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어느 사이에
염원 지음 / 우신(우신Books)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이노님의 글을 읽고 바로 잡은 염원님의 글.
시놉을 읽었을 때, 친구에서 연인물이라는 것을 캐치했었다.
첫장을 읽는데 어? 뭔가 로맨틱 코미디물같은 냄새가 솔솔 풍겼는데... 페이크였던가..
사실 조금은 묵직한 이야기였다.
 
유고은(32) - 보컬 트레이너 겸 가수 지망생.
고은기(32) - 고급 회원제 레스토랑 '청담 paris'의 셰프 겸 대표.
 
고등학교 동창인 고은과 은기.
그들의 이름은 하나로 연결된다 유고은+고은기 = 유고은기!
고등학교 2학년 같은 반이 되고, 첫날부터 유고은기로 엮어 임시반장과 부반장을 했던 두사람.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싫어했었다, 아니 싫어하는 척 했던 것.
교내에서 고은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항상 활발하며 인기가 좋았던 고은과 달리, 고은이 누군지 몰랐고, 무미건조한 학교생활을 하던 은기.
그렇게 서로 상반된 성격을 가진 유고은기. 재미있을 것 같았던 고등학교 2학년, 그러나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 32살의 두 사람을 보여준다.
 
어릴적부터 가족 앞에서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 고은은 가수가 되고 싶었다.
아니 이미 남들이 들으면 알 만한 드라마 OST도 몇 곡 부른 가수. 가수이지만 무대에 한번도 서보지 못한 가수인 듯, 가수 아닌, 가수 같은 고은.
데뷔도 못하고 회사에서 보컬 트레이너를 하면서 가수가 되고자 노력하는 고은이네요.
그러던 어느 날, 십여년 동안 자신과 함께한 매니저 대훈의 소개로 고급 회원제 레스토랑 '청담 paris' 무대 면접을 위해 '청담 paris'에 갔는데,
그곳에서 고등학교 동창인 은기를 만나게 된다. 한 눈에 서로를 알아 본 두 사람.
어릴 적 성격 그대로 깐깐한 은기과 무한 긍정의 소유자 고은.
 
가수라고 하기도 그런 고은을 자신의 레스토랑 무대에 세울 수 없다고 정확하게 말하는 은기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넘기는 고은.
그러나 매주 월요일 '청담 paris' 휴일, 고은은 은기의 레스토랑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서로 친해진다.
이렇게 큰 임팩트 없이 흘러갈 것 같았던 그들 사이에, 서로의 가족이 얽힌 사연이 존재했으니.
그로 인해 고은은 십여 년동안 데뷔도 못했던 것이다. 그 오랜 시간동안 찰떡같이 믿고 의지했던 사람들에게 뒤통수를 맞은 고은.
항상 웃는 얼굴로 무한 긍정의 에너지를 보여주던 그녀의 얼굴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마는데..
은기도 알고면 불쌍한 캐릭터더라고요. 가족 누구에게도 축복 받지 못한 그의 탄생, 열 살 이전의 기억이 없으며, 그 이후로도 그의 집안에서 없는 존재처럼 여겨졌던 은기, 그로 인해 일찍 철이 들었고, 그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 만난 고은은 무미건조한 그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되었다. 다시 만난 후, 조금씩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속에 들어온 고은.
위기한 처한 고은을 이제 은기 자신이 지켜야겠다고 생각한다.
 
'은기를 알고 고은을 아는 이들에게 당당하게 내세울 거다. 유고은을 고은기 옆에 두겠노라고.'
 
은기는 슈퍼맨같은 남주다. 아니다, 슈퍼맨 맞다! 고은을 위해서 뭐든 다 하니까. 고은을 위해서 허울뿐이었던 가족들마저도 버려버리는 은기다.
깐깐하기만 하던 은기가 고은을 다시 만나고 난 후에는 다른 남자들처럼 고은의 주변에 있는 남자를 향해 질투도 하고, 조금씩 사람다워지는데 조금은 귀엽다, 이 남자.
고은 또한 참 좋은 여주인공이다. 선척적 유창성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스물 한 살때에 교통사고로 전신마비로 3년을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신 어머니, 그리고 외할머니와 함께 사는데 어머니의 사고 이후, 힘들어하는 가족들과 으쌰으쌰 힘내서 살아왔고, 데뷔도 못한 채 십여 년을 보내고 있지만 좌절하지 않고 발성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고, 무한 긍정으로 생활하는 그녀가 참 좋아다. 씩씩한 여주인공!
 
어찌보면 로맨스 부분이 부족한 듯 하나? 아니다 끝에 포텐 터지듯 하는 로맨스다.
부족했던 듯 느꼈던 이유는 고은과 은기, 어느 사이에 연인이 되어있었으니까.
어느샌가 레스토랑에 와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하는 고은이, 자신의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고은이, 노래 부르다 지쳐 잠이든 고은이 좋았던 은기.
어릴 적 못된 말을 했던 은기가, 힘겨웠던 자신의 손을 잡아줬던 은기가, 다시 만났던 순간까지 깐깐했던 은기가, 사람냄새 하나 풍기지 않았던 은기의 공간이, 휴식시간마저 자신에게 내어준 은기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사과하는 은기가 좋아져버린 고은.
고은과 은기가 자신도 몰랐던 사이 서로를 채워주는 시간들.. 참 좋다.
 
고은과 은기 외에 등장하는 인물들. 무턱대고 미워할 수 없었다. 그들도 무언가 하나가 결핍된 사람들 같았기 때문이다.
대훈도, 여경도, 은기의 어머니도, 은기의 형도.. 조금은 불쌍하고 이해가 됐었기 때문에 그냥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은기 아버지는 예외!
믿었던 사람들로 인해 뒤통수 맞은 크나큰 충격을 받았던 고은, 가족들로부터 상처를 받았던 은기가 점차 서로의 상처를 껴안고 나아가는 후반부, 그와 더불어 농익어(?)가는 두 사람의 로맨스로 이야기는 끝난다.
첫번째 에필에 등장하는 그들의 귀여운 고등학교 생활, 참 좋다.
두번째 에필도 좋았다. 그들의 2세를 보며 자신의 닮을 구석을 찾아내는 은기란... 뜻밖이었지만 귀엽더라고요.
 
기대가 많았던 작품, 기대에 조금 못미쳤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다음 글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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