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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있어
홍경 지음 / 로코코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홍경님의 두번째 종이책 '가고 있어'
빠른 시간에 증쇄에 들어간 인기 많은 아이랍니다.
어쩌다 보니 홍경님의 '미련'과 '가고 있어'는 제가 연재를 챙겨 읽었더라고요.
이러기 쉽지 않은데, 홍경님 제가 작가님을 많이 사랑하나봐요 ㅋㅋㅋㅋ
여주인공 태이경 - 인테리어 디자이너
남주인공 이강주 - 대형 법무법인 '문성'의 차기 대표자
그 옛날 CF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이 책의 내용이 그래요. 이경은 대학교 1학년 때 피아노를 멋있게 치는 영재와 친구가 되었다.
영재와 친구가 되고서는 영재의 주변사람들과도 함께 어울리게 되요. 그때 만나게 된 사람이 바로 남주인 강주에요.
강주는 오랫동안 영재를 좋아했고, 결국 영재와 사귀고 있던 중이었죠. 그때부터 이경은 강주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친구의 연인이기에 마음을 감출 수박에 없었던 거에요. 그런데 영재라는 친구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이경은 항상 그래왔듯이 강주의 곁에서 친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함께 하고 있었죠.
졸업 이후, 로펌에 취직 한 후 강주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줄기차게 선자리에 나가요. 선 자리에 나가 몇 분 앉아있지도 않고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강주. 여느때처럼 이경과 편안한 시간을 갖고 있던 중, 이렇게 선자리에 계속 나가느니 그냥 아무 여자하고 결혼이나 해버릴까라고 이경에게 말하죠.
가만히 듣고만 있던 이경이 강주에게 말합니다. 그런 결혼을 하느니, 차라리 나와 결혼하는 게 어때?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결혼 생활.
이경의 마음은 항상 강주를 향하고 있지만, 강주의 마음은 이경과 같은 마음이 아니에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하죠. 아니 두 사람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아니니, 이 공식이 성립되지 않죠.
강주를 사랑하는 이경, 결혼을 하고 시간이 흐르면 강주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안고 결혼을 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강주는 자신을 바라봐주지 않아요. 호기롭게 결혼 생활을 시작했지만 점점 힘들어지는 이경이에요.
그리고 결국 이경은 결혼 1년만에 강주에게 이혼을 요구합니다.
'짝사랑은 오리가 꽥꽥, 우는 거랑 똑같아.'
'오리?'
'응. 오리 울음소리는 메아리가 안 된대.'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오리가 아무리 꽥꽥 울어도 주위에서 그 소리를 모조리 흡수해 버린대. 돌아오지 않는 소리, 너무 슬프지 않아?'
사랑한다, 사랑한다, 강주야, 널 사랑해. 아무리 외쳐도 돌아오지 않는 그의 마음.
이경의 마음이 대변되는 오리이야기는 참 슬펐다. 짝사랑은 이처럼 힘든거구나.
이경이 어떤 마음으로 이혼을 결심했는지를 읽으면서 남주인 강주가 너무나도 미웠어요.
강주가 결혼 생활 내내 이경에게 나빴던 건 아니에요. 사랑만 주지 않았던 거지, 여느 부부처럼 맛있는 게 있으면 같이 가 먹고, 함께 자전거도 타고, 영화도 보고 여가생활을 즐기고, 이경이 아플때는 살뜰히 챙겨주고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했던 거죠. 꼭 필요한 사랑이 없으니. 나머진 친구 사이에도 다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사람은 누구나 있을 때 소중함을 몰라요. 꼭 없어지면, 잃고나서야 이 소중함을 깨닫죠.
강주가 그렇습니다. 이경과 비로소 이혼을 하고서야 이경의 소중함을, 이경에 대한 마음을 깨달아요.
이제부터 시작되는 후회남의 이야기. 그렇다고 후회남의 처절한 이야기는 또 아니에요.
잘난 남자 이강주는 이혼 하고서도 뻔뻔함으로 이경에게 다가가니까요. 이런 면에서 강주가 얄밉더라고요.
이경은 왜 강주에게 모질게 대하지 못하는 걸까? 아이고, 아이고, 이경아 좀 더 냉담하게 대하렴. 제가 다 속상하더라고요.
이경에게 멋진 서브 남주를 붙여주셨지만 서브 남주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어요. 존재감 확실히 들어가게 해주시고, 강주에게 위기감을 빵빵하게 느끼도록 해주셨으면 했는데 서브 남주가 소리없이 사라져버려서 좀 아쉬웠어요.
이경에게 천천히 가고 있다고 말하는 강주.
처음은 서툴렀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경의 마음을 이해하고, 지난 날의 모습을 반성하고 진심으로 이경에게 고백하는 강주.
진심어린 강주의 고백이 통한 걸까요? 더 이상은 강주를 밀어내지 않는 이경.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벽.
그 벽은 진즉에 두 사람 사이에 대화로 허물 수 있었을 건데. 이경에겐 금기시 되는 대화 주제였고, 강주에겐 결혼하면서 아니 그 전부터 잊어버리고 아무 장애가 되지 않는 대화 주제였는데, 이경이 조금 더 용기를 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다, 좋다. 이 이야기도 선 결혼 후 사랑 이야기인가? 음, 이혼 후 사랑이야기.
유쾌함없지만 잔잔하지만 야금야금 내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 연재 때 아쉬웠던 부분을 많이 채워준 종이책.
에필도 나름 빵빵해서 참 좋았어요. 전작인 '미련'도 좋았고, '가고 있어'는 더 좋았고, 다음 책이 기대되는 작가님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