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공주와 마법 거울
나타샤 패런트 지음, 리디아 코리 그림, 김지은 옮김 / 사계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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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많이 바뀌었고 더 이상 전통적인 여성상을 딸과 여학생에게 강요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그런 고정관념이 남아있는 것 같다. 남자는 의젓하고 씩씩해야 하고 여자는 여성스럽고 행동이 거칠지 않아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 아이들의 교복치마는 내가 학교를 다닐 때와 똑같게 불편하고 여성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디자인되어 있고, 자라나는 아이들 또한 다양한 여성성중 사회가 기대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공주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권하고 싶은, 또 읽어주고 싶은 책이다.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나는 새엄마인 왕비 만큼이나 거울이 미웠는데 거울의 말 때문에 잔인하게 의붓딸을 죽이려는 마음도, 백설공주가 죽을 뻔한 위험한 상황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 책의 거울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거울의 모습과는 다르다. 주체적이고 씩씩한 공주들의 모습을 비추며, 훌륭한 공주란 무엇인지 우리에게 생각해 보게 한다.

미국에 머무를 때, 눈 쌓인 가게 앞을 10대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큰 삽을 들고 나와 익숙하게 눈을 치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여성성을 강조하는 사회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모습을 찾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하며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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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와 버들 도령 그림책이 참 좋아 84
백희나 지음 / 책읽는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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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희나 작가님의 책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읽어야 한다. 내게 백희나 작가님의 그림책은 그런 의미이다.

  사실 나는 스토리의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백희나 작가님의 책은 늘 그림에 마음이 빼앗겨서 글보다 더 오래 그림을 들여다볼 때가 많다. 인물을 표현한 닥종이 인형은 추위에 부르튼 피부뿐만 아니라 인물의 마음 상태까지 고스란히 전달해 주어서 오래 얼굴을 마주하며 바라보았고, 나중에는 인형을 만들기까지의 시간과 수고까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책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문구는 이것이다. ‘연이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그리 슬프지 않았어. 오히려 버들 도령을 만나서 도움을 받았던 일이 이상하게 느껴졌어. 연이에겐 그동안 좋은 일이 하나도 없었거든. 그래서 이런 기막힌 일이 닥쳤어도 그래, 그러려니 싶은 거야.’ 힘든 시간을 겪어내는 동안 무감각해지지 않고는 살아나갈 수가 없어서, 살아내기 위해 마음이 무뎌진 사람, 기쁘고 좋은 일이 자신의 삶에 일어날 거라는 기대도 할 수 없고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낼 뿐인 사람. 그런 사람만이 생각할 수 있는 문장이었고, 나 또한 그 말을 이해했기에 오래 문장에 머물렀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위로받은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작가에게도 이 책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이 자기 치유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감히 짐작해 본다. 책장에 꽂아두고 오래오래 들여다보고 싶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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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춘당 사탕의 맛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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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순 작가님의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읽고 이 책을 읽었다. 주제 때문에라도 옥춘당돌아오지 못한 아이들과는 느낌이 다르지만, 나는 두 책을 읽고 고정순 작가님의 이름을 기억하고,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되었다.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은 다 읽고 오래 먹먹한 마음이었다. 최진영 작가님의 일주일을 읽고 그 책을 읽어서도 그랬겠지만, 사회 구조의 문제라고,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신경을 꺼 버리기에는 책의 마지막 여운이 오래 생각에 잠기게 했다. 분위기와 느낌은 다르지만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옥춘당둘 다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자전적 이야기로 느껴지는 옥춘당은 작가가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빨갛고 무지갯빛을 품은 옥춘당은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추억과 두 분의 사랑을 상징한다. 둥글둥글한 그림체와 무채색 톤의 그림 사이에 옥춘당의 고운 빛깔이 책장에서 빛을 발한다. 동네 사람들은 술집 여자라고 꺼리는 여자들조차 넉넉하게 품어주고 세상과 어울리는 법을 가르쳐주는 마음 좋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은 작가의 시선에서 따뜻하게 그려진다


  ‘할머니는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이곳의 시간에는 관심 없는 사람 같았다.’ 나는 작가가 두 분의 아름다운 삶의 순간에서 이야기를 끝맺지 않고, 아프고 병들고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내는, 삶의 쓸쓸함과 스산함까지 그려서 이 책이 더 마음에 들었다. ‘한 사람의 몸에서 시간이 빠져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무력하지만 그 사람을 기억하는 것, 그 기억의 힘으로 죽음을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현실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곁에 있지 않지만 그 사람이 남기고 간 사랑으로 내가 살아왔고, 그 추억의 힘을 곱씹으며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함이라는 것을, 작가는 보여주는 듯 하다.


  옥춘당의 맛처럼 마냥 달기만 한 책은 아니지만, 그 안에 사랑이 있어서 읽으면서 참 따뜻했던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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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부모 - 성장 원리로 풀어쓴 좌충우돌 홈스쿨 모험기
마상욱 지음 / 비비투(VIVI2)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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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자녀를 키우는 엄마여서인지 어쩌다 부모라는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읽기 전 짐작이 갔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몸이 힘들어도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힘든 줄도 몰랐는데,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니 닫힌 방문에 가로막혀 대화도 없고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부모들을 자주 본다. 이 책은 그런 부모들을 위로하며 사춘기 자녀들을 이해하고 아이들의 성장 잠재력을 믿고 격려하게 돕는다.

  

  책의 저자는 자신의 자녀를 키우며 겪었던 일과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들을 예로 들며 현재 청소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떻게 믿고 지지해 줘야 할 지를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부분들이 마음에 남았다.

- 누구에게나 무거운 삶을 긍정적으로 해석해 현재를 건강하게 살아나가는 힘을 키워내야 한다.

- 청소년기의 가면을 벗을 수 있도록 안전한 정서적인 환경을 제공해 주기,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분리되는 12세부터 정서적인 경계, 자신만의 공간, 주도적인 선택권을 존중해 주기, 무엇보다도 자녀들이 주도성을 가지고 힘있게 성장할 거라고 믿고 지지해 주기.

- 청소년을 게임 중독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게임을 그만두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마음 속 깊이 있는 스파크를 찾고, 발현하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것.


  책의 뒤쪽에 있는, 청소년기 아이들의 두려움, 분노, 수치심을 어떻게 부모로서 지도해야 할지에 대한 팁도 유용하고, 청소년기 자녀와 대화하는 방법, 자신이 어떤 아버지인지에 대한 성찰의 장, 척추형 부모와 심장형 부모에 관한 이야기도 유용하다.


  ‘아이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 때문이라는 인식으로 주눅 들어있는 부모들이 많다. 이 책은 그런 부모들을 다독이며 자책하지 말라고 위로한다. 그리고 사춘기 자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부모가 변화되고 자녀가 성장하도록 돕는 실질적인 조언을 건넨다. 그 점이 이 책의 좋은 점이다. 부모에게도 위로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는 위로와 격려가. 단지 뜬 구름 같은 위로가 아닌 실질적인 조언과 함께.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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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씨, 작가 되다 - 2021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선정도서, 2022 월간책씨앗 선정도서 바람어린이책 16
윤여림 지음, 김소라 그림 / 천개의바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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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기대가 되어서 읽고 싶었던 책이다.


날마다 우체국으로 출근하고 저녁이 되면 퇴근하지만 어린이 책 작가가 되기를 꿈꾸는 수달씨. 책 소개 글을 읽고 그림책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나올거라고 기대했던 것도 같다. 어린이 책의 작가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물론 수달씨가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 책은 그림책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수달씨는 우체국에서 만나는 동물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시를 쓰기도 한다. 출판사에 보낸 작품들이 거절당하는 편지를 받고 눈물이 핑 돌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용기를 낸다. 그럼에도 또 거절과 지적의 편지를 받고 슬퍼하지만 수달씨는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수달씨는 작가가 된다


아이들에게는 꿈을 꿀 수 있게, 이미 꿈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는 뒤늦게나마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주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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