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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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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을 밤새우며 읽었다

책읽기를 하며 밤새운 건 정말이지 오랜만이다. 

노곤한 일상에서 돌아와 감기는 눈을 도리질쳐가며 폐인처럼 흠뻑 빠져들면서 읽었다.

그 만큼 재밌다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스테리 영화처럼 '무엇'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달은 왜 두 개 떠 있으며

'도터'와 '마더'는 무엇이고

그들의 의식은 무엇이고

리틀 피플과

공기번데기는 무엇인지...

의문투성이다.

 

작가의 말을 찾아보았다.

일본에서 일어났다는 옴진리교 사건과

9.11테러에서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비현실적인 현상을 사람들이 점차 현실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그의 말이 이 책을 이해하는 힌트가 될지도 모르겠다.

판타지에서나 나올만한 비현실적인 사건 전개가 내포하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그것들이 마치 현실의 강한 아우라를 형성하는 힘을 발휘한다.

아무튼 대단한 서사적 구성이다.

덴고와 아오마메를 왔다갔다하는 서술 역시

두 개의 시선이 하나로 묶여 연결되는 이야기를 더욱 더 긴장감 있게 만든다.

 

둘째권을 다 읽으면 풀려질거라 믿었는 실마리가 끝을 맺지 못한 채 다음권으로 연결될 거라고 한다.

아...기다리다 이 묘한 재미를 다 잊어버릴 거 같다.

 

이참에

이건 뭔소리인지...하고 제대로 읽지 못했던

'상실의 시대'를 다시 읽어야겠다

 

그리고

<1984>, 조지오웰의 책도 제대로 정독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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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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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여행기다

그저 어딜갔다 어디를 봤다 어디가 멋지고 이쁘더라

그런 투가 아니다.

녹록치 않은 깊이가 느껴진다.

재밌다.

이런 다른 류의 이야기들은 늘 신선하다.

 

알렝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서 처럼

에세이와 철학서의 경계를 오르내린다.

사람들과 문화에 대한 시선이나

작가로서 바라보는 그 만의 인식들

예를들면 '저항적 민족주의', '이상'에 대한 탐구 등이

이 책의 묵직한 무게감을 전해준다.

 

그리고

이 책에 삽입되어 있는 사진들

앞뒤를 아무리 찾아봐도 누구의 사진인지 기록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진들이 전하는 메세지가 내게는 더 강하다

백마디의 말보다 하나의 이미지가 던지는 외침이 더 오래남고 강하다.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시공간으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이처럼 최소한의 나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이 내게는 우화처럼 느껴진다. 거기에는 치명적인 진실이 있다. 공항을 빠져나가고 나면 우리는 그저 여권에 적혀 있는 생물학적인 존재,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비행기를 타고 우리가 어디에 도착하든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란 존재는 이름과 국적과 생년월일과 주민등록번호에 불과하다. 그 이상의 것들, 그러니까 사회적인 '나'는 등뒤에서 닫히는 출국장의 문 그 너머에 남겨져 있다.

...

공합대합실을 빠져나가는 사람이나 미결수가 되어 구치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사람 공히 몇개의 숫자만으로 이뤄진, 최소한의 '나'로 돌아가는 것일 테니까.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든, 독방에 앉아 있든 그들은 이제 사회적인 그물망을 벗어난 단독자가 될 수밖에 없다. 사실 그건 지독한 역설이다. 공항을 찾아가는 까닭은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 아닐까.

...

우리는 질문하고, 그리고 그 질문의 해답을 찾아 여행할 수 있을 뿐이다. 공항에서 우화는 반복된다. 결국 우리는 무례한 타지사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덧없이 반복되는 존재일 뿐이다. 공하의 우화에 주제가 있다면 바로 그것이리라. 

-그리고 우리에겐 오직 질문하고 여행할 권리만이-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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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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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잘 한다는 것도 어렵지만
글쓰기를 가르친다는 것은 더더욱 막막한 일이다.

사실 책을 읽는 것 말고는

글쓰기의 비법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짜맞춰진 글쓰기의 법대로 쓴다고 해서

좋은 글이 나올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러나 생각의 틀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생각할 여유의 시간을 주지도 않고

글쓰기를 재촉해야 할 때마다 나는 참으로 속수무책이다.

뻔한 글쓰기의 단계만을 되풀이해서 설명하지만

발상의 단계조차 감 잡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기술적 접근이 아니라

생각을 풀어내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글이 나온다 그렇게 말하고 말해도

내 이야기는 통 아이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

 

그래서 내 막막한 고민을 풀어보겠다고 선택한 책이 바로 '글쓰기의 전략'이다.

이 책은

내 현실적 고민을 단숨에 풀어주지는 못하지만

여타의 책보다는 매우 실질적 도움을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우선 예문이 많다.  특히나 테마나 발상의 아이디어 측면에서 뛰어난 글들을 보여주는데, 그 글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적어도 딱딱한 글쓰기 순서로만 기계적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예문들을 통해서 분석적으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제시해 준다.

또한 '점검' 부분에서 유제를 제시하고 스스로 글쓰기 연습을 하도록 유도해 준다. 무엇보다 딱딱하지 않다. 중.고등 학생이 읽어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이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래서 이 책은 글쓰기의 책으로서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이 책의  장점을 어떻게 수업의 모듈로 적용할 것인가...그것이 내게 남은 몫이다.

이해하는 것과 그것을 옮겨내는 것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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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반양장) - 노무현 자서전
노무현 지음, 유시민 정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돌베개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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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10. 6.3

 

5대 지방선거가 끝이 났다.

한명숙과 유시민이 떨어졌다.

한숨을 내쉬었다.

지방선거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마음 조린 적이 전에는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은 김경창 원장님이 주신 스승의 날 선물이다.

젊은날 자신의 열정을 민주주의를 위해 바쳤고,

여전히 그 이상을 버리지 못하셨다고 말하는 이 분의

선물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였다.

'뜻'이 아직 살아있으나

왜 그 뜻은 현실 속에서 이렇게 실체를 가지지 못하는가

 

노무현 대통령의 뜻은 살아있으나

왜 시대는 그를 껴안지 못하고 내쳐야만 했는가

 

나는 정치적이지 못하고, 뜨겁지도 못한 인물이다.

그러나

보수에 맞서는 '진보'가 살아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가 싸우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몰려가는게 아니라, 이렇게 무기력하게 이끌여가는게 아니라

서로 팽팽한 긴장감에 적어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고 자각할 수 있는 세상이기를 바란다.

멱살을 잡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이 말했듯, 당당하게 맞서는 것으로, 그래서 적어도 '사실'을 사실이라 말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풀어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진보가 살아 있어야 한다.

지금의 부당함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

 

<운명이다> 노무현의 자서전 읽기는, 그래서  무기력하게 넋을 놓고 사는 '우리'를 향한 일침이다.

 

진보가 살아있기 위해 자신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그의 선택을

나는 아프게, 아프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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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 - 인도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이화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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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도에 관한 막연한 동경은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그 사이의 여러명의 지인들이 인도 여행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인도여행에 관한 여러 다큐들이 수많은 이미지들을 보여 주었다.

그것들이 인도에 관한 나의 동경이 지나치게 망상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짝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언제가는 가봐야지 그렇게 단도리질만을 치고 있을 뿐,

한치의 생각도 물러나지 않은 채,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가서 부딛치고 또 느껴보지 않은 이상, 이 고집불통을 꺾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래서 인도와 관계된 것은 모두 내 관심사 안이다.

'울지 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 이 책도 역시 그 관심사 안에서 잡게 된 것이다.

 

마흔 즈음에 접한 글쓴이가

현실에 밀리고 밀려 도무지 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막막해질 때,

그 현실로부터 벗어나고자 인도로 갔고,

그리고 2년 동안 그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이방인으로 살았다.

그녀의 개인적인 '회의' 속에서

인도가 도피처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가도가도 막막한 일상의 탈출이

그녀에게는 적어도 의미있는 일이었겠구나

그것을 가능하게 한 곳이 인도였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다시 돌아오기 위해 떠난 것이었던 그녀의 여행 기록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것이나 남이 느끼는 것이 별반 다르지 않다 싶었다.

단지 내것은 언어로 표현되지 못한 채 한숨으로 뱉어지는 것으로 말뿐.

그녀는 그것들을 문장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차이일 뿐. 그것이 하늘과 땅의 차이인가는 모를 일.

 

책 안에 있는 세상보다

내 안에 있는 세상에 더 침잠하게 하는 글들이었다.

그래서 내 안에 있는 '인도의 이미지'는 앞으로도, 뒤로도 물러나지 않은 채 그대로이다.

 

 

 

로마 병사들은 소금 월급을 받았다

소금을 얻기 위해 한 달을 싸웠고

소금으로 한 달을 살았다

나는 소금 병정

한 달 동안 몸 안의 소금기를 내주고

월급을 받는다

소금 방패를 들고

굵은 소금밭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버틴다

소금기를 더 잘 씻어내기 위하여

한 달을 절어 있었다

울지 마라

눈물이 너의 몸을 녹일 것이니

 

'소금 시'(윤성학)라는 제목의 짧은 시 한 편을 읽고 나서 잠깐 울었다. 울지 마라는 시인의 명령에 불복종하며 소금병정처럼 울었다. 소금 방패도 던져두고 굵은 소금밭에 자빠져 아픈 몸이 녹도록 울고 싶었다. 실컷 울고 난 뒤, 나는 소금을 얻기 위해 싸우러 세상으로 나갈 수 있었다. p79

 

그 소심하고 주눅 든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뭐라 말 할 수 없을 만큼 슬퍼졌다. 바닥에서 높이가 겨우 칠십 센티미터인 의자로 짜누를 끌어올리는데 걸린 시간은 내가 인도에서 수저 없이 맨손으로 밥을 카레 국물에 비벼먹고, 화장지를 사용하지 않고 물로 뒷일을 해결하는데 걸린 시간과 엇비슷했다. 육체와 마음에 스며든 질기고도 서글픈 관성으로 생의 바닥을 기어간다는 점에서 나와 짜누는 다를 바 없었다.

-p249

 

-자신이 아는 만큼 대상을 판단하고, 그 오해와 편견 속에서 세상에 살 발판을 확보하는 우스꽝스러운 짓, 나도 이골이 날만큼 저지른 짓 아니던가 p250

 

- 누군가 말했다. 여행이란 익숙한 조건에서 낯선 조건 속에서 존재를 밀어 넣는 일, 그래서 존재 앓기를 하는 일이라고. 익숙하던 일상이 불현듯 뜯겨져나가는 것, 예측 불가능한 순간과 매번 정면 대결하는 것, 갑작스런 풍경이 솥뚜껑 속 닭이 살아 튀어나오듯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바로 여행. 선 채로 오지 않는 기차를 밤새 기다리는 것, 매혹적인 불안을 즐기는 것, 낯선 세상의 무례를 겸허히 견디는 것, 이별을 즐기는 것, 밥 잘 먹고 똥 잘 싸고 잠 자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는 것, 미워한 사람들이 무지무지 애틋해지는 것, 신문에 어떤 기사가 났는지 알 수 없는 것,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하다는 것을 아는 것, 예전과 생판 달라진 나를 만나는 것, 무엇보다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는 것, 그것을 경험하는 것이 여행이다.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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