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람이 너로 가득해서
이노 지음 / 마루&마야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연재할 때에도 재미있게 읽었고, 종이책으로 나오길 기다렸던 작품.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고 섬세하게 풀어나가는 이노님의 글.
이번에도 나의 가슴 한가운데를 퍽! 명중시키네요.
 
이전 작품들과는 다르게 후회남의 글이라는 '그 바람이 너로 가득해서'
그래서 그런지 대체로 밝지는 않고, 다소 우울하고 먹먹했던 것 같아요.
때로는 남주인공 태서에 감정이입하고, 대부분 여주인공 해이에 감정이입해 긴 글을 읽었어요.
 
신영기획 광고사업부 기획 3팀 대리인 31살의 여주인공 송해이.
광고계가 그렇듯 광고 하나 들어가면 야근을 밥먹듯하고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일, 그런데 하필 이때 해이가 속해있는 3팀의 팀장이 사고를 치고 나가버리고, 남은 일은 오롯이 해이와 3팀 사원들의 몫.
회사의 명예가 걸린 광고였는데 이를 보기 좋게 말아먹은 3팀. 팀 해체 위기에 놓이는데..
팀 해체를 막을 유일한 방법, 광고계 떠오르는 신예? 빈트를 스카우트 해오라는 것.
 
빈트의 주소를 같고 매일같이 찾아가 기다리고 바람 맞길 열다섯번째.
이제는 해도 지치는지 쪽지를 붙여놓는다, 내일은 제발 아무데도 가지 않기를 빌면서, 그녀의 간절함이 통한걸까?
다음 날, 빈트로부터 답이 왔다. 집 근처 카페에서 보자는 것.
카페에 들어가 빈트를 기다리는 그녀 앞에 나타난 한 남자, 바로 빈트이자 주인공 박태서.
해이와 3년을 사귀었고, 5년동안 잊어보려 노력하는 남자. 두번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았던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화창한 날이 급격히 어두워지며 그와 헤어지던 그 날처럼 비가 내렸다.
 
재회한 그들의 이야기.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그 바람의 이야기.
5년 전, 26살이었던 해이와 태서.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상처로 인해 사랑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태서, 그런 그를 꽤 오랬동안 바라보고 좋아했던 해이.
비가 내리던 날, 갑작스런 해이의 고백으로 사귀게 된 두 사람. 처음부터 해이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없을 거라고 말했던 태서지만
3년이 지나도록 해이에게 마음 한 켠 내주지 않았던 그였다. 그렇게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마치, 혼자 사랑하는 것처럼..
태서가 곁에 있어준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만족했던 해이었지만 가장 힘든 순간 곁에 있어주지 않았던 태서에게 크나큰 상처를 받았고 그 둘은 헤어졌다.
 
그런데 왜 5년이 흘러서야 태서는 다시 해이를 찾아왔을까?
다시 찾아온 태서로 인해 또 한번 해이의 가슴이 차디찬 바람이 부네요.
 
"애써 피했는데, 다시 부네."
"뭔지 모르지만 크게 신경 쓰지 마요. 어차피 바람이라면, 머무르지 않고 지나갈 테니까."
그는 머무르지 않고 지나갈 거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지나갈 거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 She said.
박태서에게 송해이는 이상한 여자였다. 아니, 바람 같은 여자였다. 있는 듯 없는 듯 불어오다, 가끔은 그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바람처럼. 그렇게 태서의 곁에 머물던 여자는 처음 그에게 다가왔던 것처럼, 소리 업이 사라졌다. - He said.
 
같은 회사, 같은 팀에서 상사와 부하로 일하게 된 태서와 해이.
좀 더 외국에서 공부하려 했던 태서가 한국에 자리를 잡은 이유, 해이다.
해이는 왜 태서가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고, 그 이유를 물었다.
 
"왜냐고 물었지."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진 그의 목소리는 단조로운 듯했으나 비에 젖은 것처럼 묵직하기도 했다.
"궁금해졌어."
그래, 그게 이유였다.
"송해이, 네가."
이별을 고하고 홀로 울어 버린 네가.
"그리고 내가."
헤어지고 5년이나 그 기억을 간직한 내가.
 
짝사랑으로 시작했던 해이의 사랑. 그와 사귀고 나서 시간이 흐르면 자신을 봐주겠지 했지만 그는 끝까지는 자신을 바라봐 주지 않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 하지 않는 태서였기에, 태서의 얼굴 표정 하나하나 신경을 쏟아부었던 해이. 그래서 태서가 왜 힘들어 하는지 묻질 못했고, 투정 한번 부리질 못했다.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자신에게 대해 관심을 주지 않으니 슬금슬금 지쳐버렸던 해이.
태서가 참 야속했다. 어머니에 대한 상처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알지만 곁에서 항상 자신을 바라보는 해이를 그렇게 외면해야 했을까?
5년 전, 해이가 힘들고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이별을 고해을 때, '왜?'라고 한번이라도 물어봤으면 지금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건데..
읽으며 두 사람때문에 참 답답했어요.
 
"처음에는 넘칠 듯 가득 찼던 너에 대한 감정이 점차 메마르다 못해 날 말라 죽게 만들더라. 분명 행복했는데,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내 착각이었어."
"……."
"네 옆에서 사랑을 한다는 건 그래. 날 말라 죽여. 언젠가는 미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태서와 이별을 하고, 마음 줄 곳이 없었던 해이는 일로 도망을 쳤다. 그런데 지금 태서가 그녀의 일터에 함께 한다.
이젠 어디로 도망쳐야 할까요? 당장이라도 태서가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지만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위해서 잠시잠깐 시간을 갖는 해이.
해이와 함께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태서입니다. 사귈때에는 생각 못했던 부분들이, 이제서야 떠오르며 해이에 대해 미안함과 사랑이 샘솟는 태서. 이제와 후회하면 뭐하나? 있을 때 잘 하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하며 태서를 나무라는 저입니다..
 
이제는 상황 역전. 그 옛날 내 곁에 있어만 주면 된다고 고백했던 해이처럼, 이제 태서가 해이에게 부탁하네요.
사랑해 달라고 안 할테니, 내 곁에만 있어주라며.. 시간을 갖고 천천히 해이에게 다가가려 하는 태서.
태서의 애원에 알겠다며 더 이상 거부하지 않고 시간을 갖는 해이, 그러나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춰 버리는데..
 
아, 리뷰를 쓰면서도 태서에 대한 미움과 해이에 대한 답답함이 계속되는 것 같아요.
연인 사이였지만 남과 다를 게 없었던 두 사람. 대화가 필요했었는데.. 조금 더 노력했더라면 이러지 않았을 건데...
이야기를 읽으며 답답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이 알콩달콩하는 장면이 지극히 적고, 밀어내고 밀어내는 장면밖에 없어서요.
그러나 두 주인공 간의 감정선이 참 좋습니다. 가슴에 팍팍 와닿는 표현들이 좋아요.
읽으며 여러 감정들이 뒤죽박죽이었어요. 그래서 그 많은 감정들을 글 솜씨가 없어서 표현하지 못하겠네요.
직접 읽어보시어요. 두 사람때문에 답답하겠지만 좋을 거에요.
다 읽고나니 fly to the sky의 '너를 너를 너를' 이란 노래가 생각나더라고요.
노랫말 중에 '나의 사랑이 아직 어려서 편하게 너를 보내지 못하나봐. 어린애처럼 소리쳐 울며 보채야만 내게 돌아 올 수 있겠니.'
무뚝뚝한 태서지만 나중엔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요?
 
'그 바람이 너로 가득해서' 글 속에 유난히 비오는 날이 많이 등장해요.
비 오는 장면들이 중요하게 작용하거든요. 비 오는 날 사귀기로 하고, 비 오는 날 이별을 했고, 비 오는 날 재회를 해요.
제가 이 책을 읽은 어젯밤에도 우연찮게도 비가 내렸어요. 비가 내리니 감정이입이 더 잘 되었던 작품.
이노님 글은 저랑 잘 맞아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잔하지만 공감하게 만드는 글.
이번 글은 알콩달콩함이 너무 부족했어요. 다음은 알콩달콩 로맨스이길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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