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래된 비밀
이채영 지음 / 다향 / 2014년 5월
평점 :
설리 언니로부터 받은 이채영 작가님의 책.
물들다와 그저,사랑이 딱 내 스타일이었기에 이번에도 기대를 했죠.
음, 잔잔하고 좋기는 한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어요.
산업 단지 앞에서 '지금 이 순간'이라는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스물 아홉의 여주인공 주다연.
스무 살 독립 이후 혼자 살아왔는데, 갑작스런 집주인의 통보로 급하게 이사를 가야했다.
카페 일로 집을 알아 볼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집도 없다.
늦은 밤 하소연처럼 올린 SNS를 동생 다형이 보고 부모님께 연락함으로써 다연은 오랜 독립을 끝으로 집에 들어가게 되었네요.
집으로 들어가는 날.
동생 다형은 연락이 안되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집.
동생 다형이는 없고, 웬 남자 한명이 있다?
뒤늦게 집에 온 다형으로부터 알게 된 이 남자.
다형이가 큰 돈을 빌려 집을 구할 수 없게 된 그 남자에게 집 안방을 내줬다는 것.
그렇게 남동생 다형이와 다형이가 아는 형, 남자와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다형의 아는 형, 그 남자, 신서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그녀를 드디어 마주했다.
십여년 전, 버림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죽어버려야지라고 생각했을 때 자신을 잡아준 따뜻한 천사같은 존재였던 다연.
드디어 그녀를 만났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 못할 만도 했다. 그때와 그와 지금의 그는 많이 달라졌으니.
자신을 경계하는데 다연에게 자신을 기억해내보라고 말하는데..
잔잔하고 조금은 무거운 글이었던 오래된 비밀.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는 두 사람.
어린 나이에 서준을 낳은 부모님, 어머니는 서준을 낳고 집을 나가버렸고, 혼자 남은 서준의 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을 망쳐버린 서준을 싫어했고, 결국 추운 겨울 서준을 버리고 떠나버렸다.
다연은 일찍 돌아가신 생모, 그리고 생모의 죽음 그 얼마 후, 집으로 들어온 새어머니와 동생 다형이. 그 때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는 기쁨과 자신에게 다정다감하게 대해주시는 새엄마가 정말 좋았고, 사랑했다. 그런데 몰래 듣게된 새엄마의 진심에 다연은 상처를 받았다. 그토록 사랑했던 엄마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저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라 키울 뿐..
비슷한 시기에 가족으로부터 상처 받은 아이들이 만났다.
다연은 홀로 버려진 서준이 자신 같았고, 그를 살뜰히 챙겼다. 그리고 말했다.
"죽을 생각 하지 마."
"네가 죽으면, 내가 미친 듯이 슬플 거 같아."
"네가 잘됐으면 좋겠어. 아픔을 씩씩하게 이기고, 누구보다 잘 사는 모습으로 다음에 보고 싶어."
그리고 십여년이 흐른 뒤, 그 아이를 만났다.
정말 그때와는 다르게 잘 컸고, 멋진 모습으로 나타난 그가 자신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다연은 그를 보며 가슴이 떨렸다.
어린 시절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에게 위안을 얻은 다연과 서준.
서준에게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었고, 다시 그녀를 만났을 때,
힘들어하고 외로워하는 그녀를 자신이 지켜주고 싶어했다.
다연보다 어림에도 흔들림없이 그녀를 기다리고, 지켜주는 서준.
오로지 주인공 두 사람에게만 맞춰진 이야기.
두 사람간에 흐르는 감정들이 좋았다.
서로를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해가는 두 사람을 보며 흐뭇해했다.
조금은 무거웠지만 잔잔하게 흘러가는 스토리가 좋았지만 역시나, 달달함이 부족하다.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더 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야기는 끝나버렸다.
작가님이 참 야박하네요. 그저, 사랑도 그렇더니 오래된 비밀도 역시나 달달함을 보여주시지 않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