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음악, 현실보다 깊은 소리
성기완 지음 / 한나래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영화 음악과 음악은 어떤 관계일까. 영화 음악은 단순히 극의 전개나 내러티브, 인물의 심리상태를 전달해주는 배경음악으로만 쓰이는 것인가. 그러나 그 정도로만 한정한다면 많은 걸 놓치게 된다. 영화 역사를 살펴보면 오히려 기존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은 영상으로는 다 담아내지 못하는 시간의 연결이나 단절 같은 부분들을 표현하는 등 영화를 보완해주는 상당한 역할을 한다.


저자 성기완은 이 책에서 영화 음악의 바로 그런 기능, 음악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내는 지 설명하고 있다. 영화 음악이 영화에 미치는 역할과 기능, 방식은 물론 관객의 감정을 변화시키는 방식 등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저자가 영화 주간지 [씨네 21]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놓은 이 책은 일단 영화사의 고전인 [시민 케인]에서 최근 개봉작 [그녀에게]까지 매우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고 있어 영화 마니아들을 만족시킨다. 약 90여 편의 영화 음악들을 ‘영화 음악의 문법’, ‘장르의 음악적 컨벤션’, ‘음악이 만드는 영화적 맥락’, ‘영화 음악의 심리학’, ‘한국 영화’, ‘영화 음악의 걸작’이란 범주로 나누어 다루면서 당대의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 내고 있다.


제1장인 ‘영화 음악의 문법’에서는 [시민 케인],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모베터 블루스] 등의 영화 음악을 예로 들어 영화 음악이 영화에 미치는 역할과 그 방식을 살피고, 2장 ‘장르와 음악적 컨벤션’에서는 [링], [미션 임파서블 2], [시카고] 같은 장르 영화에서 영화 음악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아보는 식으로 이어나간다.


그 중 가장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목은 [글루미 선데이],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빌리 엘리어트] 등을 묶은 3장 ‘음악이 만드는 영화적 맥락’이다. 영화가 그 자체만으로는 논리성이나 시간적 연결 혹은 단절을 모두 표현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내러티브나 배우들의 분장이나 카메라 조작으로도 이끌어내지 못하는 시공을 초월한 이해를 음악은 표현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스크린이 다 보여줄 수 없는 부분까지 관객에게 전달하는... 음악이란 바로 그런 게 아닌가.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시인이자 대중 음악 평론가 그리고 그룹 3호선 버터플라이의 멤버로 문화 쪽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해오고 있는 저자 특유의 개성적인 시각과 문장력이 돋보인다. 그래서 이 책은 다른 영화 관련, 혹은 대중 음악 관련 책에 비해 에세이처럼 훨씬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읽는 맛도 더 있다. 5장에서 한국 영화의 영화 음악의 발전은 영화 음악계의 발전뿐 아니라 국내 대중 음악 발전, 영화와 음악의 자연스러운 결합이 모두 충족되어야 할 조건임을 역설하고 있는 부분도 그가 바로 음악인이기 때문에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 책을 읽고 느낌이 좋았다면 성기완이 쓰거나 번역한 다른 음악 책들, 가령 평론집 [재즈를 찾아서]와 번역서 [록의 시대], 마일즈 데이비스의 평전 [마일즈] 등을 찾아 보길 권한다. 그리고 좀더 여유가 된다면 그의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음악까지 들어 보는 것도 괜찮을 ‘책 읽기’ 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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