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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업이다
구본형 지음 / 북스넛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요즘, 취업란이 한창이다. 상반기 때보다, 하반기 때의 경쟁률이 훨씬 치열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게 현 상황이다. 몇 십 군데에 원서를 제출 해 보지만, 워낙 고학력이 넘치는 사회이다 보니, 서류전형 통과하기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매년 수십만의 졸업자가 양산되고, 이들의 대부분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세태를 볼 때, '입사하기도 힘든데, 社內에서 버티기란 오죽 힘들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사오정, 오륙도의 시기가 아니고, 삼팔선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웃 나라 일본 'SONY'사 같은 경우는 30세부터 명퇴 대상이 된다고 하니, 요즘 기업 명퇴제한 년수는 계속 줄어드는 게 유행인 듯 하다. 물론 이런 게 경영진의 현명한 판단이 전제 되었겠지만 말이다.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관계는 오너와 회사원에서 엄격히 드러나지 않는가. 초창기 희망에 가득한 포부로 입사한 사원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처리되어지는 운명을 맞고 있다.
이 책의 저자 구본형씨는 20년간 한국IBM에서 몸을 담은 샐러리맨 출신이다. 그 역시 기업의 생리에 대해서 일찍부터 알고 있었고, 퇴사 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던 중 자신의 책을 출간하게 되었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런 면에서 그는 자신의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 자신의 경험을 담았기에, 보다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 책은 명퇴를 앞두고 있는 사람이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본인이 느꼈던 이 책의 가장 큰 메시지는 '사회에 통념에 휩쓸리지 말라.'는 것 같다. 더불어서 '누구나 인정하는 대기업에 들어가는 게 본인의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인가?' 라고 반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패러다임의 변환을 일깨워주는 순간이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새로운 출발에 대해서 망설이지 말 것'을 전달해 주는 듯 하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직업으로 삼을 것', '취미를 자연스레 직업화 할 것'도 강조하고 있다. 공감하는 바이다.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시장의 원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나만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2의 인생을 30대, 40대, 50대 어느 세대부터 시작할지 모르지만, 제1의 인생을 통해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검증했으므로, 이제는 생계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직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나라 학교 시스템은 궁극적으로 좋은 직장 가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좋은 고등학교, 좋은 내신, 좋은 수능 점수가 좋은 대학을 좌우하고, 좋은 대학과 선호하는 대기업은 연계되는 현실이다. 가뜩이나 온 나라가 취업란에 허우적거리는 세태에서, 많은 기업들이 학교에 차별을 두고 인재를 뽑고 있다.
서럽긴 하지만, 과거 우리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힘들어했던 것처럼, 우리가 원하는 '제2의 삶'을 살기 위해, 사회 초년부터 우리는 대비해야 할 것이다. 과연 무엇이 나의 장점이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계속해서 자문자답하는 습관을 길러야 함은 지당하다.
요즘 대기업에서 불고 있는 자발적 명퇴가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일부에서는 낙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선, '우리가 그 동안, 창업에 대해서 너무 보수적이지 않았는가'라는 생각도 해 본다.
'아무도 나한테 직업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라는 구본형씨의 말이 새삼 피부로 느껴질 때면 이미 우리는 사회 생활에 있어 많은 실패를 맛보고 있는 순간일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주변에는 오늘도 '새로운 구인소식이 나오지는 않았나'하고 살피는 젊은이들이 많다.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제1의 인생을 빨리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 보였으면 한다. 인생에 있어 능동적이어야 하며, 제1의 인생의 지평을 여는 순간 '내가 직업이다.'라는 생각으로 굳건히 무장을 해야하는 시대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