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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와 버들 도령 ㅣ 그림책이 참 좋아 84
백희나 지음 / 책읽는곰 / 202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백희나 작가님’의 책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읽어야 한다. 내게 백희나 작가님의 그림책은 그런 의미이다.
사실 나는 스토리의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백희나 작가님의 책은 늘 그림에 마음이 빼앗겨서 글보다 더 오래 그림을 들여다볼 때가 많다. 인물을 표현한 닥종이 인형은 추위에 부르튼 피부뿐만 아니라 인물의 마음 상태까지 고스란히 전달해 주어서 오래 얼굴을 마주하며 바라보았고, 나중에는 인형을 만들기까지의 시간과 수고까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책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문구는 이것이다. ‘연이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그리 슬프지 않았어. 오히려 버들 도령을 만나서 도움을 받았던 일이 이상하게 느껴졌어. 연이에겐 그동안 좋은 일이 하나도 없었거든. 그래서 이런 기막힌 일이 닥쳤어도 그래, 그러려니 싶은 거야.’ 힘든 시간을 겪어내는 동안 무감각해지지 않고는 살아나갈 수가 없어서, 살아내기 위해 마음이 무뎌진 사람, 기쁘고 좋은 일이 자신의 삶에 일어날 거라는 기대도 할 수 없고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낼 뿐인 사람. 그런 사람만이 생각할 수 있는 문장이었고, 나 또한 그 말을 이해했기에 오래 문장에 머물렀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위로받은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작가에게도 이 책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이 자기 치유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감히 짐작해 본다. 책장에 꽂아두고 오래오래 들여다보고 싶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