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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결혼
해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설렌다, 예쁘다, 그리고 부럽다.
읽고나니 절로 이런 단어들이 머릿속을 맴돌더라구요.
제가 좋아하는 요조 작가님의 <낭만연애>처럼 <연애결혼>도 평범한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그런 커플의 이야기인지라 공감도 되게 재미있었어요.
스물여덟의 처자, 윤자령씨.
어느 날 고모로부터 선을 보라는 연락을 받게 되요. 선이라, 썩 내키지 않았으나 자령의 약점인 할아버지 이야기를 꺼내셔서 선을 보겠다고 하죠.
자령은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아버지 손에 자랐거든요.
선 보는 날, 그날은 이슬비가 내리다가 빗줄기가 굵어진 날이었어요.
자령은 카페로 들어가 맞선 남을 기다리고 있었죠.
이윽고 등장한 남자, 바로 남자 주인공 김준필씨입니다.
준필씨는 사업을 하고 있는 한 회사의 사장으로 8살 어린 여동생에 의해 여러 차례의 맞선 경험이 있어요. 이번에도 동생의 닥달에 시달려 맞선에 나오게 되었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항상 차에 상비하고 있던 우산이 없었던 것, 주차장에 차를 받치고 가까운 편의점으로 가는 도중 흠뻑 젖어버렸네요.
우산을 사고 빗길에 도로 사정이 안좋아 약속 시간이 지나버려 서둘러 카페로 향했고, 그 곳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 되요.
맞선이 처음인 자령씨와 여러번의 맞선 경험이 있는 준필씨.
카페에 들어와 다짜고짜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커피를 주문한 준필씨.
참으로 무뚝뚝한 준필씨에요. 사실 처음은 사람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행동하는 준필씨가 못마땅했어요.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진중한 그의 성격에 매료되고 말았죠.
준필씨는 자신의 늦은 이유에 대해 타박하지 않고 이해하는 자령에게, 직업이나 조건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려는 자령에게 좋은 감정을 느껴요.
처음부터 이 맞선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자령은 준필씨와 만나며 어서 이 불편한 자리를 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맞선에 나오기 전 고모로부터 상대방의 정보를 들었으나 흘려들어서 준필씨가 자신의 대해 아무것도 모르냐의 말에 심장이 두근두근 죄책감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배가 고파하는 준필씨때문에 식사를 하는 도중 준필씨로부터 타박을 들은터라 얼른 집에 가고 싶어하는데요.
택시를 타고 가려는 순간 들리는 그의 한마디.
"만나 볼까요?"
이렇게 시작한 두 사람.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중매결혼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자령씨.
서로의 조건에 맞춰 결혼하는 사람들이 과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연애를 하고 결혼한 사람들도 헤어지는 마당에 중매결혼 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끝까지 살 수 있을까? 불안해했는데, 준필씨를 만나고 자령은 점점 준필씨에 매력에 빠져들고 말아요.
이제껏 동생에 의해 만들어진 맞선자리에 나가도 별 감흥이 없었던 준필씨는 자령을 만나고 그전과는 다른 감정을 느껴요.
수줍어 말도 못하고 입술을 오물오물하던 그녀가 어쩔때는 솔직하고 당당하게 대답하는 모습에 점점 마음이 끌렸던 거죠.
자령과 만나보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생 준희는 그 여자 꽃뱀 아니냐며, 어떻게 오빠같은 사람을 꼬셨을까? 하는 물음에 그는 생각합니다.
준희가 정의한 꽃뱀이란 : 살랑살랑 거리면서 마음에 드는 말만 골라 해대면서 남자 마음 샤르르 녹여가며 사족 못 쓰게 하는, 순진한 남자 돈 빼먹는 그런 여자.
그러나 정작 준필씨의 귀에는 '살랑살랑'과 '샤르르'만 들렸다는 거.
자령과 데이트를 하며 서로의 취향에 대해서 물었는데, 준필씨는 이렇게 대답하죠.
"내 취향은 꽃뱀입니다."
그에 당황하는 자령씨, 자기랑은 거리가 먼 단어이기에..
맞선이란 주선자를 통해 남녀가 만나는 거잖아요.
그래서 주선자가 상대의 주선자에게 선 볼 사람을 소개하게 될 때 있는 말을 부풀려서 할 경우도 있잖아요.
여기서 자령씨의 정보를 부풀려 이야기한 부분이 나와요.
자령은 그 부분을 알게 되고 나서 고민을 하다가 솔직하게 준필씨에게 고백하고 헤어지려고하는데 우리의 준필씨, 아무렇지도 않다며 딱 한마디 합니다.
"딱 좋습니다."
아아, 이 남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요. 요조 작가님의 <낭만연애>의 서정우씨가 저의 이상형이었는데, 그와 쌍벽을 이루는 남자가 나타났으니 바로 김준필씨.
말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지 자령을 생각하는 마음.
만나다 보니 겉으로 흘러 나오지 않는 그의 마음을 점점 알게되는 자령씨.
중간에 한번 헤어지게 되지만 헤어진 사이에 서로를 너무도 그리워하는 두 사람.
먼 거리를 날아와 자령을 낚아채는 우리의 준필씨. 안반하고 베기나요?
솔직하게 이야기를 이하며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되는 두 사람.
다시 처음부터 연애를 하자고하는 준필씨..
자신이 말을 하지 않아 자령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말에 다시 만나고 나서는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이 남자. 참 좋더라고요.
<연애결혼>이 출간된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재미있다며, 종이책으로 꼭 사야지 하는 이야기들이 많아 뭔가 했었어요.
제가 읽었던 해화님의 작품은 <당신의 체온>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구매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준필씨와 자령씨를 안만났으면 큰 일 날 뻔 했어요.
그들이 헤어지고나서 아파할때 저도 같이 아파하고, 알콩달콩 데이트를 할때는 저도 같이 즐거워하고 희노애락을 함께 했어요.
이렇게 설렘 가득한 책을 읽으니 무척이나 옆구리가 시리네요. 어서 준필씨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어요.
+ 동물원 소풍을 갔을 때, 준필과 자령의 러브러브 장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는, 저도, 좋은 감정이…… 들어요."
"딱 …… 좋아요. 저도."
"누가."
"…… 준필 씨요."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얼굴이 그녀의 얼굴 앞으로 다가왔다. 놀라서 뒤로 주춤하자 그가 행동을 멈췄다. 자령이 호랑이 우리 쪽으로 눈짓을 했다.
"호…… 호랑이는 언제 보실 건지."
"아까 봤습니다."
"언제……."
그가 다시 다가왔다. 입술이 닿을 듯 가까워지자 자령의 심장이 정말 터질 것만 같아 조금 더 뒤로 물러섰다.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굳은 채로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자 그가 묻는다.
"뭐합니까?"
"뭘……요?"
"눈 감아요."
"호, 호랑이가 보는데."
"호랑이 이런 거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