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행복한책읽기 작가선집 2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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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소설은 읽다가 다른 일 때문에 책을 덮어야 할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그 책의 빛깔, 혹은 마지막 부분 어디쯤의 한 마디나 이미지가 온통 머릿속에 둥둥 울리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은 소설은 그런 상황에서도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혹은 평상시보다 더 잘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개인적인 기준을 적용시켰을 때 이 책은 매우 재미있으며 동시에 좋은 소설이다.

인간복제나 클론의 문제를 이런 식으로 다룰 수도 있구나 싶었다. 같은 인물을 복제한 한 무리의 형제들. 일란성 쌍둥이가 보여줄 수 있는 아주 특이한 예외적 현상의 확대와 심화, 그리고 보편화. 그런 설정 자체가 무척 흥미로웠고 그런 흥미로운 여러 설정을 헤치고 그런 복제적 상황(?-편의상.. 하하)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진정한 인간. 이 '진정한 인간'이 단순히 인간성만이 아닌 생식 능력을 갖춘 실질적 인간이라는 데에 주목해주길 바란다. SF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모든 게 신기할 뿐이지만, SF를 좋아하는 분들도 이런 건 좀 눈여겨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물질과 정신의 조화랄까 하는 것 말이다. 대개의 소설이란 것은 '진정한 인간'이랄까 하는 주제, 혹은 주인공을 가진 이 작품에 비해 얼마나 오직 정신적이기만 한가 말이다. 물론 오른쪽길로도 왼쪽길로도 목표에는 도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정신으로도 물질로도 궁극에는 어떤 같은 지점에 도달할 지도 모른다. 아니 도달은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잘 가면 같은 지점을 향해 가게 될 것이다. 다만 오른쪽길만이 유일하다 생각하거나 왼쪽길만이 유일하다 생각하는 것보다 두가지 다 길이며 두 길이 서로 통해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얼마나 현명한가. 게다가 아마 실생활에서는 한결 편리하기까지 할 것이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와 말하자면 이렇다. 한 쌍의 복제인간이 우연히 만들어낸 한 명의 자연인인 마크야말로 진정한 인간이며 그는 기술을 포기하고 진정한 인간의 사회를 일군다. 거기서 우리는 진정한, 다시말해 자연적인 생식을 통한 자연인에게 그러니까 진짜 인간에게서 진정한 인간성이 가능하리라는 메시지를 전달받는다. 달리 말하자면 한 쌍의 복제인간, 그러니까 진정하지 않은 인간들이 조금씩 진정한 인간성을 회복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자연인, 즉 진정한 인간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인간의 탄생은 진정한 사회로 이러짐은 물론이다.

육체와 정신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이며 무엇도 함부로 버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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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상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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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개화기가 지난 뒤로는 소설은 허구이고, 그러니까 지식보다는 뭐랄까, 그냥 뭉뚱그려 지식 아닌 다른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던 것 같다. 곰곰 생각해 보면, 이 책이야말로 지식이 중요하게 보여진 소설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다. (요새는 뭐.. 팩션이라는 말도 쓰지 않던가 말이다.)

나는 항상 소설을 좋아해서 소설이 재미있고 사람들이 소설을 좋아하길 바란다. 아직도 어떤 소설이 좋은 소설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한국 소설은 싫다는 생각을 나 역시 많이 해왔다. 물론 좋았고, 혹은 아주 좋았던 한국 소설도 많았지만. 소설을 쓰는데 필요한 지적 기반은 어느 정도일까도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다빈치 코드'는 재미없었다. 거칠기가 헐리우드 영화의 요약본에 버금간다고 말하면 조금 지나치겠지만, 책값이 아까울 땐 그렇게 과장해서 말하게 된다.

이 책은 매력적인 주인공에 좋은 소재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의 구조, 게다가 저자의 박식함까지 두루 갖춘 작품이다. 공부를 많이하고 성찰도 많이 한 사람이 대중적인 것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

이유야 어쨌건 이런 소설이 많아져서 즐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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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수산록
김원우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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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을 읽을 때는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잘못된 것인가, 작가가 잘못된 것인가. 아주 많이 읽은 사람은 아니지만 소설을 읽는 내 능력을 의심해 본 적은 거의 없었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일단 쓰는 어휘가 나와는 너무 다르다. 아주 우리말스러운 표현을 쓰지만 생소한 한자어가 끊임없이 튀어나온다. 게다가 어휘를 쓰는 방식과 아울러 문장 역시 생소하다. 대체로는 내가 생각하는 차분하게 우리말을 잘 쓰고 있는 문장이 맞는데 생소한 어휘들과 맞물려 어.. 이런 단어가 있나.. 어 내가 아는 이 단어, 혹은 낯선 이 단어를 이런 방식으로 문장에 쓰는 건가.. 싶고, 때로는 이렇게 써도 되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또한 이 책에는 사회학적인 용어가 시시때때로 등장한다. 그동안 보아온 대개의 소설은 개인의 내면을 기록하되 그 개인은 대개 사회학적 상상력이나 사회적인 개인 관심은 거의 없는 개인이었다. 혹은 사회적인 관심이 있되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개인이거나. 때로는 개인의 사회적 상상력과 관심을 작가가 의도적으로 차단하거나. 이 책의 주인공들은 거의 대학교수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마주치는 상황 곳곳에서 사회를 보는 자신들의 잣대를 꺼내어 휘둘러댄다.(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별 다섯 개 드렸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처음에는 정말 읽기 어려웠다는 말이다.

첫 작품을 넘어가며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나자 슬슬 재미가 붙는 것이  다른 일로 책을 손에서 놓으면 얼른 다시 읽고 싶었다. 물론 다시 읽기 시작하면 또 다시 적응하는데 좀 시간이 걸렸지만. 중년 부부, 중년 남자의 개인적인 사생활, 매우 개인적인 속내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고 이제껏 찾아보기 힘들었던 나이먹은 지식인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과 생각을 읽는 것도 색다른 재미였다.

낯설기도 낯설지만 한 번 읽고 한 손에 거머쥐기엔 만만치 않은 깊이와 무게와 넓이를 자랑하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고로 빌려읽는 건 무리고 돈주고 사서 한 번 읽고 다시 읽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책에 휘둘려 다니느라 구성이나 이런 건 신경쓸 여력이 없었는데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 소설에 이런 소설이 있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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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언 - 전3권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지음, 조영학 옮김 / 김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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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운명이 왜 이따위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어째서 나는 '다빈치 코드'라거나 '메멘토모리 죽음을 생각하다'같은 책을 돈주고 사고 '히스토리언'같은 책은 빌려 읽는단 말인가. 따지고 보자면 돈을 쓰는 내 습관의 문제라거나 책을 보는 내 안목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히스토리언은 사기에 앞서 빌려 줄 사람이 있었다든지... 기타 지갑 재정적 문제를 고려했을 때 이것은 아무래도 운명의 문제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그래도 읽었으니 크게 나쁘지는 않은 팔자일지도.

뭐... 이러니 저러니 할 것 없이, 몹시 재미있었다. 이건 물론 취향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지금 막 읽은 '장미의 이름'과는 또 무척 다르다. 어느쪽이냐하면 물론 '장미의 이름'이 더 복잡하고 섬세한 정보들로 수놓아져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또 소설적 재미가 남달라서 인물이 뚜렷하게 그려져서 그 인물들에 대해 빠져들게 한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할리퀸 로맨스의 긍정적 발전에 가까운 모습이 보인다고나 할까.

부담없이 읽히면서도 흥미진진, 읽고서도 후회없는 책이다. 좋은 글은 글쓰는 사람 자신을 발전하고 변하게 하는 글이 아닌가 싶은데, 이 소설이야말로 그런 경우가 아닐까 혼자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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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김열규 지음 / 궁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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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었다.

처음엔 조금 지나면 본론으로 들어가리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읽었고

중간엔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읽었고

뒷부분은 꼭 끝까지 읽어서 자신있게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겠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대학원 시절 아니 학부 시절에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최고는 원서, 다음은 번역서, 할 수 없을 때 국내서.'

그런 이야기가 왜 생겼는가 이해했다. 차라리 그냥 수필집으로 기획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각주없는 인문서는 또 참으로 새롭구나!

 

이책의 문제점을 대강 짚어보자면,

먼저 밀도가 없다. 문장은 매끄러우나 그 매끄러운 문장들이 담고 있는 내용은 별로 없다. 처음부터 밀도있는 책은 매우 어렵게 읽게 된다. 어떤 책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정보량이 늘어나며 열과 성을 다해 읽게 한다. 그러나 이 책은 한 권의 책안에 담긴 정보량 자체가 인문서라고 보기엔 너무 적다. 그렇다고 그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비슷한 이야기가 이런 저런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으며 별로 중요치 않은 예도 두 세번씩 나오곤 한다.

죽음론에 대한 책이라고는 했으나 우리나라에서의 죽음에 대한 풍습, 설화, 인식 등을 쉽게 이야기하고 거기에 개인적인 인상을 쓴 책에 불과하다. 풍습의 의미를 해석할 때도 어떤 근거와 자료를 정확히 제시하기 보다는 그저 자기 생각이 그렇다거나 그렇지 않겠는가 하는 정도이다.

저자의 시각이 매우 재미있다. 저자는 거의 무조건적으로, 어떻게 보면 본능적으로 한국 전통의 장례 의식이 사라져가는 것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죽음이 좀더 존중되어야 하며 따라서 장례 절차가 길고 복잡하고 힘겨워야 함을 주장한다. 불교적 색채는 철저히 우리 고유의 것과 분리해서 이야기하면서도 유교적 색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꺼내지 않는다. 아마 저자는 유교적인 것을 우리 고유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거나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하면 할수록 기분만 상하니 하지 않기로 하자. 

김열규 교수의 책은 학부때 숙제를 위해 부분부분 읽었을 뿐이다. 그래도 유명한 교수니 믿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책을 샀다. 나도 국문과 출신으로서 참으로 부끄럽다. 국문학계에 대해 불신 하나 추가다. 궁리 출판사에 대해서도 불신 하나 추가다. 편집자는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죽음론이라고 저자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 편집자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책을 기획, 편집했을까.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의심스럽고 궁금하다.

이 책을 산 돈을 벌기 위해 쓴 시간, 책을 읽느라 쓴 시간, 화를 참느라 노력한 시간, 계속 읽을까 말까를 고민한 시간. 다른 분들이 이런 시간을 쓰게 되지 않길 바란다.

남에게 아픈 소리를 하면 나도 언젠가 아픈 소리를 들을 것 같아 좋지 않았던 책에 대한 리뷰는 쓰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은 너무 심한 것 같아 두서없이 지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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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ee 2006-01-12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절대 공감입니다. 지금 읽고있는 중인데 왜 이 책을 괜찮은 인문서로 기억하고 있었을까? 의문이 일어 다른 이의 감상을 찾아보려고 들렀는데 역시 저만의 느낌은 아니었네요.

뿔란 2006-01-12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해주시는 분을 만나서 기쁩니다.^^ 죽음에 대한 좋은 책을 찾고 싶어서 검색하다 샀었는데 그만 이렇게 되어버렸어요.

icetomato 2006-01-14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죽음에 대한 책을 찾다가 이 페이지까지 오게 되었는데요,, 괜찮은 책 추천해주실 만한 게 있으신가요?

뿔란 2006-01-14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이 책에 혼나고 포기했어요. 그리고 '자살 - 자살의 역사와 기술, 기이한 자살 이야기'라는 새움에서 낸 책은 정말 재밌었는데 너무 무서워서 읽다 포기하고 비싼 책마저 버렸답니다. 무섭게 하려는 의도는 아닌 것 같은데 머리칼이 쭈뼛서더라고요. 정말 누구 죽음에 대해 좋은 책 아시는 분 없으신가요?

icetomato 2006-01-15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변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저두 무서운 책은 별로 달갑지 않으니, 그 책은 통과해야겠네요.
깊이가 있으면서도 너무 어렵지 않은 책을 찾고 있는데;;,,참 어렵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