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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소년 육아 일기 ㅣ 탐 청소년 문학 21
세오 마이코 지음, 고향옥 옮김 / 탐 / 2018년 9월
평점 :
이 책은 한마디로 스스로를 ‘불량소년’이라고 칭하는 한 고등학생이 선배의 부탁으로 22개월 된 아이를 한 달 간 돌봐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성장소설이다.
노란 머리에 귀에 피어싱을 한 오타는 스스로를 불량소년이라고 생각한다. 초 3때 이미 수업을 포기했고, 담배를 피우고, 학교가 지겨우면 거기를 쏘다니기도 하고 한밤중에 오토바이를 몰고 달리기도 했던 오타는 그런 자기에게 아이를 맡기려는 선배 부부를 의아하게 여긴다.
사실 오타도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한 상태였다. 중학교 때 릴레이 마라톤 대회에 참여한 후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고등학교 입시에 실패하고, 바람과는 다른 문제아들의 집합소인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좌절한다. 예전처럼 불량소년으로 살 수도, 그렇다고 문제아들의 집합소에서 뭘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자포자기의 상태. 이런 상황에서 선배의 아이인 스즈카를 맡게 된다.
청소년소설로 분류된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도 좋지만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가 불량청소년을 바라보는 색안경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어쩌면 그들이 삶에 대해 진지한 자세나 생각이 없는 구제불능이 아니라, 오타처럼 어쩔 수 없는 현실과 상황에서 그저 자포자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아이들에게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가능성을 끌어내 주는 것은 어른의 몫이 아닌지 말이다.
오타는 어쩔 수 없이 스즈카를 돌보게 되었지만 스스로 잘 해보려고 노력한다. 스즈카에게 인스턴트를 먹이지 않기 위해 요리연습을 하고, 아이의 마음을 알아차리려고 노력하며, 재미있게 놀아주려고 노력한다. 오타는 스즈카를 돌보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스즈카의 표정이 곧 스즈카의 기분인 거다.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렇게 의심하고 억측할 필요가 전혀 없다. 스즈카가 나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나 역시 대비하거나 꾸밀 일이 아무것도 없다.’ 이렇게 오타는 스즈카를 통해 자기 자신의 모습,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스즈카를 아끼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엄마가 자신에게 많은 애정을 쏟아 부었을 것을 짐작하고, 놀이터에 나온 엄마들을 보며 아이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스스로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한다는 깨달음을 갖기에 이른다.
그런 과정을 통해 오타가 변화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스즈카를 돌보면서 타인을 위한 배려와 노력이 주는 기쁨을 알게 된 오타는 놀이터에서 만난 다른 아이들도 목마를 태워 달리기도 하고, 출산 후 집으로 돌아올 선배부인을 위해 선배 집을 대청소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연이 끊긴 선배부인의 가족에게 스즈카의 사진을 담아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그렇게 변화된 오타는 앞으로의 삶을 진지하게, 나름 잘 살아 낼 것이다. 오타의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책이 꽤 두꺼운 편이지만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혼란의 청소년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응원의 마음과 함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