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CEO 비틀스 - 그들은 왜 아직도 돈을 벌고 있는가?
래리 레인지 지음, 강주헌 옮김 / 나무생각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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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Speaking Words Wisdom. The Beatles!

‘그들은 왜 아직도 돈을 벌고 있는가?’ [오만한 CEO 비틀스]라 번역되어 나온 이 책 표지에 적혀있는 문구다. 한 비틀즈 마니아가 쓴 이 책은 지금까지 쏟아져 나온 수많은 비틀스 관련 서적들과는 관점이 조금 다르다. 지금까지의 책들이 주로 비틀스와 그 멤버들의 일대기를 소개하거나 그들이 어떻게 예술적으로 뛰어난 지 해석하는 책들이었다면 이 책은 철저하게 비틀즈의 성공 신화를 분석해놓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발표에 따르면 해체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그룹 비틀스가 지금도 매년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연예인의 상위 다섯 번째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또 비틀즈의 고향 리버풀에는 매년 50만 명 이상의 팬들이 몰려들고 있고, 비틀즈는 전 세계적에서 10억 장의 음반을 팔았으며, 그 중 히트 곡들만을 모은 음반 [1]은 2000년 발매된 이후 수주일 만에 30개국에서 음반 판매량 1위를 차치했다.


미국에서 음반 프로듀서 겸 컨설턴트, 그리고 저널리스트와 작곡가로도 활약중인 이 책의 저자 래리 레인지는 비틀즈를 성공이라는 코드로 재조명한다. 그는 서문을 통해 “비틀스는 ‘전설적인 4인조 밴드’로 알려졌기 때문에 나는 그들에게서 얻은 7가지의 성공 원칙에도 ‘전설적’이라는 수식어를 덧붙여 주고 싶다”라고 전제한 뒤 “그들은 음악이나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상의 성공을 창조해냈고, 억압과 관습에서 탈출한 자유인의 전형이 되었다. 리버풀식으로 표현하면 전설적인 자유를 창조해낸 사나이들이었다.”라고 비틀스의 업적을 평가했다. 


저자는 우선 그들의 성공 비결을 그들의 노랫말과 인터뷰를 중심으로 탐색했다. 앞서 말한 7가지의 성공 원칙으로서 꿈을 꾸라, 목표를 세워라, 발전적 변화를 모색하라, 팀을 구성하라, 도전정신을 가져라 등이다. 만약 그가 이런 것들만 집어냈다면 이 책은 ‘~ 성공하는 몇 가지 법칙’ 류의 다른 처세책들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저자는 다른 한가지에 주목했다. 바로 오만할 정도의 자신감이다. 작곡을 할 때나, 노래를 할 때나, 인터뷰를 할 때나, 비틀스는 늘 자신감에 넘쳐 흘렀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그렇게까지 과신해서 였을까? 그렇지 않다. 비틀스는 목표를 분명히 했고 그들의 우상처럼 떠받들던 가수들의 음악에 몰두했다. 버디 홀리, 비치 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 게리 고핀과 케롤 킹, 스모키 로빈슨과 로네츠에게도 끊임 없이 배웠고 연구했다. 그렇게 노력했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비틀즈의 미발표 트랙들을 모은 [Anthology] 음반을 보면 비틀즈가 여러 로큰롤 고전들은 물론 ‘Besame Mucho’ 같은 라틴 음악까지 동시대의 모든 음악들을 연습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밖에도 이 책에는 비틀스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저자 스스로의 주장보다는 비틀즈의 행로를 더듬어 가며, 또 비틀즈의 말을 인용하는 식으로 책이 꾸며졌기 때문에 훨씬 이해가 쉽다. 물론 그럴 분들은 안 계시겠지만 무턱대고 성공의 비결만을 얻겠다고 보면 자칫 지루해 질 수가 있다. 대신 비틀즈는 어떤 식으로 성공에 도달했을까 하는 관심을 갖고 이 책을 본다면 성공은 물론 비틀즈에 대해서도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 적혀있는 존 레논의 말을 인용한다.

비틀스가 세상에 전해준 메시지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수영하는 방법을 배우라는 것이다. 그것뿐이다. 수영하는 방법을 배운 다음에는 힘차게 수영하라!
- 존 레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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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onna - Sexual Life -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
앤드루 모튼 지음, 유소영 옮김 / 나무와숲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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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 Yourself”

‘기존의 인습에 치열하게 도전한 전사’라는 호평도 있고 ‘성적 매력을 사업적으로 활용한 창녀’라는 악평도 있지만 마돈나는 누가 뭐래도 이 시대의 대중적 우상이다. 비틀즈, 엘비스 프레슬리보다 더 많은 차트 1위 곡과 열여섯 편의 영화 출연, 앨범 15장, 다섯 번의 세계 투어, 통산 1억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 방 하나를 꽉 채우고도 남을 골드 레코드와 플래티넘 레코드, 그래미상, 골든글로브상... 오늘날 수많은 학자들이 그 물질적인 여자를 분석한다. 노래뿐 아니라 페미니즘, 무대 의상, 동성애, 뮤직 비디오 등 모든 것이 연구와 분석 대상이다. 단순한 팝 스타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브랜드다. ‘이미지와 현실’ 속에서 마돈나는 그렇게 많은 트렌드들을 이끌어왔다.


그 중 마돈나의 위대한(?) 업적이라면 그녀가 남성 중심의 성문화를 완전히 역전시켜 놓은 주역이라는 점이다. 성 혁명을 노래로 반영했고, 반라의 혹은 가슴이 거의 비치거나 드러나는 옷으로 관객들을 유혹하면서 이른바 여성해방운동과는 반대로 페미니즘을 획득했다. 결국 소비되는 여자가 아닌,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여자임을 증명한 것이다.


이렇듯 지금까지 마돈나와 관련된 수많은 논문이 발표되었지만 그녀를 인간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외적인 현상이나 업적을 다루었을 뿐 그녀의 삶을 가까이서 관찰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영국 황태자비였던 다이애나의 자서전 [나, 다이애나의 진실]과 클린턴의 부적절한 연인 모니카 르윈스키의 전기, 그리고 최근에는 빅토리아와 데이빗 베컴부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포시와 벡스]를 발표하여 큰 반향을 일으킨 전기전문작가 앤드류 모튼이 이번엔 마돈나와 그 친구들의 입을 빌어 마돈나의 전모를 밝힌다.


마돈나의 인간적인 삶에 철저히 초점을 맞춘 이 책은 1958년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마돈나 루지 베로니카 치코네의 인생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저자는 마돈나의 애정결핍이 성공비결 중 하나라고 말한다. 다섯 살때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죽자 마돈나는 애정결핍을 떨쳐버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서른에 죽은 엄마처럼 자신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간을 조금도 낭비하지 않았다. 또 커가면서 반항적이라기보다는 모범적이고 똑똑한 학생 쪽에 가까웠던 마돈나는 언제나 관심의 초점이 되고자 했고, 또 그렇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섹시함은 눈길을 끌기 위한 도발적인 전략이었던 것이다.


마돈나는 팝 그룹 어 플록 오브 시걸스의 대타로 음악 평론가 닐 테넌트(펫 숍 보이스의 바로 그 사람)를 만나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었다. "난 시작부터 불량 소녀였다"고 솔직히 내뱉는 마돈나의 솔직한 인터뷰 기사가 1983년 11월 [스타 히트]지에 실리면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마돈나는 가수로, 배우로, 슈퍼스타로, 마침내 세계적인 문화적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책 속에 펼쳐진 그녀의 끊임없는 남성편력 일대기와 ‘그녀의 남자들’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다. 또 48쪽에 걸쳐 마돈나의 화보가 수록됐다는 점도 매력이다. 고교시절 치어리더의 모습이나 첫 밴드 브랙퍼스트 클럽 등 좀처럼 보기 힘든 사진을 구경할 수 있다. 책 말미에 이런 마돈나의 말이 있다.


“나는 조금씩 나 자신을,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는 기분이 든다. 진정한 나 자신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분이다.”


[마돈나 섹슈얼 라이프 :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를 읽어보면 적어도 지금까지 그녀와 관련된 그 어떤 보도나 자료들보다도 훨씬 진실에 가까운 마돈나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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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ics 2007-03-20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에 동감 ^^ 넘 두꺼워서 완독까지 좀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아주 인상적인 책이었어용. 수많은 지인들을 찾아 인터뷰한 그 집요한 취재력에 감탄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르주나 2007-03-20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지금 보면 약간 마돈나 쪽으로 기운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좋은 책입니다. :)

Mephistopheles 2007-09-1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대단한 여자에요 시작은 미비하고 다소 자극적이였을진 몰라도 지금은 대단한 성공을 거둔 그녀니까요.

아르주나 2007-09-12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확실히 매력적이기도 하죠.
 
오노 요코 - 마녀에서 예술가로
클라우스 휘브너 지음, 장혜경 옮김 / 솔출판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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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에 대한 반감은 적어도 세 종류입니다. 반아시아, 반페미니즘, 반자본주의적 반감이지요. 다들 이렇게 말해요. 저 늙은 여자를 봐라. 저 돈 많은 과부를 봐라.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 오노 오쿄

“오노 요코 어땠어? 마녀 맞지?” 지난 6월 20일 오노 요코 기자회견에 다녀왔다는 나에게 어느 여자 선배가 물어본 말이다. 음악지 기자 출신인 그 사람이, 그것도 여자가 그런 말을 할 정도면 한국 사람 대부분은 ‘오노 요코는 마녀다’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꼭 요코가 말한 반감은 아닐 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오노 요코를 비틀즈 해체의 주범으로 철썩 같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견은 그녀를 하나의 개인으로,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고 그저 비틀즈 멤버 존 레논 아내로만 여기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흔히 ‘마녀’라고 생각될 만큼 오노 요코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진 부분들이 많다. 우선 그녀는 레논을 만나기 이전에 이미 영화 제작, 설치 미술, 행위 예술 등 여러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며 치열하게 살아왔던 당대의 아티스트였다. 독일 저술가 클라우스 휘브너가 쓴 이 책은 그러한 전위 예술가로서 오코 요코의 복권(復權)을 꾀하고 있다. 존 레논과의 애정관계 보다는 예술집단 플럭서스(Fluxus) 등 현대 미술 운동의 태동을 함께 한, 관습과 금기에 저항했던 독자적인 한 예술가로서 오노 요코의 면모와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1933년 2월 18일 일본의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바다의 아이’ 요코(洋子)는 음악을 좋아하는 부모님 덕에 일찍 미국에서 음악 공부를 하며 순탄하게 성장했다. 보수적인 가정환경에 숨막혔던 그녀에게 미국으로의 이주는 탈출구였다. 일본의 가부장적 문화에 벗어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뉴욕으로 건너간 요코는 전위에술계에 투신한 뒤 존 케이지, 마르셀 뒤상, 백남준 등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플럭서스의 일원으로서 활발한 작품과 퍼포먼스 활동을 벌여나갔다. 특히 플럭서스 그룹의 초기 예술활동은 상당 부분 오노 요코에 빚을 지고 있었다. 그렇게 뉴욕 예술계의 거물이 덕분에 존 레논을 만나는 결정적인 순간도 가질 수 있었다.


퍼포먼스와 오브제 미술을 거쳐 오노 요코는 1966년 엉덩이를 노출한 영화 [궁둥이]로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오노의 예술활동 중 가장 인상적인 이벤트는 영국 트라팔가 광장의 석조 사자상을 흰 천으로 휘감아버린 사건. 넬슨 제독이 프랑스 함대를 물리친 ‘위대한 전승 기념비’였던 웅장한 사자상을, 한 일본 여자 오노가 흰 천으로 모두 덮어버린 것이었다. 오노는 어리석은 전쟁을 벌이고 그 승리를 기념하기까지 하는 남성들의 세계를 조롱하기 위해 그것을 휘감아 가린 것이었지만, 이는 영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불경죄에 가까운 행동이었고 영국인들로부터 ‘미친 여자, 전 세계인이 가장 혐오하는 여자, 마녀’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밖에도 오노 요코는 ‘당신이 원한다면, 전쟁은 끝난다(WAR IS OVER, if you want it)’이란 문구로 유명한 평화운동가, 부부 역할 바꾸기를 실현한 여성운동가 등으로 지금까지 활약해왔다. 런던의 한 평론가는 오노가 시도했던 아방가르드와 팝의 역사적인 충돌에 대해 “패티 스미스, 피제이 하비, 코트니 러브 외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면 이들에게서도 오노의 호기심 가득한 괴성이 들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녀의 음악적 성과를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한 글 외에도 책에 실린 오노 요코의 작품•공연 사진 50여장은 아주 혁신적이었던 그녀의 예술세계를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오노 요코와 존 레논의 첫 만남에 대한 두 사람의 말을 들어보자.

“[못 박기 회화]가 인디카 갤러리에서 전시되었을 때, 어떤 사람이 다가와 못을 박아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나는 그가 5실링을 낸다면 못을 그림에 박아도 괜찮다고 했죠. 5실링을 내는 대신에 그는 상상의 못을 박아도 되는지 물었어요. 그가 바로 존 레논입니다. 나는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습니다.” - 1967년 10월, 오노 요코

“그때가 바로 우리가 진짜로 만난 때였죠. 우리의 눈이 서로에게 멈추었는데, 그녀도 그걸 느끼고, 나도 그걸 느낀 겁니다.” – 존 레논, 벤 퐁 토레스의 책 [A Chronology The Ballad Of John And Yo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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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현실보다 깊은 소리
성기완 지음 / 한나래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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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화 음악과 음악은 어떤 관계일까. 영화 음악은 단순히 극의 전개나 내러티브, 인물의 심리상태를 전달해주는 배경음악으로만 쓰이는 것인가. 그러나 그 정도로만 한정한다면 많은 걸 놓치게 된다. 영화 역사를 살펴보면 오히려 기존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은 영상으로는 다 담아내지 못하는 시간의 연결이나 단절 같은 부분들을 표현하는 등 영화를 보완해주는 상당한 역할을 한다.


저자 성기완은 이 책에서 영화 음악의 바로 그런 기능, 음악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내는 지 설명하고 있다. 영화 음악이 영화에 미치는 역할과 기능, 방식은 물론 관객의 감정을 변화시키는 방식 등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저자가 영화 주간지 [씨네 21]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놓은 이 책은 일단 영화사의 고전인 [시민 케인]에서 최근 개봉작 [그녀에게]까지 매우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고 있어 영화 마니아들을 만족시킨다. 약 90여 편의 영화 음악들을 ‘영화 음악의 문법’, ‘장르의 음악적 컨벤션’, ‘음악이 만드는 영화적 맥락’, ‘영화 음악의 심리학’, ‘한국 영화’, ‘영화 음악의 걸작’이란 범주로 나누어 다루면서 당대의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 내고 있다.


제1장인 ‘영화 음악의 문법’에서는 [시민 케인],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모베터 블루스] 등의 영화 음악을 예로 들어 영화 음악이 영화에 미치는 역할과 그 방식을 살피고, 2장 ‘장르와 음악적 컨벤션’에서는 [링], [미션 임파서블 2], [시카고] 같은 장르 영화에서 영화 음악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아보는 식으로 이어나간다.


그 중 가장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목은 [글루미 선데이],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빌리 엘리어트] 등을 묶은 3장 ‘음악이 만드는 영화적 맥락’이다. 영화가 그 자체만으로는 논리성이나 시간적 연결 혹은 단절을 모두 표현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내러티브나 배우들의 분장이나 카메라 조작으로도 이끌어내지 못하는 시공을 초월한 이해를 음악은 표현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스크린이 다 보여줄 수 없는 부분까지 관객에게 전달하는... 음악이란 바로 그런 게 아닌가.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시인이자 대중 음악 평론가 그리고 그룹 3호선 버터플라이의 멤버로 문화 쪽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해오고 있는 저자 특유의 개성적인 시각과 문장력이 돋보인다. 그래서 이 책은 다른 영화 관련, 혹은 대중 음악 관련 책에 비해 에세이처럼 훨씬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읽는 맛도 더 있다. 5장에서 한국 영화의 영화 음악의 발전은 영화 음악계의 발전뿐 아니라 국내 대중 음악 발전, 영화와 음악의 자연스러운 결합이 모두 충족되어야 할 조건임을 역설하고 있는 부분도 그가 바로 음악인이기 때문에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 책을 읽고 느낌이 좋았다면 성기완이 쓰거나 번역한 다른 음악 책들, 가령 평론집 [재즈를 찾아서]와 번역서 [록의 시대], 마일즈 데이비스의 평전 [마일즈] 등을 찾아 보길 권한다. 그리고 좀더 여유가 된다면 그의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음악까지 들어 보는 것도 괜찮을 ‘책 읽기’ 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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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으로 대중문화 읽기
박영욱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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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는 과연 천박하고 보수적이며, 그래서 고급 문화와 구분 지을 수 있는가? 또 대중문화는 이데올로기적이다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이 책은 이러한 편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그것들과 한판 ‘맞장’을 뜬다. 기성 정치와 엘리트 사회에 도전한 섹스 피스톨스부터 복제를 통해 순수(고급)예술의 우월감을 전복해버린 앤디 워홀 등까지 여러 문화를 예로 들면서 대중문화가 어떻게 기존 문화의 틀을 깨고 있는지 보여준다.


우선 저자는 ‘대중음악에 대한 편견’에 대해 반박한다. 그를 위해 클래식 작곡가 쇤베르크와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 너바나를 예로 들어 비교한다. 쇤베르크는 기존 클래식음악의 관습적인 7음계를 부정하고 12음기법과 무조음악을 만들어 현대음악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서양음악의 체계를 전복시킨 셈이다. 섹스 피스톨스 역시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그들도 펑크 음악을 통해 체계를 전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전복의 결정판이 너바나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너바나는 반음 혹은 한 음을 낮게 조율한 새로운 음색을 만들어냈으며, 조화에서 긴장으로 그리고 다시 조화로 이어지는 화성적 체계가 파괴되고도 음악이 전개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 단조와 장조가 뒤섞인 혼동성 등을 갖춘 새로운 록 음악을 선보였다. 그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수천만 장의 앨범이 판매되고 수억 명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코베인의 영향력은 쇤베르크보다 훨씬 크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서양 클래식음악의 혁명가로 불리는 20세기 작곡가 쇤베르크에 필적하는 대중음악 혁명가 너바나 같은 음악가가 있으니 대중문화가 결코 결코 천박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중 가요 또한 1970년대의 포크송과 1990년대 서태지의 등장처럼 기존 문화에 대한 도전이자 진보로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과연 대중문화를 고급 문화와 구별 짓는 것이 가능한가?, 과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이 이해할 수 없는 고급예술의 존재의미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칸딘스키의 추상화와 앤디 워홀의 팝아트를 분석하며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관계를 다시 생각한다. 현대미술은 화가 자신의 내부로만 그 시선을 둠으로써 대중은 배제했다. 그들의 회화는 상징을 가진 도상들의 나열일 뿐, 그 상징은 화가만이 읽을 수 있을 뿐이다. 말하자면 회화는 욕망을 지나치게 은폐함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잃어버리고 고립된 것이다. 그러나 팝아트는 그런 고립된 회화를 복제나 소재의 다양화(만화, 미스미디어 등의 이용)로 다시 대중 안으로 끌어들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중이라는 존립근거를 떠난 고급문화가 생명력을 잃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칸트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철학도가 지은 책답게 철학적인 방법론과 그것을 구체적인 대중문화에 적용한 것, 그리고 대중음악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 등은 다른 대중문화 연구서가 하지 못한 이 책만의 장점이다. 하지만 음표나 화성학 등 다소 생소한 내용들은 라캉, 부르디외 등 철학 및 사회과학 이론에 대한 설명이 많아지는 후반부로 갈수록 전반부처럼 읽기가 쉽지 않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문화 자체가 가진 쟁점들이 표출되게 한다는 점에서 많은 가치를 지닌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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