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와 소믈리에
김하인 지음 / 지에이소프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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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국화꽃향기>라는 유명한 책을 읽어보지 않았고, 김하인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읽은 적이 없어서 사실 작가에 대해서 딱히 할 말이 없다. 작가 소개글을 읽고 인물 검색을 통해 '순정 멜로' 장르로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라는 것 정도만 알았다. 그러다가 <국화꽃향기>가 드라마 '가을 동화'의 원작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러고보니 이 소설이 좀 이해가 되었다. 드라마 같은 사랑 이야기다. 연애 초기부터 사랑의 완성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TV 화면에 비춰 지나가는 것 같다. 장르로 따지면 로맨틱코미디 장르는 아니고, 멜로 드라마다.

솔직히, 내가 평소에 즐겨 보지 않는 장르다.

그래서일까? 책은 술술 읽혔지만 재미는 없었다. 이상적이기만 한 주인공들의 사랑에 위화감이 들었고, 너무 뻔한 스토리 전개가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지나친 미화도 거슬렸다. 책 표지에는 '여전히 사랑을 신뢰하는 당신께'가 아니라 '여전히 드라마 속 사랑을 신뢰하는 당신께'라고 쓰는 게 어울릴 것 같다.

물론 이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실제 강원도 고성의 젊은 부부 이야기가 모티브다. '실제'라는 말이 붙으면 감동이 생긴다. 이런 소설 같은 이야기가 실제라니, 주인공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나 느낄 감동이다. 소설을 읽으며 소설 '같은' 것에 감동을 받을 수는 없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책 한 권을 다 읽고도 뒷 맛이 깔끔하지가 않다.

아무래도 김하인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봐야 좀 개운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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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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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레 요코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읽고 싶습니다.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때도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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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의 기생충
린웨이윈 지음, 허유영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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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서전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남의 인생 스토리를 들으며 내 인생과 비교하고, '이 사람은 위대해'라는 신화를 만들거나, 아니면 '나도 할 수 있어' 같은 희망을 품는 것이 한심하다고 생각해서다. 그런 마음이 지속되는 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실존 인물의 자서전이나 평전이라고 해도 결국 하나의 스토리에 불과하다. 실화라는 것의 충격은 읽을 때에 실감을 더할 뿐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허구의 스토리와 다를 바가 없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것은 큰 매력 요소가 아니었다. 게다가 '박사 집안'에서 태어나 '기생충 학자'를 어머니를 둔 작가 린웨이윈은 나와 너무 다르다. 

그러나 삶의 형태가 다르다고 공감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아마 문학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야기가 허구든 사실이든, 작가의 환경이 나와 얼마나 닮아 있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다. '이런 삶도 있습니다'라고 보여주며 자신이 그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풀어내는 작가에게 공감하고 몰입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녀가 보여주는 삶의 방식을 읽는 것이다. 


나는 왜 이 책을 썼을까? 우선은 부모님과 소통하고 부모님과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썼다. 부모님도 예전에 책을 통해 나와 소통하고 나를 이해하려고 했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타인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이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걸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누구나 자기 방식으로 자기 이야기를 쓸 권리가 있다. 그 이야기가 남들 눈에 성공으로 보이든 실패로 보이든, 말할 가치가 있든 없든, 글을 잘 썼든 잘 쓰지 못했든 상관없다.

내 이야기가 반드시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안에서만 살면서 타인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타인의 관점을 보지 않으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하고 나의 시선으로 나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내 생각이 없다면 나는 남의 머릿속에 기생하는 기생충일 뿐이다. 돌려 말하면 남의 생각을 내 머릿속에 기생시키는 것이다.

더 이상 기생하고 싶지 않다. 경제적으로든, 생각으로든, 감정으로든. 나는 독립하고 싶고, 지금도 독립으로 향하는 길 위에 있다. 언제쯤 만족할 수 있는 종착역에 닿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 종착역이 어디인지, 어디에서 잠시 멈추고 쉴 것인지 남이 결정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나 스스로 ‘독립’과 ‘의존’,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 사이의 경계를 정의해야만 한다. 책을 읽으며 성장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저자(혹은 주인공)와 함께 내가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다. 관조적인 시선으로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포 저자와 함께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삶을 견딘다는 느낌이 들 때다. 그만큼 몰입한 것이다.

저자(혹은 주인공)이 성장을 하고 이야기가
끝날 때, 나도 투쟁을 끝낸다. 그리고 몰입된 상태에서 빠져나와 숨을 고른다. 하지만, 이 책의 결말은 숨을 고르지 못하게 한다. 작가 린웨이윈의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기생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다시 같이 싸움터에 나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끝이 시원하지 않더라도
어찌되었건 책은 마지막 장을 넘겼다. 이제 작가와 분리되어야 한다. 작가는 그의 투쟁을, 나는 나의 삶 속에서 투쟁을 지속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든든한 응원군이 생겼다. 혼자 하는 싸움이지만, 이 지구 어딘가에서 나와 같은 싸움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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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눈물 대한민국 스토리DNA 16
전상국 지음 / 새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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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에서 따로 편을 골라내는 일이 쉽지 않다. 이것도 좋지 않느냔, 선에 넣지 않은 작품에 대한 미련일 것이다. ' 작품' 이상 다른 것을 없을 것이란 작심으로 최선을 다한, 비장한 신명을 잊지 못함이다.
- 작가의 중에서


 


새움 출판사의 한국문학 전집 시리즈대한민국 스토리DNA’ 16번째 도서 <우상의 눈물> 읽었다. 전상국 작가의 등단 55년을 회고하며 아홉 편의 작품을 직접 골라낸 것이라서 흥미로웠다. 전상국 작가가 아홉 편을 선별한 기준은 이제까지의 중단편 소설 자신의 주된 관심사를 엿볼 있는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플라나리아>(2002), <우상의 눈물>(1980), <우리들의 날개>(1988), <침묵의 >(1978), <>(1977), <동행>(1963), <전야>(1974), <아베의 가족>(1978), <투석>(1988) 묶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거의 잊혀져가는 어떤 사건을 선택한 다음, 비록 어제의 것이지만 이것만은 결코 잊어서는 된다고 다소 과장된 방법으로 뭔가를 환기시켜 주는 소설이다.
-전상국, <소설 창작 강의>, 문학과사상사, 2010, 15


 


전상국의 소설은 대부분 전쟁에 의해 연쇄되는 폭력과 교육에 의한 동일화의 현상, 그리고 자본주의에 매몰된 개인들이 보이는 이기주의에 대한 인식이 주제이다. 그리고 그러한 폭력과 갈등은 분단과 한국 전쟁이 중요한 동인이다.
 
국어 시간에 배울 법한 설명이다.
사실 현재를 살아가는 20 중반의 나에게 그의 소설의 동인은 설득력이 없다. 분단이나 한국전쟁은 역사 이야기일 뿐이다. 역사 인식을 갖는다고 해도 그것은 이성적인 지식의 습득일 , 마음으로 동감하지는 못한다. 또한, 두발 단속 조차 없고 야간자율학습도 자율화 학창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그의 소설에서 묘사되는 학교도 과거의 이야기 같다

소설 속 인물들은 더하다.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평범하지 않다. 지나치게 극단적이다. 불구자나 정신병자들이기도 하고, 여자 인물들은 평생을 성폭행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산다. 삶의 행복이라고는 도무지 느낄 수가 없는 인물들이다. 광기 어린 인물들이다.

이렇게 동감할만한 접점이 없는데,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가슴을 치는 무언가가 있다. <우상의 눈물>은 청소년 필독도서로 선정되어 있기도 하다. 다른 소설들도 지금에까지 미치는 힘이 느껴진다. 이것은 어떤 힘일까? 그의 소설의 무엇이 나를 이렇게 울컥하게 하는 것일까?



일단 긴장감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런 공포 장르의 긴장감보다는, 등골이 빳빳하게 서는 힘이 들어가는 긴장감이다. 이런 긴장을 유도하는 것은 대립 구조다. 어느 소설이나 갈등이 있지만, 전상국의 소설에서는 갈등이 유독 크게 느껴진다. 사소한 갈등이 아니라 인생에서 양보할 없는 것들이 부딪쳐 일어나는 갈등이기에 긴장되는 것이다. 윤리적이거나 이데올로기적인 의미를 가진 갈등은 해결의 어려움을 내포하기 때문에 독자에게 두려움마저 느끼게 한다.
 
이러한 대립 구조와 미해결의 답답함은 전상국의 <소설 창작 강의> 읽으면 작가에 의해 유도된 창작법의 일부라는 것을 있다.


 


이야기를 짠다는 것은 이야기 속의 모든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얽힘을 뜻한다. 그러나 요소들은 나름으로 풀리지 않는 어떤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죽어야 한다. 죽을 없다. 나쁜 놈이다. 아니다 그는 당신들보다 인간적이다. 사랑한다. 증오한다. … 이러한 요소들의 갈등을 어떻게 적절히 나열하고 대비하여 진행시키느냐에 따라 소설의 맛은 크게 달라진다.


-전상국,<소설 창작 강의>, 문학과사상사, 2010


 


결국 작가는 애초에풀리지 않는 어떤 문제들 소설 속에 심어 놓은 것이다. 그러니 그의 소설들은 갈등이 점점 심화되어 결국 비극으로 치닫을 밖에 없다.
 
전상국 소설을 읽을 몰입하게 되는 다른 요소는 바로 끝을 궁금하게 한다는 이다. 그의 소설의 시작은 대부분 사건이 발생한 이후를 묘사하며 시작된다. 피해자가 먼저 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사건이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 조사해 나가며 진행된다. 독자는 수사에 몰입해서 가해자를 찾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본다. 그러나 결국 가해자는 사람의 실체가 아니다. 부조리한 사회나 역사다. 처벌할 수가 없다. 해결 수가 없음에 절망을 느낀다.

그리고 비극을 읽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

절망과 희열,
그리고 거대한 사회를 줄의 문장으로 체감하게 되는 경험.

이러한 것들이 그의 소설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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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써봤니? - 7년을 매일같이 쓰면서 시작된 능동태 라이프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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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추천사 쓰기에 나만한 인물이 없다. 나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내리 4년간 네이버에서 파워블로거를 따먹었다. 내가 이런 책을 썼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원고를 읽으며 아니다 싶었다. 그는 놀이 삼아 블로그질을 했다. 나는 일의 연장이었고. 그가 나보다 고수다. 그에게 노는 법을 배워야겠다. 행복해지려면 그처럼 잘 놀아야 한다. 놀이 삼아 읽을 책이다. 
- '놀자' 황교익(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추천사대로 이 책은 '잘 노는' 김민식 PD가 잘 노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한 마디로 유쾌하고 가볍다. 글을 쓰는 것을 동경하며 많은 작법 책들을 읽어봤지만, 이처럼 현실적인 책은 처음이다. 작가라는 사명감이나 부담 없이 하는 말이기에 오히려 더 와닿는다. 그가 예찬(?)하고 있는 매체인 '블로그' 같다. 전문 요리 책에 나온 레시피는 따라 할 엄두가 나지 않지만, 블로거들의 레시피는 준비물도 간단해보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이 책도 '나도 한 번 써볼까?'라는 마음을 갖게 한다. 

저자인 김민식 PD는 가장 먼저 '나는 무엇을 할 때 즐거운가?'를 찾으라고 한다. 인생을 사는 즐거움은 재미에서 나온다며, 놀고 있는 자신을 한심해하지 말고 스스로 더 잘 놀도록 격려하라고 한다. 미래의 기회를 만드는 것은 '일하는 나'가 아니라 '노는 나'일 것이니 즐거운 일을 찾으라고.

'자신이 즐거운 일을 해라.'

사실 이 조언은 평범하고 뻔하다. 누구는 즐거운 일을 하고 싶지 않겠는가. 나의 문제는 즐거운 일이 없다는 거다. 뭘 해도 끈기 있게 할정도로 즐겁지가 않다. 삶에 대한 의욕이 없는 사람에게 즐기라니... 재미 있게 살라니.... 운동할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운동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것과 같은 경우다. 여기서 끝난다면 이 책은 아무 감흥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이 현실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 다음에 있다. 작가가 글쓰는 데에는 동기도 중요하다고 한다. 돈 얘기를 하면 천박하다는 얘기를 듣지만, 금전적인 동기도 글을 쓰는 데에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나 같은(즉, 자본주의의 노예) 사람에게는 가장 유혹적인 문장이었다. 돈을 쓰지 않는데, 사람들에게 인정 받을 수 있는 취미, 딱 내가 찾던 것이다. 

돈은 없는 데, 벌기는 싫다. 그러니 쓰지 않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막상 돈을 안 쓰려니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 여행을 간다고 해도 먹고 마시고 자려면 돈이 필요하다. 결국 경험도 돈으로 사는 것이다. 돈을 쓰지 않으려면 집이나 도서관에 틀어 박힐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저자는 '블로그에 글쓰기'라는 또 다른 돈 안 드는 취미를 알려주는 것이다. 심지어 이 취미는 돈을 벌게도 한다. 이 얼마나 실용적인 취미인가.

이런 마음으로 쓰는 글은 무거운 글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읽고 나서 세상과 사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인간에 대하여 탐구한다거나 그런 거창한 글들만 좋은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전할 뿐인데, 그런 소소한 일상을 흥미롭게 여기는 자세를 배울 수 있다. 풍요로운 일상을 꾸며봐야지하는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니 나도 한 번 써 봐야겠다.
마음으로만 그치지 않고 정말 내가 매일 쓸 때, 이 책은 최고의 실용서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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