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딘의 성장 이야기

악어 도둑 ㅣ 라임 어린이 문학 17
타란 비에른스타 지음, 크리스토퍼 그라브 그림, 전은경 옮김 / 라임 / 2017년 4월

  「악어도둑」은 친구들에게 놀림 받고 겁 많고 소심하던 오딘의 성장 이야기이다. 유럽신화에 나오는 폭풍의 신과 같은 이름이지만 오딘은 키가 작고 뚱뚱하고 겁이 많아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에게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는 아이다. 반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조차 오딘을 한심스러워 하고 다른 아이들의 말만 믿을 뿐 오딘을 믿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오딘은 거짓말쟁이, 말썽쟁이, 뚱뚱하고 못생기고 겁 많은 아이일 뿐이었다.

  이런 오딘에게 가정조차 오딘의 편이 되어 주지 못한다. 학교에서 돌아온 오딘에게 오딘의 엄마는 별 일 없었느냐고 묻지만 애들이 계속 놀린다는 말에 ‘당하고만 있으면 안 돼. 본때를 보여 줘야지’라고 말할 뿐 오딘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지 않고 형과 누나의 일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이런 오딘의 마음은 늘 불안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가 쌓여 있다.

  작가는 오딘과 같은 아이의 심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오딘은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고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분노하고, 스스로도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괴상하게 생기고 뚱뚱하고 겁쟁이’인 자신이 싫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오딘의 상황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공감이 가고 안쓰럽기도 했다. 악어를 훔친다는 것이 실제로 가능할지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나름대로 현실에서 일어날 법하게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오딘에게 거짓말쟁이라고 하지만 오딘은 계속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저녁식탁에서 악어를 만졌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오딘의 말을 가족들은 아무도 믿지 않았고, 악어를 데려온 후에도 오딘이 말하는 진실을 가족들은 상상이나 거짓말쯤으로 치부했다. 숙제를 했지만 악어가 덤벼들어 가져올 수 없었다는 오딘이 말을 선생님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오딘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성장해 간다. 자신에게 함부로 하는 친구들에게 말대꾸를 하기도 하고, 체육선생님의 부당한 지시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오딘과 같은 아이들은 우리나라 학교에도 많다. 그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위로받았으면 한다. 악어 한 마리가 나에게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힘이 솟구쳤다는 오딘의 말처럼, 아이들이 자신 안에 있는 힘을 믿고 용기를 내서 자신을 오해하고 배척하는 세상에 작은 목소리나마 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변에 그런 아이들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주고 격려해 줄 어른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때론 황당하게 느껴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잘 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재미있는 탐정소설에 수학 이야기가~

수학 탐정단 트리플 제로 1 - 비밀 조직을 결성하다
무카이 쇼고 지음, 유준재 그림, 고향옥 옮김 / 토토북 / 2017년 5월

   아이들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수학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탐정소설이라는 틀에 담았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을 한마디로 설명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고학년 아이들은 탐정소설을 참 좋아한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이 이 책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학적 내용을 담은 이야기책들이 억지스럽거나 흥미롭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봐 왔기에 이 책은 어떨지 궁금했었다.

   많은 아이들이 학교 수학공부 외에 사교육이나 문제집 풀기 등 많은 시간을 수학에 할애하고 있음에도 아이들은 수학을 좋아하기 보다는 수학을 싫어한다. 수학적 개념이나 원리에 흥미를 갖고 이해하기 보다는 문제풀이방식을 기계적으로 외워 푸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 요즘 아이들에게 수학이 일상생활과 관련이 있고, 또 일상에서의 문제들을 수학을 이용하여 해결할 수 있으며 재미있기도 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그냥 탐정소설이라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이들이다. 주인공인 유텐은 수학에 관해서는 천재지만 툭하면 물건을 잃어버리고 맨날 게임만 한다고 엄마한테 혼이 난다. 또 모범생인 아카리, 친구들 물건을 빼앗고 골탕 먹이기를 좋아하는 쓰요시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물들이기에 아이들이 친근하게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인물들의 일본식 이름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한국식 이름으로 바꾸었다면 아이들이 읽기에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 보았다.

   이 책에 나오는 말(103쪽), “수학으로 사람을 돕겠다니, 멋진 생각을 했군. 수학은 엄청 큰 힘을 갖추고 있지. 밀고 당겨도 잘 풀리지 않는 문제가 수학을 이용하면 의외로 깔끔하게 정리되기도 해. 위대한 학문이니까. 틀림없이 너희에게 힘이 돼 줄거야.”

   우리 아이들이 수학을 이렇게 느끼려면 근본적인 교육방향의 변화가 필요하겠고 이 책만으로도 수학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 책을 통해 수학이 재미없고 어렵고 따분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 그렇게 생각의 전환을 갖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10대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책

정신 차리라는 말은 하지 말아요 - 십 대를 위한 정신 건강의 모든 것 ㅣ 시시콜콜 지식여행 3
주노 도슨 지음, 젬마 코렐 그림, 김인경 옮김, 올리비아 휴잇 감수 / 탐 / 2017년 4월

  흔히 사춘기 자녀들의 엉뚱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정신 차려라’하고 훈계하곤 한다. 어쩌면 그것은 어른의 입장에서만 생각한, 자녀나 청소년들의 상황은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말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제목 ‘정신 차리라는 말은 하지 말아요’ 처럼 이 책은 사춘기 아이들, 10대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마음의 상태에 대해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물론 어른들도 이 책을 읽고 청소년들 또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어른들보다는 10대 청소년들을 위한, 10대 청소년들이 직접 읽으면 좋을 책이다. 무슨 말을 해도 이상하다고 하지 않고 다 들어줄 것만 같은 작가의 서술법은 꼭 옆에서 나이 어린 동생을 걱정하며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눠주는 언니나 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야기 형식의 글을 따라 읽어 가다보면 혹여나 정신적인 고통이나 마음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것이 이상한 것이 아님을 이해하고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책에는 정신 건강에 대해 다양한 예시와 비유가 사용되어 이해를 돕고 있고, 통계자료 및 같은 증상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 자신의 증상을 판단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와 구체적인 해결 방법 및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에 대해 소개하고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영국 작가이기에 약간은 우리나라 상황과 맞지 않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불안을 느낄 때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처럼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조언도 많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10대 청소년들로 하여금 정신적 고통이나 마음의 어려움, 정신적 질환이 이상한 것이 아님을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증상, 질환이 있다면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도움과 위로가 될 것 같다.

놀이터를 돌려줘

놀이터를 돌려줘 ㅣ 라임 어린이 문학 16
원유순 지음, 조윤주 그림 / 라임 / 2017년 2월

   놀이터가 없어 놀지를 못하는 아이들, 놀면서 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놀이터를 돌려줘’는 참 현실적인 문제에서 이야기가 출발하고 있다. 놀기대장 대한이는 밝고 씩씩하며 유치원 꼬마들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아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 대한이에게 위기상황이 생긴다. 바로 놀이터의 놀이시설이 낡아서 ‘출입엄금’을 당한 것. ‘출입엄금’을 ‘출입 엉금’으로 이해하여 못들어가게 막아놓은 빨간 노끈밑을 ‘엉금엉금’기어 들어가 노는 모습은 다분히 저학년 아이들이 그럴법한 행동이기에 읽으면서 웃었다. 작가는 어린 꼬마친구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은 놀면서 더 어린 동생의 마음을 헤아리기도 하고,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친구와도 친해지는데 이와 반대로 어른들의 세상은 차갑고 이기적이다. 새로 지어진 옆 동네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이 거주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쫓겨나는 모습, 아이들의 낡은 놀이터를 허물고 부족한 주차공간을 만들려는 모습 등이 그렇다. 책에는 이에 대해 다양한 어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마음으로는 아이들을 응원하는 경비아저씨나 공부를 강요하는 순재엄마, 놀이터가 없어져 후련하다는 영우엄마, 아이들을 응원하는 유모차 아줌마 등 현실에서 만날 수 있을 법한 다양한 어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동화이지만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담고 있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기에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고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작가는 열린 결말로 동화를 끝맺었는데 그렇기에 더욱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냥 덮어버리지 않고 이후에 어떤 일이 생겼을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초등 저학년부터 중학년까지의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의 생각을 키우는 역사동화

문신의 나라 무신의 나라 ㅣ 똑똑! 역사 동화
홍기운 지음, 김숙경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12월

    푸른숲 출판사의 역사동화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어 왔기에 이번 새 책도 반가웠다. 아이들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쓴 역사동화를 읽으며 지루하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를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번 책 『문신의 나라 무신의 나라』는 제목에서 짐작되는 것처럼 고려시대 일어난 무신정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에서 간단히 언급되고 지나가는 무신정변의 사회적 배경을 글을 읽다보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읽는 독자로 하여금 한걸음 더 나아가 여러 가지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문신이 무신을 차별하는 시대는 오늘날 직업과 부의 정도에 따라 차별받는 것과 같고, 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잡은 무신들조차 백성들의 삶을 돌보지 않고 권력다툼을 벌였다는 점은 오늘날 우리의 정치적 상황을 생각하게 한다.

    책의 뒤에는 무신정변에 대한 사실을 보다 자세히 설명하는 부록이 있고, 역사토론이 가능한 주제들을 제시하고 있어 초등학교 역사수업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똑같이 나랏일을 하는데 무신과 무신을 차별해도 될까?’ ‘아무런 노력 없이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관직을 물려받는 게 옳은 일일까?’ 등의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아이들의 생각도 깊어질 것이다. 역사를 처음 접하기 시작하는 초등 3학년 이후의 아이들과 선생님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