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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한국경제 ㅣ 나남신서 603
강명헌 / 나남출판 / 1996년 5월
평점 :
품절
한국 경제의 주춧돌은 재벌들이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그 휘하에 수많은 하청업체들이 재벌들을 튼튼하게 보좌했음은 주지하는 바다. 과거 재벌의 전형적인 유형은 정경유착이었다. 지금은 상당히 낯설지만, 불과 10여년 전 안팎무렵에는 정경유착이라는 기사가 심상치 않게 떠올려지곤 했다. 정부차원에서도 후진국에 머물고 있는 현상황을 방관할 수 없었고, 정부의 호혜를 지나칠 수 없었던 많은 기업들이 정부의 보호아래 고도의 성장을 달리곤 했었다. 불과 30-40년 동안의 세월동안 한국의 경제가 이렇게 눈부시게 성장한 것은 이렇듯 이유가 있었다. 특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재벌들은 몸집을 불려 나갔고, 문어발식 경영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연유에서였다.
하지만 90년대 후반에 닥친 IMF여파로 우리기업들은 격심한 다이어트를 해야 했고, 결국 싼 값에 많은 지분을 외국 투자가들에게 넘겨줄 수 밖에 없었다. 요즘 국민소득 2만달러를 주창하며, IT업계 발전을 도모하자는 진 장관의 광고를 보고 있으면, 한 세대를 지난 우리 기업들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대략 알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동안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변천했고, 보다 많은 기술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첨단 IT산업으로의 변모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는 좋은 과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사양산업이라고 치부하던 의류산업이 이태리 산업의 모태가 된 것처럼, 아무리 하찮게 보이는 산업도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
오늘의 재벌의 힘은 너무도 막강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수위를 달리는 대기업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몇 몇 기업의 도산은 국가 전체의 경제를 마비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본적이 있다. 그래선지 재벌의 횡포도 작지 않은 것 같다. 기득권을 위해서 하청 업체들에게 피해를 주는 가 하면, 은연중에 자신들의 브랜드 파워에만 의지한 채 문어발식 경영을 확장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곤한다.
20세기에도 그랬지만, 21세기야말로 국가의 경계는 있지만, 기업에 있어서 국적이란 불필요하다고 한다. 어느 지역에서든지, 자신의 경쟁력만 갖추면 되는 것이다. 재벌, 흔히 말하는 대기업들이 세계화에 필요한 필수적인 마인드를 갖추고, 치열한 경쟁을 치루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과거 재벌들이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이 일익한 것처럼, 부수적으로 상도를 철저하게 지키고 긍정적인 방면으로 사회와 공존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전체적으로 내용이 딱딱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경험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