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을 향해 차량이 이동한다. 가랑비가 차 앞 유리창에 부딛히는가 싶더니 어느새 빗방울이 굵어진다. 우두둑 우두둑 차의 외관을 드럼을 치듯 두드리는 소리는 어느 악기보다도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와이퍼 속도는 단계를 거듭하며 스피드를 더해간다. 산 중턱에선 하늘에 구멍이 난듯 비를 퍼붓고 있다. 와이퍼로도 제어가 안 되는 듯하다. 이럴 때는 길모퉁이에 차를 잠시 세워두고 바깥 경치를 구경해야 할 듯한 느낌을 받았다.
창을 통해 내가 보는 세상의 풍경...
바깥에서 차의 창을 통해 지켜보는 내 모습은 상반되지만, 같은 시간에 동시에 이뤄지는 매개체다.
S자, C자들로 이뤄진 산등성이의 길에 접어 들면서 그 쏟은 관심 만큼이나 또다른 나의 모습, 또 다른 자연의 모습을 그려본다.
이래서 비오는 날의 드라이브는 기분이 색다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