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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순대의 막중한 임무 ㅣ 사계절 중학년문고 34
정연철 지음, 김유대 그림 / 사계절 / 2018년 11월
평점 :
장편동화인줄 알았는데 책 속에는 4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장애를 가진 오빠를 둔 여자아이의 이야기 ‘빛의 용사 구윤발’, 치매할머니를 돌보는 아이의 이야기 ‘엄순대의 막중한 임무’, 키도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 반 아이들에게 소외당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아이, ‘빼못모 회장 황소라’, 장애가 있는 친구와 함께 지내면서 벌어지는 학급 이야기인 ‘아주아주 낙천적인 정다운’ 이렇게 4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4편의 이야기에는 모두 남들과는 다른, 사회와 학교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그들에 대해 쓸데없는 동정을 보이거나 잘해 주어야 한다는 교훈을 보이지 않는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학교현장에 대해, 아이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동화를 쓰면 아이들을 마냥 착한 존재로 묘사하거나, 이야기 속에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거나 선생님을 마냥 나쁜 사람으로 묘사하는 것이 불편했는데 이 책의 작가가 교사여서인지 그런 점은 찾아볼 수 없다. 아이들을 어른들과 똑같이 갈등하고 고민하는 동등한 존재로, 어리지만 상황을 제대로 볼 줄 알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순수한 호의를 보일 줄 알며, 부모나 선생님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면서도 어른들의 입장도 이해하는, 한 존재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 현실과 다른 학교 이야기나 아이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선생님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좀 불편하기도 했는데 ‘아주아주 낙천적인 정다운’에서는 첫 발령 받은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의 아이들은 어리지만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을 위해 행동하는 대견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공부 스트레스가 많은 요즘 아이들의 마음이 강팍하기에 책 속 아이들의 모습들이 이상적이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4편의 동화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억지스럽지 않고 충분히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이다. 짧은 4편의 동화를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김유대 작가님의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재미있게 읽었다. 3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