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홍수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정말 기다리고 기다렸던 홍수연 작가님의 눈꽃 개정판.
출간되기 전부터 제 가슴이 빠운스 빠운스 했더랬죠. 표지 좀 보세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오묘한 스타일~
구판과 개정판 무엇이 다를까? 제이어드와 서영의 사이에 달달한 에피소드가 더해졌을까 하며 읽기 시작했네요.
 
제이어드 에이드리언 ♡ 에너벨. S. 유  (서영)
 
스무 살의 제이어드.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던 중 낡은 포드 차 안에서 해맑은 웃음을 짓는 단발머리의 소녀를 보았다.
그 이후 소녀의 성장을 지켜보는 제이어드. 어린아이였기에, 지켜보는 것에만 만족해야 했던 제이어드 앞에 그 어린 소녀를 꼭 닮은 여자가 나타나고, 어린 소녀를 갈망하는 마음에, 이제는 소녀를 잊어야겠다는 마음에 소녀를 닮은 여자를 안게 된다.
 
열여덟의 서영은 언니와 함께 집을 찾은 검은 머리, 은회색 눈동자를 한 제이어드와 눈이 마주친 순간 서영은 세상이 멈춘 듯 한 느낌을 받았다.
그날 이후, 언니와 헤어진 제이어드를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서영.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우산도 없이 하교를 해야 했던 서영 앞에 나타는 제이어드. 그날을 포함해 그 겨울, 제이어드가 서영에게 찾아온 것은 세 번.
그 세 번의 만남 이후, 제이어드가 서영의 가슴 안에 들어왔다.
 
그리고 몇 년 후, 센트럴파크 근처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두 사람.
두 사람 사이에 사적인 말은 없었지만, 제이어드는 매주 토요일 아침 7시 30분 조깅을 하고 들러 커피와 오렌지 샐러드를 먹는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두 사람이라고 할까?
그리고 서영은 꿈에 그리던 에이드리언 그룹 계열사에 입사하게 된다. 언젠가는 제이어드와 함께 같은 곳에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3년 후, 은행 실적 발표 때문에 뉴욕을 방문한 제이어드는 회사 정문 앞에서 서영과 조우하게 된다.
그날 이후, 서영은 혹시나 제이어드와 같은 곳에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은행 쪽으로 전배 신청을 하는데, 우연이었을까?
에이드리언뱅크 경영관리 본부장 산하 기획팀에 발령받은 서영은 같은 곳에서 제이어드와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
십여 년을 참고 참았던 제이어드가 드디어 서영을 찾기 시작했다.
끝이는 보이는 그들의 사랑, 시한부 사랑.
제이어드와 서영, 두 사람 다 알고 있는 그들의 사랑, 그렇기에 더 아프고, 애틋했다.
 
**
 
구판과 개정판의 차이를 알아볼까요?
사실 크게 변한건 없어요. 읽으며 달라진 점이 거의 없어서 제가 당황했을 정도에요.
디테일한 부분들이 조금씩 바뀌었네요
거기에 제이어드가 서영을 생각하는 장면이 하나 추가되었어요. 아무도 없는 새벽, 회사 내 서영의 자리를 찾아가 서있는 장면이요.
또 하나, 에드리언뱅크 내 임원 한 사람이 제이어드와 서영의 데이트하는 것을 목격하는 장면이 등장해요. 구판에서는 데이트하는 것을 봤다라고만 나왔는데, 개정판에서는 그 장면의 상세한 내용이 나와요. 그러나 역시 묵언수행 커플답게.... 대화가 없습니다. 그러나 서로를 향한 눈길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애틋했어요~
개정판이라서 뭔가 달달함을 기대하셨더라면... 저처럼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에필 하나쯤은 추가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는데... 어흑... 작가님이 조금 얄미워졌어요.
후기를 보니, 개정판을 출간하시게 된 이유가 눈꽃을 출간하던 당시, 바람을 완성하시느라 조금 소홀했던 부분들을 다듬고, 삭제했던 몇 부분을 다시 넣은 것이 개정의 이유라고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 작가님을 미워하지 맙시다. 구판을 꺼내 놓고 비교하면서 읽었는데요. 이야기는 같으나 문장을 다듬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구판을 읽을 때와 똑같이 같은 부분에서 울컥했고, 애틋했고, 좋았어요.
여러분들은 개정판을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하네요.
 
*
 
이제 제가 좋아하는 부분을 봐볼까요?
 
1. 3년 만에 회사 정문에서 조우하게 된 제이어드와 서영.
 
그렇게 습기가 가득한 뉴욕 하늘 아래서, 그들이 마지막으로 보았던 센트럴파크가 10분 거리에 있는 맨해튼 한가운데에서, 흩뿌리는 그 빗방울 사이로 그들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제이어드를 보며 우산이 떨어진지도 모르고 모른 채, 제이어드의 존재를 느끼던 서영과, 서영을 이곳에서 마주한 것이 놀랍고 반가웠던 제이어드. 그러나 모르는 사람처럼 스쳐갔던 두 사람.
이 문장이 참 좋습니다. 그 장면이 눈앞에 그려질 정도로요.
 
2. 제이어드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
 
그 어떤 순간에도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 중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그런데 그 순간, 오랫동안 서영의 머릿속에서 떠돌던 모든 고민들도 함께 사라졌다.
가벼워지자고, 그렇게 결정해 버렸다.
어떤 것도 결정하지 말자고, 그렇게 결정해 버렸다.
어떤 것도 마음에 담지 말고, 어떤 것도 주지 말고, 어떤 것도 받지 말자고, 그렇게 결정해 버렸다.  다가오는 시간과 시간들이 무엇인지 그냥 알고만 싶을 뿐이라고.
.
.
이렇게 그냥…… 시간을 나누고, 이야기를 하고, 가까이서 그를 보고, 그의 옆에 잠깐 있는 일. 그게 오랜 시간 서영이 막연하게 꿈꾸던 것들이었다. 이 정도라면, 나중에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서영이 안쓰러웠다. 마음에 담지 말고, 어떤 것도 주지 않고, 받지도 않겠다던 그녀의 결심처럼 되지 않아서..
제이어드를 가득 마음에 담아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었던 서영이.. 몹시도 안쓰러웠다.
 
3. 제이어드와 서영이 첫 밤을 나누던 장면.
 
잊지 말라고. 후에 모든 걸 다 잊어도, 함께 했던 모든 순간, 아픔들 다 잊어버려도.
내가 너에게 낙인을 찍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네가 한순간이라도 내게 속해 있었던 이 순간만큼은.
너는 절대 잊지 말라고.
다른 것들은 다 거짓이어도, 이 한 가지만큼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고.
.
.
이제, 돌아갈 곳은 없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조부의 바람이자 제이어드의 최종 목표는 행장.. 그러나 그 길을 함께 하기엔 서영은 평범한 여자이다. 평범한 여자로서 사는 것이 가장 예쁜 그녀이지만.. 더 이상 그녀를 보낼 수 없는 제이어드.
 
4. 제이어드의 생일, 경비행기를 타는 제이어드와 서영.
 
같이 죽어도 행복할 거라고 그날 서영은 생각했다.
어둡고 까만 뉴욕의 여름 밤하늘을 그와 단둘이 날던 시간.
시원하고 약간 축축했던 바람, 쏟아지던 별, 계기판.
아래에 보이는 뉴욕의 반짝이는 네온들, 작은 집들.
앞 좌석에 보이던 그의 어깨, 그의 팔, 그의 손가락.
중간에 정말로 비행기가 들썩거리자, 그 위험 속에서 함께 나누던 즐거운 웃음.
저기, 불빛 속에 있는 뉴욕 사람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어떤 홀가분함.
또는……, 아쉬움 같은 것.
숨 막히게 아름다웠던 그들의……, 야간 비행.
이렇게 여기 있으면 어쩌면 우린, 계속 함께 있어도 될지 몰라.
 
오직 단둘이 함께 한 시간이 좋았던 서영. 그 순간에는 그의 꿈에 걸림돌이 아니고, 후에 그와 이별했을 때, 그와 함께한 소중한 기억이므로..
 
5. 출장을 위해 뉴욕을 떠나는 제이어드.
 
제이어드는 주머니를 뒤져 버릇처럼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그 행복이 곧 그의 손에 닿을 듯 말듯 했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정말 조금만 기다리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터였다. 반지는 다시 꼭 돌려줄 거였다. 이번엔 이 반지와 어울리는 말과 함께.
끝까지 곁에 있어 달라고 무릎을 꿇고 이야기할 터였다. 다른 남자들이, 자신ㄴ의 여자들에게 그러는 것처럼, 이제 그도.
그 긴 시간을 거쳐 이제야 청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기대와도 같은 떨림이 그의 가슴을 채웠다.
 
어머니의 반대에도 서영과 함께 하려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제이어드. 그의 마음을 오롯이 표현하지 못해서였을까? 조금은 표현해도 되었을걸.. 이렇게 혼자 가슴 떨려 하며 서영과 함께 할 나날을 꿈꾼다.
 
6. 스키장에서의 제이어드, 눈물을 펑펑 흘리게 만든 장면.
 
그 춥고 시린 새벽, 약혼자의 집에서 그를 보기 위해 뛰어나와 주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선물.
그날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이던 하얀 눈꽃, 그리고 너.
그때 하지 못 했던 말들이 이제야 그의 머릿속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떨어져 있던 그 길고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언제나 하고 싶었던 단 한 마디.
네가…… 보고 싶었어.
단지 네가……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어.
저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까만 어둠 속으로 빠져들며 그는 생각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고통도 그리움도 모두, 끝나는 거라고.
 
서영이 떠난 뒤, 불면증과 그리움, 외로움으로 힘들어하던 제이어드. 아마도 이 휴가를 떠나면서 그는 이런 끝을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에게 '혹시 운이 좋아 기억상실이 걸릴지 어떻게 아나요?' 이렇게 말했던 이유가.. 서영이 없는 곳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었을 지도..
위험한 일인지 알면서도 밀고 나갔던 제이어드.. 이 장면에서는 항상 눈물이 나요. 제이어드의 심정이 절절하게 제 마음에 와닿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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