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신간들이 쏟아지고 있는
로맨스 소설. 그중에 꼭 사야해 하는 게 별로 없는 듯하다.
그중에 기다리고 기다려 구매한
주인앤님의 신작.
추석 연휴에 읽고 싶었으나 연휴가
끝나고야 받았다. 그리고 바로 읽기 시작.
간만에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만났다.
강운경 - 前 잘나갔던 변호사,
現 사진 작가
차희수 - 갤러리 '예랑' 전시팀
실장
태어나자마자 친부모로부터
버림받았던 희수. 핏덩이일 때 지금의 부모님에게 공개 입양되었다.
남부럽지 않게 잘해주시고, 잘
자라온 희수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는 버려졌다는 상처가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고교시절 과제 때문에 친구 서준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고, 어릴 적부터 모아왔다던 장난감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던 서준을 마음에 담았다.
별거 아니던 장난감들인데도 자기와
함께 했던 시간이 있기에 쉽게 버릴 수 없다던 서준의 말에 망가진 장난감 하나조차 쉽사리 버리지 못하고 소중히 여기는 정서준이라면, 버려졌던
희수는, 또다시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사로잡히지 않아도 되겠다는 믿음과 함께 서준에 대한 마음이 자랐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3년 전,
서준이 연인과 헤어진 틈을 타 그의 곁에 섰으나 예전에 따뜻한 정서준은 없고 빈껍데기 정서준만 남아있었다. 그래도 괜찮아, 언젠가는 자신을
바라봐주겠지 하는 마음. 처음이야 어쨌든 정서준이 마지막은 차희수일테니까.. 그러나 그런 생각은 결혼식 전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희수의 오빠 희원의 친구인
강운경. 고등학교 3학년 때 내기에서 져 희원의 집을 처음 가게 되었고, 그리고 희원을 반기는 두 살 아래의 여동생 희수를 만나게
되었다.
피 끓는 청춘이던 열아홉,
그렇게 운경의 심장 안에 들어온 토끼 같은 희수, 당장이라도 한 입에 꿀꺽 삼키고 싶은 야생의 짐승 같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이것이 사랑인가? 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희수에게 그대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여태껏 보아왔던 사랑은 지겨워지면 헤어져버리는, 영원하고 순수한 사랑이 아니었기에 운경은
표현할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희수는 친구를 짝사랑했고, 희수를 바라봐주지 않는 서준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아직은 이르다, 나의 진심을
표현하기엔.. 그렇게 운경은 한국을 떠났고 3년 후, 희수의 결혼 소식과 함께 다시 돌아온 한국. 그리고 버림받은 희수. 이제 내 차례다. 나의
모든 것을 차희수에게 올인!
어릴 때부터 사사건건 시비 아닌
시비를 걸어온 강운경이란 남자, 버림받아 진흙탕에서 허우적 되는 희수 앞에 나타났다. 이번엔 무슨 말로 심기를
어지럽힐까?
그런데 운경이 뜻밖의 제안을
하네요. "남자의 변심에 대한 복수는 남자로 하는 거야."
그 복수로 인해 운경이 얻는
무어냐 묻는 희수에게 "너는 최고의 복수를 하면 되고, 난 최고의 연애를 하면 되는 거야."라고 답한다.
그리고 알게 된 희수를 향한
운경의 마음. 3년 동안 서준을 향했던 희수와 마음과, 그 오래전부터 희수를 향한 운경의 마음이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그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복수를 하는데 수단이 되어주겠다던
운경의 말을 쉽게 넘길 수가 없었다. 희수 오빠의 친구로 만나는 거 말고 공적으로 엮이게 된 두 사람.
희수가 기획하고 있는 전시회의
작가가 운경이었던 것. 전시회를 했으면 한다는 희수에 제안에 운경은 단번에 오케이 한다. 그 제안을 수락하는데 원하는 조건은 단
하나.
'차희수와의
연애.'
희수가 생각하고 경험했던 연애는
쓰디쓴 약 같았는데, 운경이 생각하는 연애는 무엇인지.. 그녀의 물음에 운경은 대답했다.
연애는 필름을 채워가는
거.
폴라로이드가 좋겠어. 한
장 한 장 채워 가는 거지. 차희수가 밥 먹는 모습, 차희수가 차 마시는 모습, 지금처럼 살짝 눈가를 찌푸리며 찡그리는 모습 같은 것들도
좋겠지.
그렇게 채워 가는
거지. 강운경이라는 필름에
수정할 수 없는, 순간순간의 차희수를 박아 넣는 거.
아무도 가지지 못한 그
한순간을 가져가는 거. 그게 연애야. -page. 122~123
희수와 운경의 연애는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주인앤님의 책은 세 번째네요.
전작인 '품 안에 남자'를 재미있게 읽었고, 그 책을 계기로 첫 책인 '애로애로'를 읽었더랬죠.
작가님의 책의 주인공들은 정말 다
좋았어요. 여리여리한 듯하지만 고집스러운 면을 가지고 있는 여주인공들, 그리고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 여주인공을 향한 일편단심이 특징이죠. 특히
애로애로의 악마 새끼 마재윤은 나쁜 남자의 매력이 물씬 풍겼었는데, 그에 견줄 만한 캐릭터가 바로 강운경이란 남자 같아요.
희수에게 까칠하게 대하는
운경이지만 항상 희수에게 져주는 남자. 십여 년 동안 좋아했기에 한 번이라도 직접적을 마음을 표현했을 법한데도 그리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희수가 좋아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챙겨주었을 뿐.. 그렇게 희수가 몰랐던 걸지도 모르겠다. 운경이 너를 짝사랑해왔노라 말했을 때서야 그동안에
운경이 자신을 위해 해줬던 것을 깨달았던 것처럼.
서준을 향했던 마음을 단번에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운경과의 계약 아닌 계약을 착실히 수행하는 모범생 희수.
그들의 사랑이 점점 무르익어 갈
때쯤 다시금 등장하는 서준의 존재에 흔들릴 수도 있었을 텐데, 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단호함을 보여주는 멋진
여주인공이었어요.
다시 돌아온 서준은 찌찔한
모습으로 희수와 운경 앞에 걸림돌이 되었지만 단호하게, 그리고 더욱더 깊어진 그들의 사랑으로 극복~
이전에는 운경에게 직접적으로,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던 희수였는데, 운경과 아침을 맞이한 날 운경을 향해 내뱉은 그녀의 한마디가 감동적이었어요. 운경이 그토록
기다렸던 그 말.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나는 사랑의 아픔을 배웠고.
당신을 사랑하는 동안에
사랑이라는 기적을 다시 배웠으며.
당신과 나란히 마주 선
지금, 당신만 사랑하게 될 평생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당신께
고백합니다.
강운경
씨.
"당신을,
사랑합니다." - page.
394~395
또한 운경이 연애가 필름을
채워가는 것이라 말했던 것처럼, 희수의 성장과정, 그와 함께 했던 순간순간들을 사진으로 프러포즈 했다.
그리고 이후에 이어질 사진은
연애질 말고, 결혼해서 채우자 말하는 운경. 아, 어떻게 안 넘어가나요~
"고마워요."
기다려 줘서, 인내해
주어서, 무엇보다 사랑해 주어서.
이건 당신이, 아니
당신과 사랑하는 동안 많이 행복해질 걸 알기에 미리 전하는 인사예요.
"기억하라고, 차희수. 강운경 인생에 잭팟이 터지는
순간이야." - page.
409~410
차희수를 향해 모든 것을 걸었던
강운경 그이 인생은 차희수와 함께 함으로써 초대박 난 것이다!!!
이렇게 알콩달콩 아름다운 로맨스를
읽고 난 후에는 언제나 허전함을 느낀다. 나에게도 이런 기적 같은 사랑을 선사할 남자가 언제 나타날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니까.
두고두고 다시금 읽게 될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에' 두툼한 두께의 내용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흘러갔다. 좋다 좋아~ 작가님 다음 작품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