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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는 아기란다 ㅣ 평화그림책 11
변기자 글, 박종진 옮김, 정승각 그림 / 사계절 / 2016년 4월
평점 :
이 책은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한중일 세 나라의 출판사가 공동 기획한, 평화그림책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이야기는 유미라는 아이의 시선을 따라 진행이 된다. 유미는 마당에 아기 천기저귀로 보이는 하얀 빨래가 널려 있는 집과 그 집에 사는 할머니가 부르는 노래에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자라지 않는 아기, 춘희’에 대해 알게 된다.
전쟁의 잔혹함과 아픈 역사가 어떻게 한 개인과 가정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았는지를 자라지 않는 아기 춘희를 통해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더 이상 전쟁은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 역사를 왜곡하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잘못을 사죄하고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런 점에서 한중일 세 나라가 함께 책을 기획하여 출판하였다는 것은 아픈 역사를 조금이나마 위로해주는 희망과도 같을 것이다.
나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특히나 이 책의 그림을 그린 정승각 작가와 같은 좋은 그림을 만나면 더욱 반갑다. 수묵화의 느낌을 주는 그림들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이야기할 땐 더욱 어둡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이 빛나고 있다. 어두운 색과 대비되어 더욱 도드라지는 유미의 빨간 리본, 봄이 되어 새롭게 돋아나는 초록빛, 빨강 노랑 하양의 들꽃들. 그림책 전반의 어두운 먹색 그림은 어린 유미가 춘희에 관한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할머니가 날마다 부르던 노래를 피리로 연습하여 불러드리기를 약속하는 장면에서는 밝고 환하게 빛난다. 춘희는 앞으로도 자라지 않는 아기로 살아야 하고 할머니 또한 아픔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겠지만 그럼에도, 누군가가 그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다시는 전쟁과 식민지배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퍼져 나갈 때, 앞으로의 미래가 조금은 더 밝아지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초등학교 5~6학년에서 역사를 배우지만 이 책은 저, 중학년의 아이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폭력적인 스마트폰 게임의 영향으로 전쟁의 한 장면을 ‘멋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평화그림책 시리즈를 통해 아이들이 전쟁의 실상을 알고 다함께 평화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 또한 다른 평화그림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평화에 대해, 전쟁의 끔찍함에 대해 수업을 할 때 활용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