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오후의 거리
박지영 지음 / 청어람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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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잔하기만한 그들의 사랑.

현실의 벽 앞에서 그 벽을 허물지 못하고 숨어버린 은령과 또 그런 은령을 이해해주며 떠나갔던 은석.

읽으며 참으로 안타까운 사랑이야기였다.

 

읽기전부터 뭔가 마음이 답답했던 작품이었다.

그 오후의 거리에 관해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좋다고 해서 나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 어쩌지? 하고 겁부터 먹었다는게 정확하다.

그러다 한장한장 읽기 시작하고 한 챕터가 끝났을 무렵,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무섭게 몰입했다.

지난 밤, 한참을 가슴 졸이며, 또한 눈물 지으며 이 책의 끝을 보았다.

책을 덮으며 다행이다, 다행이다, 행복할 수 있어서... 한참을 연발했다.

 

34살의 은령은 대학교 앞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요. 하루 일과라 함은 손님을 없을 때는 커다란 창가 앞에 앉아 신호를 기다리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보는 것이에요. 봄이 다가오는 시점,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는 여자죠.

그러던 그녀 앞에 진격의 친구 윤혜가 나타나 다짜고짜 약속 장소로 나가라 합니다.

바로 그 남자, 은성을 만나는 약속이었죠.

강은성, 30살의 그는 세계적인 IT기업에 다니고 있으며 7년만에 은령을 찾아왔어요.

그 오후의 거리는 이렇게 은령이 은성을 만나러 약속 장소로 향하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구성이에요.

 

4살의 연상의 은령. 4살 연하의 은성.

그들의 사랑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어요.

은령이 16살 2살 연상인 은령의 오빠의 죽음으로 인해 은령은 피해자의 가족으로, 은성은 가해자의 가족으로 만나게 되요.

그 때의 둘은 그저 원망의 시선으로, 그리고 죄송함으로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27살의 은령과 23살의 은성이 만나게 되요.

은령의 단짝인 윤혜의 동생 윤석의 친구로 은성을 소개받게 되죠.

처음 은령은 은성을 알아보지 못해요. 그럼에도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은성의 눈빛에 마음이 흔들렸죠.

그러다 얼마 못가 은성의 정체를 알내되고, 그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 은성을 밀어냅니다.

그들은 지난 과거의 일로 만나서는 안되는 운명이기에..

하지만 은령을 향한 지고지순한 은성의 마음은 멈출 수 없었고, 그에 또 한없이 흔들리는 은령.

결국 그들은 남몰래 그림자같은 사랑을 시작합니다. 안타까운 그들의 사랑. 언제 끝날지도 모를 아슬아슬한 사랑이 시작됐죠.

그들의 잠시 잠깐의 시간을 아낌없이 사랑해주고 만끽했네요. 한없이 행복한 시간은 짧게 끝나고 말았어요.

또 한번 현실의 벽을 경험한 은령은 은성에게 그만 그림자 놀이를 끝내자고 합니다.

그리고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하려하죠. 아무리 은성이 매달려봐도 은령의 마음을 돌리 수 없었어요.. 그리고 그 둘은 그렇게 헤어졌어요.

은령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없었음을 이해하면서, 껍데기뿐인 그 결혼 생활을,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에 눈물이 났어요.

결혼식을 준비하며, 결혼식장에 들어서면서도 은성을 잊지 못해 마음이 아팠던 은령.

또한 그런 은령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괴로워하는 은성. 사랑 참 얄궂다. 왜 이렇게 그들을 향해 이렇게 큰 시련을 주는지..

 

그가 간다, 점점 멀리.

그가 간다, 내게서 점점 멀리.

그가 갔다. -page. 126

 

그렇게 시간이 흘러 7년 후, 그 사이 많은게 변했네요.

은령은 다시 혼자가 되고, 은성과 헤어진 후로 사이가 나빠져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엄마와의 사이.

은성을 잊지 못하며 무미건조하고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은령 앞에 은성이 찾아왔어요.

23살의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남자는 시간이 흘러 좀 더 단단해진 모습이었죠.

7년이 지났음에도 서로를 잊지 못하고 돌아 돌아서 드디어 두 사람 행복해지는 모습으로 끝이나요.

 

사랑은 강제적으로 잡는다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수줍은 듯 조심스럽게 눈치챌 새도 없이 어느 순간 곁에 와 있는 것이다. 아무리 염원을 담아도 안 되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거부하려 해도 붙들려 버리는 사랑이 있는 것이다. 이뤄질 수 있는 사랑은 소란스럽게 다가오지 않으며 자연스레 품속에 파고드는 것이다. 사랑의 인연이란 그런 것이다. -page. 250

 

해피엔딩을 맞았음에도 너무나 애틋한 두사람이였어요.

은령의 오빠로 인해, 은성의 형으로 인해 상처받았던 두 가족의 일원이 만나서는 안되는 사이였는데 만나게 되었고, 그런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서로에게 향하는 마음을 아무리 참아봐도 참아봐도 견딜 수 없음을 깨닫고 시작한 두 사람이었지만 또 다시 현실의 벽앞에서 손을 놓아버린 두 사람때문에 안타까움과 애잔함을 어쩔 수가 없었어요.

 

여느 소설처럼 두 주인공간에 달달함은 없지만 아련한 그들의 감정선이 잘 표현된 책이었어요.

현실의 벽앞에서 번번히 무너져 밀어내기밖에 할 수 없었던 은령이 이제는 은성의 손을 잡고 시련을 이겨내는 모습에 다행이다 다행이다 했어요.

짧은 문장이지만 주인공의 마음이 여실히 느껴지는 문체가 제 마음을 울리더군요.

읽고나서 내가 느낀 감정을 어떻게 써야하지? 고민고민했어요. 너무 두서없이 글을 쓴건 아닌지... 저의 표현력의 한계를 느끼게 하네요.

무거울 것만 같은 이야기같지만 은령의 친구 윤혜의 이야기로 분위기가 전환되어서 그리 무겁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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