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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스크래치
이종신(쉴만한물가) 지음 / 신영미디어 / 2014년 8월
평점 :
연재 때에도 간간히 읽었던
스크래치. 그런데 종이책으로 출간되었을 때 사 볼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 전자책으로
출간되어서 얼른 사서 읽었더랬죠.
송채아 (27) - JB그룹
비서
안수혁 (31) - JB그룹
사장
신데렐라가 되어 왕궁에
입성해야겠다는 채아는 선배들 중 팜므파탈로 유명한 세희를 찾아가 남자를 요리하는 비법을 배우고 싶다 말한다.
사랑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남자를
유혹하고 조정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채아.
초반의 이런 채아의 모습에 조금은
속물적인 여주인공이구나 생각했다. 남자들의 시선을 끌고자 계산 끝에 옷을 입고, 향수를 고르고 행동을 하는 채아.
채아가 그렇게 상류사회에 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얼까?
몇 년 후, 채아는 JB그룹의 안
회장의 비서로 일하던 중, 안 회장이 건강의 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그 뒤를 이을 후계자 안수혁이 찾아오게
된다.
채아를 만나기도 전에 그의
가족들에게 그녀를 조심하라는 말을 듣게 된 수혁은 처음부터 색안경을 끼고 채아를 경계하게 된다.
안 회장의 지시로 수혁의 비서로
일하게 된 채아. 첫만남에서부터 자신의 정체를 꿰뚫는 수혁이 흥미로웠던 채아는 자신을 상류층으로 데리고 갈 왕자로
낙점한다.
그 왕자를 어떻게 구워 삶을까?
생각보다 쉬웠다.
수혁의 비서로 일하게 된지 약 두
달, 그 사이 채아는 수혁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고 할까나?
수혁이 일하고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더록 옆에서 완벽하게 오피스 와이프가 되어주었기 때문!
매일같이 자신의 옆에서 자신을
챙겨주던 여자가 단 하루 자리를 비웠다. 그러면 이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처음은 별거 있겠어 하겠지만,
어느덧 그녀가 해주던 것에 익숙해졌던 남자는 그녀의 빈자리를 여실히 느끼게 된다.
그리고 채아는 충분히 매력적인
여자다.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겠다던 수혁은 조금씩 그녀에게 끌리게 되는데..
미묘한 줄다리기를 하던 그들은
술이라는 미약으로 하룻밤을 함께하게 되고, 어쩌다 결혼을 하기로 한다.
초반에는 조금 지루했다. 채아가
어떤 목적으로 상류층에게 들어가고 싶어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수혁을 만나고는 회사에서는 완벽한
비서로써 업무를 처리하고, 수혁과 결혼을 약속하고 나서부터는 성적 매력을 마구마구 발산하는 여자로 변신하는 채아에게 박수를
짝짝짝.
결혼을 결심하고 나서부터 서서히
드러나는 그녀의 상처, 그리고 그의 상처.
남들은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고
있는 수혁이지만 그라고 완벽할 순 없다. 부유한 가정환경이지만 그 속에서 결핍된 것은 있었다. 바로 사랑.
기쁠 때에 함께 할 사람이
없었고, 아파서 누워있을 때도 자신의 곁을 지켜준 이는 가족이 아닌 도우미들이었다. 커서 첫사랑을 만났고, 힘든 시간을 거쳐야겠지만 그녀와
행복한 삶을 꿈꿨던 수혁이었지만 첫사랑은 그를 배신했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애정을 갈구하는 수혁은 채아를 만나 조금씩 그녀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한다.
상류사회에게 들어가고자 각고의 노력을 했던 채아의 속내는 그녀 역시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았던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버렸던 그 사람이 자신을 버리고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도 이렇게 잘 살고 있음을 복수하고 싶었던 걸까?
이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인 듯 한데, 끝에서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린 게 아닌가 싶다.
복수를 위해 그저 수단으로 이용하려 했던 수혁이었지만, 어느샌가 그의 상처에 마음이 쓰이고, 그가 실망하고 아파하지 않기를 바라게
되면서 복수에 대한 마음이 희미해진게 아닌가 생각된다.
끝에 빵 터져야 하는데, 그 한 방이 너무 약했다. 그것말고는 19금 소설답게 중간중간 등장하는 그들의 러브씬은 좋았고, 그들을
응원하는 가족들도 괜찮았던 책이었다.
크래파스나 유화 물감 따위를 색칠한 위에 다른 색을 덧칠한 다음 송곳, 칼 따위로 긁어서 바탕색을 나타내는 미술 기법인 스크래치, 이
책에서는 복수심을 안고 상류층으로 들어가려는 채아의 상처로 얼룩진 모습을 표현하는 게 아닐까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