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diohead - The Bends
라디오헤드 (Radiohead) 노래 / 워너뮤직(팔로폰) / 1995년 4월
평점 :
절판


비약적 성장세를 보여준 두 번째 정규앨범. [My Iron Lung]에서 변화의 서막을 알린 라디오헤드는 이 음반을 통해 완벽한 음악적 변신을 감행한다. 데뷔앨범과 비교해 분위기나 메시지는 비슷하지만 악기 쓰임이나 스케일은 전혀 달라졌다. 으르렁대던 그런지 풍 연주를 배제한 트리플 기타는 훨씬 더 서사적이고 윤택한 텍스처를 만들어낸다. 사이키델릭적 환각 사운드도 한층 두드러진다.

‘음악 신동’ 조니 그린우드의 능력은 이때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실질적인 밴드의 음악 감독인 그는 원래 포지션인 기타는 물론 오르간, 신시사이저, 피아노, 리코더 등을 연주하고 현악 편곡까지 맡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다. ‘High And Dry’, ‘Fake Plastic Trees’, ‘Nice Dream’ 등에서 라디오헤드만의 시리도록 아름다운 우울을 느낄 수 있다. 펑크 넘버 ‘Just’의 뮤직비디오는 현대인의 소통단절과 소외를 섬뜩할 정도로 표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Radiohead - My Iron Lung
라디오헤드 (Radiohead) 노래 / 워너뮤직(팔로폰) / 1994년 1월
평점 :
절판


향후 발매될 [The Bends]의 전조를 보여주는 EP 음반. ‘Creep’의 어쿠스틱 버전을 제외하면 단 7트랙의 신곡에다가 겨우 28분 35초라는 짧은 러닝타임을 가진 미니앨범이지만 내용물만큼은 만족스럽다.

[The Bends] 레코딩 세션 중에 만들어진 곡들로 구성된 이 음반은 1집에 비해 더욱 안정된 사운드를 선보인다. 타이틀 곡 ‘My Iron Lung’부터 ‘The Trickster’, ‘Lewis (Mistreated)’로 이어지는 거칠고 파괴적인 기타 록의 향연은 무척이나 음울하면서도 중독적이다. ‘Punchdrunk Lovesick Singalong’에서 기타 플레이와 톰 요크의 목소리는 몽환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Creep’의 어쿠스틱 버전이 전체적인 통일성을 해치고 있다는 점이 유일한 흠.

존 레논, 핑크 플로이드의 음반을 비롯해 브릿팝 역사상 가장 강력한 데뷔앨범 중 하나인 스톤 로지스의 셀프 타이틀 데뷔작 등을 제작했던 존 레키(John Leckie)가 프로듀서를 맡았다. 비록 정규음반은 아니지만 라디오헤드를 이해하는 데 있어 결코 빠뜨려서는 안 될 레코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Radiohead - Pablo Honey
라디오헤드 (Radiohead) 노래 / 워너뮤직(팔로폰) / 1993년 4월
평점 :
절판


라디오헤드를 ‘벼락스타’로 만들어준 데뷔앨범. 너바나 풍의 음산한 얼터너티브 록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사실은 강렬한 펑크 록에 기반을 둔 음반이다. 특히 ‘Anyone Can Play Guitar’에서 ‘누구나 기타를 칠 수 있다’라는 제목은 펑크의 ‘D.I.Y.(Do IT Yourself)’ 이념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라디오헤드는 세상에 대해 불만을 토해내고자 하는 욕망은 없다. 단지 자학과 자기모멸을 통해 스스로 파괴할 뿐이다.

이 앨범에서 특징적으로 쓰이는 직선적인 기타 배킹과 거칠고 노이지한 사운드는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나 초창기 시절의 유투, 더 나아가 핑크 플로이드의 영향을 느끼게 한다. ‘Stop Whispering’, ‘Ripcord’, ‘Thinking About You’, ‘Prove Yourself’, ‘I Can’t’ 등을 통해 애처로운 톰 요컬의 보컬, 애수를 자아내는 멜로디, 어쿠스틱과 그런지, 펑크를 오가는 라디오헤드의 신선한 매력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범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Creep’는 단연 최고의 트랙이다. 패배적이고 절망적인 메시지와 무거운 사운드, 그리고 너무나 매혹적인 훅까지 겸비한 ‘Creep’은 당시 젊은이들의 불안한 내면을 완전히 헤집어 놓았다. 그 단 한 곡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는 작품. 하지만 아직 그들은 보여줄 게 너무나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입] Sacred Love
스팅 (Sting) 노래 / A&M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21세기를 앞둔 1999년 스팅은 [Mercury Falling](1996)에 이은 3년 만의 새 앨범 [Brand New Day]를 발표했다. 그는 그룹 폴리스(Police) 해산 이후 자신이 추구해온 음악의 완성판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Brand New Day]를 월드뮤직으로 장식했다. 아프리카 음악, 미국의 컨트리 음악, 라틴 음악, 재즈, 힙 합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지만 스팅이 ‘새로운 날’로 명명한 궁극의 지향점은 바로 월드뮤직이었다.

1985년 발표한 앨범 [The Dream Of The Blue Turtles]에서 이미 월드뮤직의 대중화를 선도했던 스팅은 [Mercury Falling](1996)을 거쳐 [Brand New Day]에서는 본격적으로 월드뮤직을 설파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끈 월드뮤직과의 만남은 알제리어와 영어가 차례로 흘러나오며 이국적 정취가 강하게 풍기는 ‘Desert Rose’였다. 알제리계 프랑스인인 라임 뮤직(rhyme music) 가수 셰브 마비(Cheb Mami)와 함께 부른 ‘Desert Rose’는 스팅의 고급스런 팝 센스와 중동 풍의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이다. 보사노바 넘버 ‘Big Lie Small World’와 프랑스 여가수 스테이(Ste Strausz)의 랩이 이색적인 트랙 ‘Perfect Love Gone Wrong’ 등도 눈길을 끌었다.

이후 스팅의 월드뮤직 사랑은 더 깊어졌다. 200년에는 세네갈 가수 유수 은두르의 앨범 [From Village To Town]에서 ‘Don't Walk Away’라는 곡을 듀엣으로 부르기도 했으며 최근 내놓은 ‘사랑’에 관한 정규 7번째 앨범 [Sacred Love]에서도 월드뮤직에 대한 애정의 뜻을 분명히 했다.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비센테 아미고(Vicente Amigo)의 근사한 연주와 아프리카 리듬, 인도 풍의 멜로디 등이 포함된 ‘Send Your Love’, 전설적인 시타르 연주자 라비 샹카르의 딸인 아누시카 샹카르와 협연한 ‘The Book Of Life’ 등이 그 예. 

애초에 스팅은 재즈 뮤지션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그룹 폴리스를 결성한 뒤 펑크와 뉴 웨이브 음악을 선보인 스팅은 솔로로 독립한 후에는 여러 재즈 뮤지션들을 기용하면서 다시 재즈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 후 스팅은 팝과 재즈 그리고 월드뮤직 사이를 오가는 장르 간 줄타기를 행하며 활동을 이어왔다. 사실 폴리스 시절을 포함해 스팅은 계속해서 리듬에 관심을 보였고 리듬을 분할하며 재배치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리듬악기인 베이스 주자로서 그가 리듬에 집착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며, 때문에 록 음악의 원류이자 리듬의 보고인 아프리카 음악에 점점 더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역시 당연한 순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rizona Dream - O.S.T.
Various Artists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막 한가운데 나무 위에 물고기가 걸려있는 포스터 만큼이나 사람들의 초현실적인 만남을 그린 영화 [아리조나 드림]. [집시의 시간], [언더그라운드] 등을 연출한 유고 슬라비아(현 보스니아)의 명감독 에밀 쿠스트리차의 작품이다. 사라예보에서 태어난 에밀 쿠스트리차는 떠들썩한 집시들의 음악과 축제, 자주 등장하는 동물, 마술주의라는 요소로 특징 지워지는 독특한 영화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영화는 그로서는 최초로 조니 뎁 같은 할리우드 배우를 기용해 만든 영화지만 할리우드에 물들지 않고 자신만의 색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중간중간에 커다란 물고기가 도시와 사막을 헤엄쳐다니는 현대미술의 한 폭 같은 장면이 근사하다.

그러나 그런 회화적인 영상 못지 않게 [아리조나 드림]이 마니아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게 된 이유는 바로 너무나도 몽환적인 영화음악 때문이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맡은 이는 에밀 쿠스트리차의 친구이자 음악 동료인 고란 브레고비치. 사라예보에서 태어나 ‘유고 슬라비아의 비틀즈’라 불렸던 록 밴드 비옐로 두그메(Bijelo Dugme)를 이끌기도 했던 그는 종교성과 발칸 반도의 지역성을 함께 느끼게 만드는 강렬한 음악을 쓴 인물이다. 유고의 민속음악을 재즈와 탱고 등과 접목시켜 새로운 월드뮤직으로 승화시킨 당사자이기도 하다. 

[집시의 시간](1989), [언더그라운드](1995) 등 쿠스트리차의 영화음악을 전담한 브레고비치는 동유럽의 집시 음악과 ‘쿵짝쿵짝’ 국내 트로트가 연상되는 유고의 민속음악, 그리고 ‘록계의 거물’이자 ‘펑크의 대부’인 이기 팝의 사운드를 이 사운드트랙에서 환상적으로 버무려놓았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을 하지 않았으나 영화 음악이 담긴 사운드트랙이 마니아들의 수집 대상이 될 만큼 높은 인기를 끌었다. 

MBC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에 삽입되어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이기 팝의 ‘In The Deathcar’나 이기 팝 특유의 건조한 보컬과 동유럽 집시들의 민속 코러스가 멋진 조화를 이루는 'TV Screen', 고란 브레고비치의 록 사랑이 담겨있는 'Get The Money' 등에서 브레고비치가 이기 팝을 초빙한 이유를 알 수 있다. 한편 ‘Dreams’나 ‘Old Home Movie’ 같은  브레고비치의 스코어에서는 장엄함과 함께 가슴 뭉클한 감동이 밀려온다. [아리조나 드림] 사운드트랙은 이기 팝의 록 정신과 고란 브레고비치의 유고 민족 특유의 감성이 버무려진 인종과 음악 퓨전의 결정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