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독특한 여행기다

그저 어딜갔다 어디를 봤다 어디가 멋지고 이쁘더라

그런 투가 아니다.

녹록치 않은 깊이가 느껴진다.

재밌다.

이런 다른 류의 이야기들은 늘 신선하다.

 

알렝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서 처럼

에세이와 철학서의 경계를 오르내린다.

사람들과 문화에 대한 시선이나

작가로서 바라보는 그 만의 인식들

예를들면 '저항적 민족주의', '이상'에 대한 탐구 등이

이 책의 묵직한 무게감을 전해준다.

 

그리고

이 책에 삽입되어 있는 사진들

앞뒤를 아무리 찾아봐도 누구의 사진인지 기록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진들이 전하는 메세지가 내게는 더 강하다

백마디의 말보다 하나의 이미지가 던지는 외침이 더 오래남고 강하다.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시공간으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이처럼 최소한의 나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이 내게는 우화처럼 느껴진다. 거기에는 치명적인 진실이 있다. 공항을 빠져나가고 나면 우리는 그저 여권에 적혀 있는 생물학적인 존재,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비행기를 타고 우리가 어디에 도착하든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란 존재는 이름과 국적과 생년월일과 주민등록번호에 불과하다. 그 이상의 것들, 그러니까 사회적인 '나'는 등뒤에서 닫히는 출국장의 문 그 너머에 남겨져 있다.

...

공합대합실을 빠져나가는 사람이나 미결수가 되어 구치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사람 공히 몇개의 숫자만으로 이뤄진, 최소한의 '나'로 돌아가는 것일 테니까.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든, 독방에 앉아 있든 그들은 이제 사회적인 그물망을 벗어난 단독자가 될 수밖에 없다. 사실 그건 지독한 역설이다. 공항을 찾아가는 까닭은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 아닐까.

...

우리는 질문하고, 그리고 그 질문의 해답을 찾아 여행할 수 있을 뿐이다. 공항에서 우화는 반복된다. 결국 우리는 무례한 타지사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덧없이 반복되는 존재일 뿐이다. 공하의 우화에 주제가 있다면 바로 그것이리라. 

-그리고 우리에겐 오직 질문하고 여행할 권리만이-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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