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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춘당 ㅣ 사탕의 맛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월
평점 :
고정순 작가님의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읽고 이 책을 읽었다. 주제 때문에라도 ‘옥춘당’은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과는 느낌이 다르지만, 나는 두 책을 읽고 고정순 작가님의 이름을 기억하고,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되었다.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은 다 읽고 오래 먹먹한 마음이었다. 최진영 작가님의 ‘일주일’을 읽고 그 책을 읽어서도 그랬겠지만, 사회 구조의 문제라고,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신경을 꺼 버리기에는 책의 마지막 여운이 오래 생각에 잠기게 했다. 분위기와 느낌은 다르지만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과 ‘옥춘당’ 둘 다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자전적 이야기로 느껴지는 ‘옥춘당’은 작가가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빨갛고 무지갯빛을 품은 ‘옥춘당’은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추억과 두 분의 사랑을 상징한다. 둥글둥글한 그림체와 무채색 톤의 그림 사이에 옥춘당의 고운 빛깔이 책장에서 빛을 발한다. 동네 사람들은 술집 여자라고 꺼리는 여자들조차 넉넉하게 품어주고 세상과 어울리는 법을 가르쳐주는 마음 좋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은 작가의 시선에서 따뜻하게 그려진다.
‘할머니는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이곳의 시간에는 관심 없는 사람 같았다.’ 나는 작가가 두 분의 아름다운 삶의 순간에서 이야기를 끝맺지 않고, 아프고 병들고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내는, 삶의 쓸쓸함과 스산함까지 그려서 이 책이 더 마음에 들었다. ‘한 사람의 몸에서 시간이 빠져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무력하지만 그 사람을 기억하는 것, 그 기억의 힘으로 죽음을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현실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곁에 있지 않지만 그 사람이 남기고 간 사랑으로 내가 살아왔고, 그 추억의 힘을 곱씹으며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함이라는 것을, 작가는 보여주는 듯 하다.
옥춘당의 맛처럼 마냥 달기만 한 책은 아니지만, 그 안에 사랑이 있어서 읽으면서 참 따뜻했던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