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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우리문화
주강현 / 한겨레출판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21세기'란 2001년부터 2100년의 기간인데, 제목을 보면 얼핏 현대와 미래의 우리 문화에 관한 주제로 시작될 듯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나라 문화의 제반적인 부분에 대해서 서술 되고있다. 폐쇄적인 대외 정책을 고수하다, 서양 열강 세력으로 말미암아 결국 개방을 하게되고, 결과적으로 우리 문화는 서양문화에 어느 정도 동화되었다.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연스레 걸치고 다니는 '캐주얼 의류' 라든지 다양한 인스탄트 문화는 역사적 과정 속에 나온 산물임을 알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실제로 본인도 이 점에 대해서는 심오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화의 혜택은 시기를 잘 만났다고 위로 삼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열강에 대해서 승리를 거두었든, 아니면 패배를 거두었든 간에 시대의 대세에 맞게 우리 문화는 변해갔다.
저자와 동감하는 부분은 서구의 편리함을 취하면서도 정작 우리의 전통문화를 토착 한국화 시켜 세계화 시키는 부분이 다소 미비하지 않았는가 싶다. 물론 최근에는 '브랜드 밸류'를 기반으로 한국을 널리 알리는 제품 및 회사가 과거보다 증가했다. 하지만 '상품'시장의 지배 및 확대 측면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그것은 세계화 된 제품, 뚜렷한 공동영역에서의 점유를 의미한다. 전통문화 측면에서 '사스'의 창궐 앞에 당당했던 '김치'나 예나 지금이나 세계에서 인기를 함빡 누리고 있는 '사물놀이'등은 너무도 자랑스럽지 않은가.
독서 중 아쉬웠던 점은 우리의 역사가 대체적으로 수동적이라는 점에 있었다. 자신의 가치기준에 따른 능동적 문화 섭취가 아닌, 강제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었다. '아큐정전'에서의 '아Q'처럼 정신적 승리로 스스로 위안을 삼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답답함을 감출 수 없었다.
지구 전체가 세계화가 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언어, 산업, 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은 나라들과 공통 부분이 확대되고 있다. '영어'가 경쟁력으로 변하고 있는 시대이다 보니, 어느 틈엔가 영 미권의 문화를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우선 시 되고있다. 이런 격변기에 전통 문화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이를 위해서 노력하기란 상당한 결심을 필요로 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어렵고 심오한 주제를 토대로 정성스럽게 집필한 저자의 노고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덧붙이자면 비록 과거 위주의 내용이었지만, 우리 문화의 미래를 나름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