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씨, 숲으로 가다』는 그림책이고 짧은 몇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책이지만 읽고 난 후 마음 깊이 울림이 있는 책이다. 이렇게 좋은 그림책을 만날 때 마다 그림책을 읽는 재미가 커지고 행복해진다.
그림책의 첫 장은 잘 차려입은 ‘동물’들로 가득한 길거리 풍경이다. 다들 점잖게 무게를 잡으며 갈 길을 가는데 호랑이씨 만큼은 찌푸린 얼굴로 뭔가 불만에 가득 찬 표정이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이 호랑이씨만 선명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
그림에서는 호랑이씨 주변 인물들이 바르고 틀에 박힌 점잖은 동물들임을 보여주는데 그들은 어두운 색채감의 표정 없는 이웃들의 모습으로, 변화할 줄 모르고 자유롭게 살 줄 모르는 사람들을 대변해 주는 것만 같다. 이웃들뿐만 아니라 배경이 되는 마을 또한 그렇다.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획일적이고 반듯한 모양의 집들...호랑이씨는 거기서 ‘갑갑함’을 느끼고 ‘뭔가 재미있게, 삐뚜로’ 살고 싶어한다. 호랑이의 변화를 주변 이들은 ‘유별난 짓’이라며 참을 수 없어 하지만 그런 변화를 통해 호랑이는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호랑이다워 질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림책을 통해 깊이 있는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작가가 대단해 보였다.
한 민족의 핏줄을 자랑하던 우리나라는 더더욱 남들과 다르거나 독특한, 유별난 행동이나 생각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가 깊이 자리 잡아 있었다. 그런 사회에서는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는 견뎌나질 못하고 남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도 그런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학급 아이들을 통제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나는 아이들의 창의적이고 유연한 생각들을 꺾어 버리거나 무시하지는 않았을까? 때론 엉뚱하다 느껴지는 아이들의 생각을 좀 더 존중해야 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랑이가 숲에서 사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나의 생각을 드러내고 ‘나’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봐야 겠다.
이 책이 더욱 마음에 드는 점은 책의 결말이다. 변화를 꾀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들이 혼자 외롭게 살거나 꺾어져 버리지 않고, 그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다른 사람들마저 자유롭게 행복하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 혼자 해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절망적인 생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작은 노력과 변화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
이야기의 주제의식도 마음에 들지만 그것을 살린 것은 일러스트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짧은 글과 문장만을 사용하고도 그림이 그것을 채우고도 남을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그림 곳곳에 숨어있는 숨은그림찾기 같은 주제를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찾아봐야겠다.
이 책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함께 볼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그림책은 아이들이나 읽는 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