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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문의 기적 ㅣ 일공일삼 67
강정연 지음, 김정은 그림 / 비룡소 / 2016년 4월
평점 :
‘분홍문의 기적’ 어떤 책일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다. 책표지 또한 분홍빛, 빼꼼히 열린 문 뒤로 작은 천사 같은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만화체의 귀여운 삽화와 함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 단숨에 읽어버렸다.
사실 소재는 그렇게 가볍지 않다. 갑작스런 사고로 헤어짐의 인사도 없이 남편과 아들을 남겨두고 떠나버린 엄마, 그 엄마(아내)가 그립고 죽음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해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남편과 아들. 무겁고 심각한 상황임에도 작가는 유쾌한 에너지로 이야기를 밝게 이끌어 나간다. 감의 씨가 목에 걸리면 까치가 찾아와 간절히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는 설정으로, 갑작스럽게 죽었던 엄마가 작은 엄지공주와 같은 모습으로 다시 살아 돌아와 72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게 된다.
이 책은 책속 인물들을 통해 읽는 사람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힘이 있다. 엄지공주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온 엄마를 너무 반가워하며 다시금 살아갈 힘을 얻는 아빠와 아들, 주어진 72시간동안 그들이 너무나 그리웠던 아내, 엄마와 한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함께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자주 가던 곳을 함께 가는 것. 일상을 함께 하며 기뻐하는 그 모습에서 이 책을 읽을 어린 친구들도 지금 내 옆에 있는 가족,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꼈으면 좋겠다. ‘누굴 위해, 무엇 때문에 사는 인생은 없어. 그냥 자기 삶을 사는 거지.’라는 엄마의 말은 죽은 엄마의 회한 섞인 말일 수도 있겠지만 남은 가족을 위로하는 말로 들렸다. 작은 엄지공주 모습으로 돌아온 엄마는 슬픔에 스스로를 내팽개쳐 온 남편과 아들을 일으켜 세우고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었다.
책을 처음 읽을 때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쓰인 이야기가 동화에서는 좀 낯설기도 했다. 하지만 천사가 되어 하늘에서 남편과 아들을 지켜보고 있을 엄마처럼, 이 이야기에 어울리는 서술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이 책은 특히 어린 나이에 가족을 떠나보낸 아이들에게도 좋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