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연님의 신작 <오닉스>
사실 비연님 작품은 로맨스를 시작했을 때쯤 읽었던 메두사라는 작품이다.
그 당시 소유욕의 끝을 보여주는 남주인공으로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제대로 읽은게 없네요.
그런데 이번에는 현대물이라는 반가운 소식과 책을 받고 곧바로 읽기 시작했죠.
밤새 읽었던 오닉스.
그녀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렸음에도 다시 그녀를 보고 반하게 되는 남자.
기억을 잃은 남자,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 사뭇 기대가 되었는데요.
미로 리조트 그룹의 후계자인 32살의 한재혁. 그룹 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경주에 내려오게 된 그는 자신이 예약한 룸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로 호텔 측에 컴플레인을 걸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올라온 객실 담당 매니저인 여주인공 라은을 만나게 되는데요.
그들의 첫 만남, 아니, 재회.
28살의 호텔 객실 담당 매니저로 4년동안 일해온 라은은 룸에서 재혁을 보고 놀라 기절을 하고 말아요.
그런 그녀를 자신의 룸에서 정신을 차릴 동안 옆을 지키는 재혁.
처음 보는 그녀가 낯설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데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자신을 피하는 라은에게 예전 자신과 어떤 관계였는지 궁금증과 함께 그녀에 대한 호기심? 아니, 욕망을 느낀 재혁.
그 후, 걸핏하면 컴플레인으로 그녀를 자꾸만 불러들이는 재혁.
라은은 재혁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8년 전, 모진 말로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버렸던 재혁과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거죠.
아무리 피하려 해도 그는 고객이고, 그의 호텔 생활에 불편함을 없애주는 호텔리어로써 매번 그에게 가는 라은.
8년 전, 자신을 모질게 내치며 다시는 아는 척 하지 말라고 했던 그가 적극적으로 아는 척을 해오며 못된 방법으로 자신을 자극하는 재혁이 너무나 미운 라은.
결국 호텔에 사표를 내는데요.
그러나 재혁은 8년 전, 라은이 알던 그 재혁이 아니에요.
재혁은 교통사고로 사고 전 모든 기억을 잃은 상태, 재혁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과거의 다정한 재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좋아했어요.
그런데 그는 아무 기억도 할 수가 없어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자신의 예전의 모습.
재혁은 결국 거울을 볼 수가 없게 되었어요.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바라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기에.
현재 재혁은 정말 못된 사람이에요. 자꾸만 못된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고, 화를 내게 만들고, 라은의 주변 사람을 괴롭혀 결국은 라은을 자신의 곁에 두게 되죠.
재혁의 상황이 이해가 되요. 아무런 기억이 없는 백지 상태. 25살에 어린 아이처럼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워가야하는 상황, 주변 사람들의 기대. 재혁은 참 많이 힘들었을 거에요. 그 결과 여러 종류의 약을 소지하면서 때때로 자신을 엄습하는 두려움과 고토을 이겨내고 있었어요. 제가 만약 모든 기억을 잃었다면, 재혁처럼 다시 재기할 수 있었을까? 아니, 아마도 나약하게 무너져버렸을 거에요.
재혁이 대단하면서도 한편으론 안타까웠어요.
다시 함께하는 두 사람. 그러나 쉽지는 않아요.
재혁의 주변 사람들에 의해 방해를 받죠. 서윤주 씨와 박소영 씨.
사실 초반에 등장하는 서윤주 씨의 습관인 녹음하기가 이 책에서 뭔가 중요한 key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습관은 사실 특별하잖아요. 역시나, 무서운 도구였더라고요.
스무 살의 라은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어요. 제가 그 상황이었대도 저도 그렇게 당할 수밖에 없겠구나.
사람이 그렇게 잔인해 질 수도 있구나. 서윤주와 박소영의 악행에 혀를 내둘렀네요.
메두사의 남주인 류신에 비하면 집착과 소유욕에서 한참 밑인 재혁이지만, 오닉스를 통해서 라은에 대한 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정열, 부부간의 화합, 행운을 상징하는 보석인 오닉스로 만든 발찌와 팔찌. 라은에게 선물한 발찌는 자물쇠를 달았다는 점이 독특한대요.
이로써 라은을 향한 재혁의 마음을 알게 되었어요.
<오닉스>,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책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다 읽고 나서는 뭔가 허전하더라구요. 뭐지 뭐지?
그들의 달달함은 조금 부족했지만 임신을 한 라은의 모습에서 행복하구나 라는 해피엔딩을 맞이했지만 조금은 아쉽네요.
다시 읽기 되면 허전한 마음이 가실까요?
읽기 전부터 기대치가 높았던 터라 이런 기분이 드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니면 메두사같은 강렬함을 원했던 걸까요?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네요..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