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크님의 <목요일, 그날의 기억>.
올라오는 리뷰들마다 평이 좋아서 기대가 됐어요.
작가님의 선물로 받은 책. 소풍으로 온몸이 경직되어있었는데 어젯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어요.
스튜디오 SOO의 팀장을 맡고 있는 서른 살의 이서현 씨.
팀장이란 직함처럼 똑부저리게 일도 잘하고, 예쁜 얼굴에, 착하기까지 한 그녀.
그러나 그녀는 시간이 부족해요.
회사 일을 하고, 퇴근 후에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병행 중이죠.
그건 모두 가족이라는 이유때문이에요. 어릴 적 빚만 잔뜩 남기고 사라져버린 아버지때문에 어릴 때부터 엄마와 서현은 닥치는대로 일을 했었죠. 빚을 거의 다 갚고 연립 주택을 장만했을 때쯤, 이제는 쉬어도 되겠구나 싶었던 그들의 가족에게 어머니의 페암선고가 내려졌죠.
사는 내내 고생고생만 하던 어머니를 이대로 보낼 수가 없어 치료를 진행하는 서현. 어머니의 병원비로 집을 월세로 돌리고, 잠을 줄이고 이것저것 안해본 일이 없어요. 아무리 일을 해봐도 밑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일까요? 이제는 조금씩 지쳐가는 서현 씨.
여느때와 같이 퇴근 후 대리운전 알바를 하는 중, 마지막 손님을 받았죠.
이 손님만 보내고 병원에 들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쯤 아는 척을 해오는 손님, 최지환.
유원그룹의 막내 아들, '유진'의 대표, 이혼남인 최지환.
죽마고우인 SOO의 조희수 이사를 만나러 갔던 스튜디오에서 서현을 보고는 관심을 보이는 지환.
자신의 친동생같은 서현에게 행여나 귀찮게 할까봐 지환에게 서현을 건들지말라는 경고를 하는 희수였지만,
생전 친구인 희수에게 일을 맡기지 않았던 지환은 그날 이후로 여러 개의 일들을 SOO에 맡기게 되요.
그리고 그 일을 맡게 된 서현. 공적으로 만나게 된 서현은 다른 여자들처럼 자신에게 추파를 보내지도 않으며, 항상 똑부러지게 일을 처리하고,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게끔 철벽수비를 하고 있는 여자였죠.
그러던 어느 날, 술자리를 파하고돌아가는 길, 대리운전을 하겠다고 온 한 여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운전을 하는 그 여자가 눈길이 가고, 헤드라이트 불빛에 밝혀진 얼굴, 요즘 들어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는 여자, 이서현.
그렇게 공적으로만 만났던 두 사람은 사적인 일로 만나게 되죠.
회사에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고 있는 서현의 상황을 알게 되고, 계약을 제시하는 지환.
그녀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지환은 서현을 갖는다.
달콤하 제안이라 할 수 있었죠. 힘든 상황, 지환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어머니와의 시간을 갖는다는 거.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얻는 게약. 비밀엄수라는 조건.
그리하여 매주 목요일은 계약의 조건으로 그들이 만나는 날.
이 계약 지속된지 어느 덧 1년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그저 경제적인 도움을 받겠다고 시작했던 그들의 계약, 그러나 1년이란 시간동안 일주일 중 하루의 시간을 공유했던 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동생을 유학 보내고 여유가 생기자 서현의 마음에 저도 모르는 사이 지환이 조금씩 들어왔던가 봅니다.
지환 역시 처음의 시작은 서현을 보며 다른 사람을 찾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오로지 이서현만을 생각하며 일주일 중 목요일 단 하루가 아닌 매시간을 공유하고 싶었던 거겠죠.
그런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거.
그 동안 두 사람을 방해하는 요인들도 등장하지만 서현 특유의 무심함과 의연함으로 위기를 넘기지만, 지환 전처의 얼굴과 닮았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지환을 사로잡았다는 말도 안되는 악담 등에 힘들어하다 결국 지환의 곁을 떠나게 되죠.
이제서야 두 사람의 마음이 통하여 같은 길을 가려나 했는데, 서현이 상처를 받고 미국으로 떠났을 때, 그 서현을 잡지 못하는 지환에게 분통이 터졌어요. 아니 처음부터 말을 했었야지.. 왜 바로잡지 못했었나.. 지환이 참 미웠더랬죠. 미국으로 서현이 떠난 후 좀 더 빡세게 굴려줬었으면 했는데 작가님 마음이 약하셨는지 금방 풀어주더라구요.
재벌 3세 미남이지만 이혼남인 지환, 그에 비해 가난하지만 유능하고 예쁜 서현. 세상은 참 불공평해요. 역시나 돈이 최고인가봐요.
서현으 입장에서 책을 읽으니 지환이 참 미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거.
서현에 대한 감정을 깨닫고는 서현을 괴롭히는 악의 무리들을 깔끔하게 제압하는 이 남자.
역시 남자는 박력이 있어야해..
19금 꼬리표가 달리지 않았지만 비교적 많은 씬들, 그러나 거슬리지 않고 그 장면들로 지환과 서현의 심리와 서로를 향한 감정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잔잔하지만 조근조근 제 마음을 자극하는 책이었어요.
차크님 책은 처음인데, 어떤 글에서 차크님 작품 중 목요일, 그날의 기억이 최고라는 문구를 봤던 것 같아요.
저도 좋았어요. 그래서 작가님의 전작을 찾아볼까 하는데 이 말이 좀 걸리네요.
그래도 궁금하니까 찾아봐야겠지요?
역시나 저는 무심하지만 똑부러지는 성격의 여주인공을 좋아하는가봐요. 서현의 캐릭터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어디 이런 여주인공 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