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박동원 옮김 / 동녘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유년시절에 듣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라는 소설 문구는 <스누피>의 '찰리 브라운'이나 <아기공룡 둘리>에서 '둘리'처럼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왔었다. '오렌지'라는 상큼한 느낌이 그 당시 본인만의 세계에 침투했었고, 그 당시 읽어보진 못했지만 뭔가 이국적이면서 형용할 수 없는 좋은 감정을 받았다. 그 느낌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속의 주인공인 '제제'의 물질적인 삶과는 상반되게, 마치 귀티나는 문구처럼 내 마음속에 자리잡았었다.

유년시절로부터 20여년이 흘렀는데, '어른으로서 읽어본 느낌은 과연 어떨까?' 라고 자문해 본다. 이미 유년기와 성년기를 모두 경험했기에, '제제'의 시각과 그의 아버지의 시각과 '뽀르뚜가'의 행동을 다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주인공을 보자. 마치 만화 <짱구는 못 말려>의 '짱구'라는 캐릭터처럼 '제제'의 생각과 행동은 성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5살짜리 꼬마가 어른들이 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본인의 과거는 어땠는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본인의 철없는 유년시절의 경험들이 '제제'를 통해 다시 표출되는 느낌을 받았다. 저만한 나이에 본인도 꽤 성숙하지 않았나 비교해 보기도 한다.

한편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에서 '제목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라고 고민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인 것 같다. 새 집으로 이사하면서 '제제'의 분신이 되어버린 라임 오렌지나무는 아직 치목(稚木)에 불과하다. 하지만 '제제'와 생각을 공유하고, '제제'와 같이 성장해 나갈 나무다.

백과사전에서는 '라임 오렌지나무'가 5M까지 성장하며, 성목(成木)시 가시가 돋히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가시 없는 '라임 오렌지나무 치목'은 어린 제제의 생각을 아무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좋은 매체가 되는 것 같다.

이 연계는 나중 글 말미 무렵 <라임 오렌지나무>가 제거될 것이라는 말에 많은 아쉬움을 가져다 주었다. 그것은 어린 제제의 순수함이 둔탁해 지고, 또한 어른이 되어간다는 암시 같아서였다. 후편에서 제제가 어떤 모습으로 변모되는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저자 '주제 마우루 지 바스콘셀로스'는 브라질 태생으로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것으로 되어있다. 저자가 경험했던 어려운 시절들이 이 소설 배경의 근간이 되었고, 비례적으로 독자로 하여금 많은 감동을 주는 게 아닌가 싶다.

어린 제제가 왜 '크리스마스에 구두 닦기를 해야했는가!', '제제는 왜 아리오발두와 같이 노래를 부르며 악보를 팔아야 했는가!'는 빈곤한 제제의 경제적 상태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어린 나이답지 않은 삶의 대한 적극성이 돋보인 例라고 할 수 있겠다.

어린 제제는 포르투칼 사람인 '뽀르뚜가'와 가까워지면서 삶의 새로운 기쁨을 맛보게 된다. '밍기뉴(라임 오렌지나무)'와 더불어 '뽀르뚜가'는 제제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데, '뽀르뚜가'는 어른으로서 동심의 세계를 가장 잘 이해하는 캐릭터다. 글로리아 누나와 더불어 이 두 절친한 친구가 없었다면, 다른 아이들보다 조숙한 제제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갔을는지 아득하다. '뽀르뚜가'의 훗날은 아쉽게 끝나지만, 제제의 순수한 마음을 유지시키며, 제제를 한층 더 성숙하게 한 장본인이라고 생각한다. '뽀르뚜가'의 事故는 일순간 제제의 행복을 앗아가는 것 같아 너무도 안타까운 심정이 들었다.

가장이지만 실업자이며, 주변 인물로 나오는 아버지, 생계를 위해 몸을 희생하며 공장에 다니는 어머니, 누나들,'제제'를 약간은 이용해 먹는 그의 친형 또또까, 그리고 막내인 루이스는 서로 각기 다른 성격이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공생해 나가고 있다. 그들의 삶은 너무도 서민적이라서 마치 오래된 나무 도마를 손으로 만져보듯 투박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궁핍한 생활고는 통상 인간 사이의 유대를 강하게 만드는 것 같다. 빈약한 물질 대신, 그들은 마음을 통해 상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그런 아름다운 장면을 많이 보게 되었다. 마음속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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