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izona Dream - O.S.T.
Various Artists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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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한가운데 나무 위에 물고기가 걸려있는 포스터 만큼이나 사람들의 초현실적인 만남을 그린 영화 [아리조나 드림]. [집시의 시간], [언더그라운드] 등을 연출한 유고 슬라비아(현 보스니아)의 명감독 에밀 쿠스트리차의 작품이다. 사라예보에서 태어난 에밀 쿠스트리차는 떠들썩한 집시들의 음악과 축제, 자주 등장하는 동물, 마술주의라는 요소로 특징 지워지는 독특한 영화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영화는 그로서는 최초로 조니 뎁 같은 할리우드 배우를 기용해 만든 영화지만 할리우드에 물들지 않고 자신만의 색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중간중간에 커다란 물고기가 도시와 사막을 헤엄쳐다니는 현대미술의 한 폭 같은 장면이 근사하다.

그러나 그런 회화적인 영상 못지 않게 [아리조나 드림]이 마니아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게 된 이유는 바로 너무나도 몽환적인 영화음악 때문이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맡은 이는 에밀 쿠스트리차의 친구이자 음악 동료인 고란 브레고비치. 사라예보에서 태어나 ‘유고 슬라비아의 비틀즈’라 불렸던 록 밴드 비옐로 두그메(Bijelo Dugme)를 이끌기도 했던 그는 종교성과 발칸 반도의 지역성을 함께 느끼게 만드는 강렬한 음악을 쓴 인물이다. 유고의 민속음악을 재즈와 탱고 등과 접목시켜 새로운 월드뮤직으로 승화시킨 당사자이기도 하다. 

[집시의 시간](1989), [언더그라운드](1995) 등 쿠스트리차의 영화음악을 전담한 브레고비치는 동유럽의 집시 음악과 ‘쿵짝쿵짝’ 국내 트로트가 연상되는 유고의 민속음악, 그리고 ‘록계의 거물’이자 ‘펑크의 대부’인 이기 팝의 사운드를 이 사운드트랙에서 환상적으로 버무려놓았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을 하지 않았으나 영화 음악이 담긴 사운드트랙이 마니아들의 수집 대상이 될 만큼 높은 인기를 끌었다. 

MBC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에 삽입되어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이기 팝의 ‘In The Deathcar’나 이기 팝 특유의 건조한 보컬과 동유럽 집시들의 민속 코러스가 멋진 조화를 이루는 'TV Screen', 고란 브레고비치의 록 사랑이 담겨있는 'Get The Money' 등에서 브레고비치가 이기 팝을 초빙한 이유를 알 수 있다. 한편 ‘Dreams’나 ‘Old Home Movie’ 같은  브레고비치의 스코어에서는 장엄함과 함께 가슴 뭉클한 감동이 밀려온다. [아리조나 드림] 사운드트랙은 이기 팝의 록 정신과 고란 브레고비치의 유고 민족 특유의 감성이 버무려진 인종과 음악 퓨전의 결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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