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 두고 온 내 남편 열두 명
조정연 지음, 윤진경 일러스트 / 사람의향기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여행기를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행담이라면 과거의 ‘빵장수 배낭족’이라든지, 한비야씨가 쓴 책 정도만 읽은 터라, 뭔가 색다른 여행담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어쨌거나, 여행기를 읽을 때면 심신이 많이 피곤할 때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여행에 대한 동경이 작용하는 것 같다. 처음 이 책과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지금은 아마, 배낭여행의 성숙기가 아닌가 싶다. 과거 10여년전만 하더라도 해외 여행, 그것도 배낭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큰 맘을 먹어야 했었다. 물론 지금도 여행을 위해서 준비할 것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지만, 배낭여행 초창기에는 그나마 그에 대한 지식도 부족했을테니까, 요즘 보다는 더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선진국에 가보면 우리가 개선해야 할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평이다. 반면, 후진국을 여행하는 것도 우리나라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주인공인 조정연씨는 19살 대학 재학중에 처음 여행을 떠난 것으로 알고 있다. 젊은 처자였던 시절에 훌쩍 떠나버리는 용기가 있었으니, 부러울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역경을 딛고 일어설 기회를 해외 여행을 통해서 얻는 것도 좋을 듯 하다.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교훈이 될 것 같다.

이 책은 ‘히말라야’가 주는 힌트처럼 인도와 그 주변 지역을 지은이가 답사를 통해 경험한 것들을 담았다. ‘빈곤의 나라 방글라데시’, ‘인도의 카스트 제도와 관련된 언어 사용의 차별성’, ‘벌금의 나라 싱가폴’, ‘티벳의 달라이라마’등 각 나라에 특색있는 문화들을 두루 겪었던 점들이 인상 깊다.

살다보면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 두 가지를 겪을 수 있는데, 둘 다 장점을 가지고 있다.
어찌 보면 간접 경험은 직접 경험보다 위험부담이 적게 보인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가라.’는 속담처럼 직접 행동을 통한 경험이 장기적으로 볼 때는 더욱 현명한 판단을 유도할 수 있으리라 본다.
‘여자 혼자서 여행하는 것은 험한 꼴 당하기 십상이다.’라는 피해 망상을 가지고 있다면 해외 여행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라는 믿음을 전제로 여행한다면 그 사람 앞에는 다른 결과가 펼쳐 질 게 뻔하다.

‘조정연’씨의 다른 얘기들도 재미있었지만, 특히나 혼자 여행했을 때 가장 큰 불편으로 작용했을 ‘여자라서 받는 남성들의 시선’들을 그 특유만의 노하우로 잘 극복했던 이야기들은 흥미롭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그 경험담을 다른 사람도 한 번 해보라고 추천한다면 나는 극구 말리고 싶다.

나카타니 이키히로는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책에서 다른 나라 여행의 중요성을 서술했다. 국내에서 자신의 고향을 떠나 타 지역을 여행하는 것도 도움이 될 진데, 국외 여행을 한다는 것은 보다 큰 효용을 가져다 줄 것임에 틀림없다.국내에서 맛보지 못한 훨씬 큰 자유를 만끽 할 수도 있다. 정치, 문화, 경제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떨어진 나라를 체험할 때, 기차역에서 도착예정 시간보다 30분을 더 기다리는 경험을 하더라도 얻는 것은 있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스스로 대처하는 방법을 강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현지인과 대화능력도 과거보다 더 쌓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 책을 보면 아직도 대부분의 아시아권 나라들은 경제적으로 영세함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농촌이 현재 도시보다 인간적으로 풍족하듯, 이들 나라들은 정신적으로 풍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질문명이 발달 할수록 정신의 풍족은 반비례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미 여행 컬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분 답게 전체적으로 글 솜씨가 매끄럽다는 생각이들었다. 독서 도중 본인이 실재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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