고 있었다. 매 순간 아버지와 함께 하는 마음으로..
그러던 중 어머니가 좋은 분을 만나 재혼을 하게
되고, 3달동안의 신혼여행을 떠나게 되고,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카페 '벨레자'의 임시 사장으로 오게 된다. 그리고 그, 차기준을 만나게
된다.
기준은 형의 죽음 이후,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자유와 사랑. 아니, 사랑은 포기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받을 수도, 줄 수도 없게 되었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사고로 인해 다친 다리로 인해 자신의 꿈이었던
육사를 포기해야 했고, 형이 가려던 길을 자신이 가야 했다. 그리고 자신보다 형을 더 아꼈던 부모님의 실망과 그를 향한 원망에.. 그는 부모님
앞에서 더 이상 NO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어느새 기준은 형, 현준의 인형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일년 365일, 무섭게
일에만 매진하는 기준. 그렇게 자유를 포기하고, 꿈을 포기하고 형 대신으로 살아온 기준,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풀어낼 곳이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 마음속으로 울분을 삭히고, 분노를 숨기니.. 어느새 마음에 병이란 것이 생기게 되고, 그 병은 자신의 모르는 사이에 기준을 갉아먹고
있네요.
가끔 들르는 백화점 내 카페 '벨레자', 그곳에서
자신과는 정반대의 따뜻한 웃음으로 맞이하던 윤서와 만나게 되고, 기준은 윤서에게 속절없이 끌리게 되죠.
포기하고, 복종하고, 외롭고, 고립되었던 남자
주인공 기준은 요 근래 읽었던 책의 남주 중 가장 불쌍하고 안쓰러웠어요.
형의 죽음이 자신 때문인 듯해서, 어머니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YES, 어느새 그의 별명은 마마보이 되었고, 부모님은 그런 그를 인형처럼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었죠. 속상한 마음 한번
시원하게 표출하지 못하고 가슴 깊이 꾹꾹 누르다 보니 어느새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정도까지 가버린 기준은 참으로 불쌍했어요. 그런 그 앞에
구원자처럼 나타난 윤서에게 기준은 미친놈처럼 부여잡죠.
윤서가 아니었다면, 기준은 얼마 가지 않아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자신이 무슨 말을,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까지 가버린 기준. 그런 기준의 모습에 윤서는 처음 놀라기도 하고, 기분 나빴지만, 윤서 역시 기준에게 끌렸기에..
그를 보듬어주네요.
기준은 왜 부모님의 말에 옴짝달싹 못하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고, 윤서는 기준에게 조언하죠.
멋진 날은 스스로 만드는 거라고, 누군가가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자신이 지켜봐 줄 테니.. 당신도 당신의 멋진 날을 만들어 보라고.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하는 날은 당신과 내가 같이
만들어 가자고.
윤서의 말대로 기준은 점점 바뀌어 갑니다. 부모님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어필하고, 자신은 형의 대용이 아니다. 그러나 끝까지 변하지 않는 기준의 부모님.
결국 기준은 자신의 자유와 멋진 날을 위해
부모님과 등지기로 해요. 기준의 방법은 극단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책을 읽어보면 자연스레 기준의 행동을 이해할 것이다.
참고, 또 참고, 모든 걸 억누르며 살아왔던
12년의 시간.. 그러지 않았다면 스트레스로 언제고 미치거나 돌연사했을 수도 있기에.. 그의 결정에 나는 응원했다.
그동안 누리지 못 했던 자유와 받지 못 했던
사랑을, 윤서를 만나서 비로소 할 수 있었던 기준.
그의 인생에서 다시 한번 멋진 날을 만들어 갈 수
있음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윤서처럼, 기준처럼.. 그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멋진 날처럼, 저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그렇게 멋진 날도 있었구나 상기할 수 있도록 인생을 알차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더 기프트' 이후로 잘 맞는 류향 작가님의
글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