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철수 분)의 긴 머리카락 사이로 우수에 젖은 눈빛과, 연신 눈물을 터뜨리는 표정이 압권이었다. 영화 관람 중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헌신을 다하는 장면들은 시종일관 감동과 안타까움을 자아내곤 했었다.
'내가 네 마음이고 기억이야.'라는 극중 철수의 대사는 다가오는 수진의 운명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그녀를 지켜주겠다는 처절한 다짐처럼 보였다.

순애보라!
최근 제니퍼 러브 휴잇, 폴 니콜스 출연의 <IF ONLY>를 접해서일까. 분명 액션이나 기타 장르의 영화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더불어서 '내가 그 입장에 처했더라면, 어떠한 말을 했으며,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남녀간에 생면부지였던 관계에서, 어떻게 얽혀 같이 동행하기까지의 과정들, 서로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들...
인간이면 당연히 겪게되는 그 과정 사이의 다툼들과, 그리고 더욱더 쌓여가는 서로의 신뢰와 사랑들. 비록 지면상으로 축약될 수 밖에 없는 이런 아류의 스토리가 내 주위 사람, 내 일상에서 일어난다면...

군대가면 관계를 청산하는 요즘 연인들의 세태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순애보란 옛 흑백필름에서나 들추어 봄직한 이야기가 아닐는지 싶기도 하다.
연신 눈물 흘리는 관객들을 생각해 보면서, '그래도 인생의 주체는 나야.'라고 다짐하고 기다릴 줄 아는 연애관을 성립할 수 있었다면 나만의 생각일까!

알츠하이머츠 병이라는 자신의 병을 깨닫고, '기억을 잃으면 영혼도 잃게된다.'라고 자위하며 연인의 곁을 떠나려는 수진과, 또한 그녀를 위해 헌신하는 철수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것이라는 명제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영화 <똥개>에서 추리닝 차림에도 그 멋진 외모를 숨길 수 없었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왠지 투박하고 거칠어 보이는 목수라는 직업에도 '정우성표' 느낌을 자아내어 돋보이게 했던 부분도 인상 깊었다. '연장들이 잔뜩 쌓여져 있는 구식 자동차도 이렇게 멋있게 보일 수 있구나.'라는 느낌은 전체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

'순애보'란 영화의 명제를 떠나서라도, 우리나라에 이렇게 지속적으로 사랑받고, 선풍적인 한류문화의 선봉에 설 수 있는 배우를 오랜만에 만나게 되어 기뻤다.
얼마전 전국 관객 100만을 넘어섰다고 하니, 여기저기 '정우성' 흉내내기 바람이 불어닥칠지도 모를 일이다.

터프하면서도 애절한 정우성, 산뜻하면서도 가녀린 손예진의 연기가 돋보여 정말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차기 어떤 작품으로 이들과 재회하게 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