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승우와의 재회는 영화 '도마뱀'을 통해서다. 최근 왠일인지 그가 출연하는 작품을 많이 감상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왠지 순수해 보이는 말투와 표정, 몸짓은 누구든지 편안하게 만들지만 그의 연기폭의 넓고 깊음은 여러가지 작품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연인사이인 강혜정과의 출연이라 더욱 관심이 갔는데, 극중 승우의 역할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이별을 고하기 전 아리(혜정)을 위해 정성들여 우주선 착륙장을 제작하는 장면은 사랑의 숭고한 힘을 반영하는 듯하다.
영화의 초반부는 현실과는 좀 거리가 느껴졌다. '아리'의 유년시절은 스스로를 저주받은 아이라고 떠벌이고 다닌다.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말투다. 하지만 그 표정만은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그대로 표현해 내고 있다. 그 순수한 표정 속에, 뭔가 숨기고 싶은 고민이 분명 내재된 것은 아닌지... '아리'는 자신의 몸에 손을 대면 상대방은 반드시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며, 상대의 접근을 거부한다. 이런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영민한 아이임에 틀림없다.
극중 아리와 조강의 만남은 청년기를 거쳐, 10년 후에 성인이 된 다음에도 이어진다. 하지만, 그들의 만남은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그런 '아리'를 '조강'(승우)은 붙잡으려 하지만 헤어지고야 만다. 영원히 마음속에 여자인 '아리'를 잊지못해 '조강'은 결국 삼촌인 '승려'를 통해 그 비밀을 알게된다.
자신이 치명적인 병에 걸렸다는 점,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숙명적으로 알게 되는 그녀는 자신에게 접촉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저주'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성인이 되어서 우주인과의 교신에 몰두하는 장면을 생각하면, 마치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떠올리게 된다. 이승의 삶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욕망은 우주의 별로 확대되는 듯하다. 물론 연인인 '조강'에 대한 미련도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한다.
연인에 대해서 정성을 다하고, 끝까지 마지막을 지켜주려는 헌신적인 사랑은 상당히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