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피다
우지혜 지음 / 청어람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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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우지혜 작가님의 3번째 이야기. 책이 나올때마다 점점 작가님의 글에 매료되고, 작가님의 글이 진화하는 듯 해요.

'여름, 찬란한 그들' 보다 '경계를 넘다'가 좋았고, 이번에 읽은 '해바라기, 피다'가 정점을 찍은 듯 하다.

해바라기, 피다'의 두 주인공은 요근래 만난 캐릭터들 중 완소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여주인공 심서연 - 태산 그룹 심건택 회장의 무남독녀, 현직 검사

남주인공 차강준 - 경호학과 학생

 

고교시절 돌아가신 어머니,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아 새 여자를 데리고 들어온 아버지.

하나뿐인 자식인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아버지. 한창 예민한 시기 몸에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웅크리고 있던 서연은 어머니의 유품 정리 중 발견한 편지로부터 웃음을 되찾았다고 할까요? 어머니가 생전에 후원한 고아원 아이들로부터 받은 편지. 상처 받아 지친 그녀가 눈속을 헤쳐 찾아간 고아원에서 서연은 순수함을 간지한 아이들로부터 위로를 얻게 된 서연.

천사원 아이들 중 한명이었던 차강준. 서연이 고아원을 두번째 찾았을 때, 자신에게 달려와 해맑은 웃음으로 '고맙습니다. 누나'라 말하는 강준.

그 이후로 세상과 아버지로부터 반항심이 생길 때마다 왜인지 모르게 강준의 얼굴이 떠​오르게되고 마음 속 어지럽고 날 선 마음이 가라앉고 힘든 시기를 보낸 후 대한민국 검사가 된 서연.

 

'고맙습니다. 누나'라고 해맑게 웃던 열두살의 강준도 시간이 흘러 듬직한 대학생이 되었어요. 경호학과에 재학 중인 강준.

​서연이 처음 천사원을 찾았을 때처럼 눈이 내리던 날, 서연이 오랜만에 천사원을 찾았어요. 그런데 보통때라면 제일 먼저 나와 그녀의 손에 들린 짐을 들어주며, 쫓아 나오는 아이들로부터 든든한 가림막이 되어 줄 강준이 보이지 않네요. 항상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팍팍한 대학 생활을 해오던 강준이 오랜만에 MT를 떠났다는 말에, 잘했다는 생각과 반대로 서운한 기분이 드는 서연이에요.

천사원에서 시간을 보내다 떠나려는 그 때, 멀리서 다가오는 인영. 바로 강준이었어요. 서연은 반가운 마음과 한편으론 열두살의 그 어린 아이가 이렇게 멋진 남자로 성장했구나하며 가슴 떨려하네요.

 

스물 다섯의 대학생, 강준. 그 또래라면 술도 마시고, 여행도 다니며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내지만 강준은 잠 잘 시간도 줄이며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도 장학금 받으며 다니는 성실한 학생이에요. 왜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버는지 이유를 모르는 친구와 서연.

강준은 돈을 모아야하는 목표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서연때문이었어요.

어릴 적, 가끔 찾아오는 서연이 반갑고 떠날 때는 아쉽기만 했었는데 점점 커 가면서 서연에게 다른 감정이 생기기 시작한 강준이에요.

그러나 자신의 마음은 표현지하지 못해요. 자신의 처지에 서연 같은 여자에게 고백같은 건 할 수 없다 생각하는 강준.

 

서연이 강준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고, 강준의 친구로부터 강준의 마음을 알게된 서연. ​그리고 어느새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해요.

아, 이렇게 멋진 남주라니 오랜만이네요. 어릴 적부터 간직해온 마음. 행여나 그 사람에게 짐이 돌까, 피해가 갈까 마음을 꽁꽁 묶은 채 마음 한자락 내보이지 않았던 강준. 그저 바라보는 걸로 만족하려 했던 강준. 좀 더 그녀와 가까워지기를 바라며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번 돈으로 서연의 집 가까운 곳에 집을 얻은 강준. 긴 시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사람만을 바라보는 건 힘들지 않을까? 서연보다 어리지만 마음만은 한없이 큰 강준이에요. 그런 해바라기 사랑을 받고 있는 서연이 참 부럽게 느껴지더라고요.

 

설레임 가득한 두 사람의 관계에 먹구름이 잔뜩 끼고 말아요. 바로 서연의 아버지가 그 이유죠.

서연을 그저 사업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서연. ​ 이제껏 참고 참아왔던 서연이 아버지와의 전쟁을 선포하게 되요. 그런 서연을 위해, 서연의 뒤에서 몰래 서연의 일을 돕는 강준. 자신이 위험에 쳐하는 것보다 서연이 우선인 강준. 어느 순간부터 강준에게 존재의 이유가 되버린 서연. 서연을 도와준 일로 위험에 쳐하고 크게 다치지만 서연이 다치지 않았다는 것과 서연의 일이 끝났다는 걸로 만족하는 우리 강준 씨.

 

주인공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 후 이어지는 러브스토리에 잠깐씩 쳐지는 내용들을 많이 봐왔는데 '해바라기, 피다'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 후 급격히 진행되는 스토리에 긴장감있고, 몰입되더라고요. 서연과 아버지의 전쟁. 서연의 직업이 검사잖아요. 서연에게 배당된 기업의 비리 문제. 그걸 돕기 위해서 그 기업 보안팀에서 일하며 비리에 관한 증거를 빼오는 강준. 그 일로 서연과 강준에게 미행이 붙고, 납치가 이어지는 내용.

자칫 지루하거나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었을 내용이지만 두 사람의 로맨스와 잘 어우러져 재미있게 진행되었어요.

그 부분에서 남주인공인 강준의 존재감이 빛나더라고요. 연하남이 이렇게 멋질 수가 있나요? 연하라고 안느껴질정도로 신중하고, 위험을 쳐했을때도 당황하거나 위축되지 않고 차분함을 잃지 않는 강심장의 소유자, 강준. 이때 또 한번 반했다우.

 

강준의 칭찬만 했나요? 서연 역시 멋진 여주인공이랍니다. 강준에 대한 마음을 인정한 이후론 거침없는 이 여자! 항상 가슴속에 찬 바람만 불던 서연이건만 강준의 행동 하나하나, 강준의 한마디 한마디에 서연의 가슴속에 봄바람이 부네요. 강준이 자신때문에 위기에 쳐해있자 그동안 아버지라고 함부로(?)하지 못했던 서연이지만 그 길로 당장 아버지를 찾아가 선전포고를 하는 서연을 보며 역시나 멋진녀성! 하며 엄치를 치켜세웠네요.

오랫동안 봐왔던 사이고,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두 사람. 서로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어려운 상황이 왔을 때도 흔들림없더라니. 아, 완소커플.

 

'경계를 넘다'에서 또 한번 진화한 작가님의 글.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주인공들 못지 않게 존재감을 들어내고 나의 사랑을 받았던 조연이자 두 사람의 든든한 조력자인 송인하. 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더불어 등장한 깜짝 인물. 바로 전작인 '경계를 넘다'의 남주인공 권정씨입니다. 에필에 등장해요. 우리 강준 씨가 정의 경호원으로 나오더라고요.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 정을 보니 반가웠어요.

 

원래 저는 연상연하물을 별로 안좋아해요. 그런데 '해바라기, 피다'는 강준이 연하임을 잘 못느끼겠더라고요. 아마도 서연을 향한 해바라기 같은 강준의 마음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작가 후기를 읽어보니 원래는 새드엔딩을 계획하셨던데, 새드엔딩이었으면 작가님을 참 미워했을 거에요. 로맨스는 해피엔딩을 지향합니다. 다음 작품도 해피엔딩물로 만나요.

 

 

"보고 싶다, 가지 말라는 말은 우리 사이에 금기 같은말이었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조금만 사정을 이해할 만한 나이가 되면 어김없이 듣는 말이었어요.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도, 얼굴을 비추는 후견인들도 꽤 있었는데도, 왜 늘 당신이 그립고 아쉬운지 몰랐어요. 입학식, 졸업식 때 부모님이 없는 건 아무렇지 않으면서, 혹시 당신이 오진 않을까 하루 종일 목을 빼고 기다리게 되는 게 무엇 때문인지 알지 못했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지쳤을 때, 가끔 내 처지가 초라하고 비참하게 느껴질 때, 왜 늘 당신이 떠오르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냥 그렇게, 당신은 날 지키는 신념이 됐어요. 가야 할 길을 비춰주고, 그곳으로 나를 이끌어주는 태양처럼. 거기서 그만둘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걸."

"그럴 자격이 없다고 수도 없이 되뇌었어요. 절대 아닐 거라 부인하고 외면하려고 해도, 딱 한 번, 잠깐 당신이 눈앞에 나타나 웃기만 해도 내 의지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고 말아요. 피해지지도 않고 포기는 더더욱 안 돼. 나도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더는 욕심부리지 않을게요. 그냥, 더 이상 숨겨지지가 않아서 이야기하는 것뿐이니까, 제발…… 그냥 가지만 마세요."

"널 내 옆에 두고 싶은 마음이야말로 내 이기심일지도 몰라. 난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아. 앞으로 네가 감당해야 할 일에 비하면, 네가 지금 갖고 있는 나에 대한 감정은 아주 하찮게 느껴질 수도 있어. 네 선택을 후회하고 날 원망할지도 모른다고. 그래도, 그렇다고 하더라고."

"나는 네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어쩌면 그것 때문에 네 인생이 어그러진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그럴 수 있겠니?"

"제가 가진 가장 가치 있는 건 제 미래예요. 고작 그걸 대가로, 당신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제 생애 최고의 행운이죠."

* page 164~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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