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 바이 미
보라영 지음 / 마루&마야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최인우(35) - 대한 자동차 기획이사
주은별(31) - 대한 자동차 디자인센터 선임 연구원
 
서로에게 한 눈에 반한 두 사람.
진한 와인색 블라우스를 입고 있던 은별에게 눈길이 간 인우와, 서늘한 눈매를 가진 인우에게 끌려 꼼짝도 할 수 없었던 은별.
처음은 그저 옆을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은별이 곤경에 처하자 인우가 도움을 주게 되고, 그에 보답을 하겠다 하던 은별에게 인우는 명함을 건네게 되고, 두 사람은 다시금 만나게 되죠.
첫 만남에서 그들은 라이벌 회사의 직원이었는데, 다시 만났을 때 인우는 은별에게 스카우트를 제안합니다. 스카우트 제안에 은별이 응하고, 처음부터 서로에게 마음이 끌리던 두 사람은 은별의 고백으로 사귀게 되죠.
라이벌 회사의 직원으로, 다음은 같은 회사의 상사와 부하 직원으로, 그리고 연인으로 시작한 두 사람. 연인이 되고 1년 후.
같은 회사에 다니지만 바쁜 일로 얼굴 볼 시간도 별로 없는 두 사람. 은별은 내내 생각해왔던 것을 인우에게 말하죠. 반은 장난으로, 반은 진심으로.
 
"우리, 같이 살지 않을래요?"
 
그저 농담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것 같았던 인우는 뜻밖에도 순순히 받아드리는데..
연인으로 1년, 그 시간동안 인우에게 있어 은별은 같이 있고 싶은 여자였고, 그러니 매일을 함께 지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짧은 시간 안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여자였다.
1년이란 시간 동안 은별에게 인우는 어떤 감정이든 잘 드러내지 않는 남자였다. 먼저 좋아한 것도 자신, 사귀자고 말한 거도 자신, 그리고 이제는 동거까지 제안하다니..
도통 감정을 알 수 없는 그이지만, 한번씩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채고 대해줄 때에는 그에 대한 불평들이 사라져버린다는 은별.
 
동거를 시작하는 것은 큰 결심이겠죠.
그것도 홀어머니와 여동생이 있는 여자에게 있어서 말이에요. 은별에게 동거란 인우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어하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동거의 끝은 인우와의 결혼을 생각했죠.
그러나 인우는 은별과는 좀 달랐던 것 같아요. 바쁜 일로 은별과의 함께 할 시간이 부족했는데 동거를 함으로써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결혼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죠. 그건 아마도 그의 불우한 과거때문이었을 거에요. 입양아였던 인우는 스무살이 넘어서 파양됐기 때문에, 그리고 입양됐던 가정에서 그리 행복하지 않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함께 동거를 시작한지 1년.
자연스럽게 아침에 일어나 인우는 아침을 준비하고 은별을 깨우죠. 은별은 그가 준비한 아침을 먹고 그를 위해서 넥타이나 옷을 골라두죠. 여느 부부처럼 말이죠.
마냥 좋았던 동거는 아니죠. 의견차이로 서로 다투기도 했지만 그들은 서로 배려해가며 살아요.
이제는 그와의 결혼을 생각하는 은별. 그에게 때때로 결혼할까요? 라는 말을 하지만 그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NO.
그의 대답에 실망하지만 아직은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구나 하며 기다려야지 하는 은별.
 
배려는 참 좋은거죠.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도 안좋죠.
은별의 어머니가 암에 걸려 수술을 받게 되어 은별이 고향으로 내려갔을 때, 사실은 인우에게 기대고 싶고, 와줬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그가 힘들어할까, 불편해할까 말하지 못하는 은별.
인우는 인우대로 자신에게 힘들다고 말해주지 않는 은별이 서운했던 거고, 그동안 쌓여왔던 서운한 마음들이 터지고 말아요.
왜 내 입장은 생각해주지 않냐는 은별의 외침도, 왜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느냐 내가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난지 몰라서 그러느냐는 인우의 외침도.. 모두 다 이해가 되요.
자신의 더 많이 인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은별은 인우의 마음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인우는 어릴 적부터 받아왔던 그를 향한 멸시들로 인한 자격지심이 은별에 터져버렸던 거에요.
그렇게 서로를 향해 터뜨려버리고 잠시 잠깐 떨어져 있게 되는데.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죠. 그녀가 없는 곳에서, 그가 없는 곳에서.. 그들은 서로의 빈자리의 크기를 알게되고, 서로에게 한발짝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죠.
 
보라영 작가님의 책은 우리들 일상 속에 녹아든,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아 더 좋아하는데요.
전작인 익숙해진다는 건, 소랑호젠이 그랬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감가게 이야기를 쓰셨는데, 이번에는 동거라는 조금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소재인데 잘 풀어내신 것 같아요.
또한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답게 그 부분도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쓰셨더라고요.
역시나 19금 소설답게 씬들이 많이 등장하네요. 그러나 그 씬들이 거부감들지 않게 적절하게 들어가 있는 듯해요.
최인우라는 사람... 바쁜 일로 시간도 없는데... 참 알차게 쓰십니다. 장소불문인가요. 식탁에서, 거실에서, 차안에서.... 19금이라 격정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잔잔했어요.
크나큰 갈등은 없지만 이야기에 지루함은 없네요. 다만 세작품 연속적으로 비슷한 분위기의 소설이라.. 다음은 조금 다른 분위기의 글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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