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요네즈 - 제2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전혜성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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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김혜자와 최진실이 출연한 연극의 원작이다. 연극의 원작으로야 더할나위 없이 좋은 듯하다.

소설으로서는 그저 그렇다. 이 책이 나오고 연극으로 공연하고 할때는 희생적이고 헌신적이지 않은 새로운 엄마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고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아주 솔직하게(끔찍한 관계, 애증의 관계로) 그려낸 탓에 각광받았던 듯하다.

그러나 나는 아무래도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멤피스로의 화려한 외출"이라는 미국 작가의 소설과 비슷하면서 그 소설만 못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문학동네 신인상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요모조모 살펴봐도 최근 수상작인 천명관의 "고래"와는 비교도 할 수 없고 1회 수상작인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나 조경란의 "식빵굽는 시간"에 비해서 문장력이 떨어진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부모와 자식간의 애증은 진짜 작가가 겪었다, 사실 그대로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사실적이었고 그래서 지긋지긋했다. 심리묘사나 상황묘사나 끔찍할 만큼 리얼했다. 그러나 그 밖에는, 글쎄, 무엇이 있는가. 정말 신인이라는 생각이 드는 문장. 무엇보다 안 좋은 것은 나의 경우 결말이었다. 그래서, 엄마를 참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데, 어째서? 그 어째서가 전혀 설명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어째서가 빠진 이 작품은 그냥 넋두리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당시엔 남들이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면서도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을 속 시원히 털어놓아 좋은 반응을 얻었으나 이제는 그저 그런 소설. 소설이 소설 자체의 완성도를 지녀야 한다는 것, 어떤 보편적이고 항구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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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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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한국 소설을 읽은 것 같습니다. 사실 그동안에도 한국소설을 아주 안 읽은 건 아닙니다만. 제 머리 속에 한국 소설은 90년대 중반, 드디어 이광수로 시작하는 한국문학전집을 벗어나 나와 함께 살아가는 작가들의 작품을 재미있게 읽기 시작하던 때, 그때의 한국소설이 한국소설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저는 술을 먹고 고주망태가 되는 매일매일을 보내던 발랄한 20대였습니다. 

신경숙의 첫소설집 "풍금이 있던 자리"를 읽었을 때는 몹시 행복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작가가 있구나. 신경숙의 다른 단행본을 검색했지만 그때는 첫소설집이 막 나온 무렵이었기에 다른 책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첫 장편 "깊은 슬픔"이 나왔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었는데, 글쎄, 지금 읽는다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저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읽으면서 마음 한 구석으로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쓰는 재주는 있으되 작품의 가치는 글쎄다~ 라고 생각했던 거죠. 처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커서 다시는 읽지 않으리 신경숙, 뿌드득 이를 갈았더랬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 "외딴 방"이 나왔던 이야길 듣고 흥미가 동하고 "깊은 슬픔"이 내게 남긴 것과 같은 깊은 슬픔을 다시 느끼게 하진 않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지조있게 절대로 신경숙의 글을 읽지 않았더랬습니다.

해서, 실은 이 책은 책정리를 하던 선배 언니가 준 것인데 받고서도 한동안을 책장에서 굴리고 있었지요. 그리고는 나도 책정리를 할 욕심에(읽어보고 별로면 남에게 보내자는 것입니다.) 며칠전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아 그래서 신경숙의 글이 이렇구나, 내가 싫어했던 신경숙 글의 이러저러한 점은 사실 이렇게 이해해야 하는 거구나, 이런 삶을 살아서 이러저러하구나 했습니다. 그러니까 신경숙이란 작가를 그의 글을 좀더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생각해보면 이 작품의 주인공 '나'와 이 책의 독자인 나의 삶은 너무나 다릅니다. 제가 겪은 아픔과 '나'가 겪은 아픔은 너무나 다른 것이어서 서로 사정을 모르고 같은 공간에 함께 머무른다면 아마도 반드시 둘은 서로를 싫어할 것입니다. 서로가 하는 행동의 이유,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마음의 상처를 서로 전혀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어쨌거나 참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절대 이해할 수 없고 친할 수 없는 타입의 사람,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형성되는가, 그런 사람들은 왜 그렇게 되는가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고보면 싫어할 이유는 없고 다 약하고도 아름답고 애틋한 사람들인거죠. (이해관계만 얽히지 않으면 누군들 안 그렇겠습니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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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문학사상 세계문학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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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 100년 사상 최고의 국민 작가, 최대의 걸작이라는 문구를 제목 위에 멋스럽게 걸고 있는 이 책은 그다지 대단한 서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화자가 고양이라는 신선함은 첫 단락까지만 유효하다. 그 뒤로는 특정한 서사의 큰 줄기 없이 구샤미 군과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습고도 귀엽게 그려진다. 단락 단락 떼어 읽기엔 재미있어도 한 권의 책으로 통째 읽기엔 좀 지루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어떤 것이 훌륭한 소설인가, 웅장한 서사는 소설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문제는 다룰 만한 능력도 용기도 없으니 차치하기로 하자.

나는 세상을 우습고도 귀엽게 그린 것이 이 소설의 탁월함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라는 게 생각하는 자에게는 희극이고 느끼는 자에게는 비극이라고 했던가. 매우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화자인 고양이는 세상을 충분히 희극적으로 받아들인다. (그 우스움은 인간 세상에만 적용되지 않고 고양이의 세상에도 적용된다.) 그러면서도 책 속의 인물들은 모두 애정 어린 관심을 받고 있어서 곰곰 책을 읽다보면 어느 날 내가 스스로에게 느꼈던 그 우스움과 못남, 그리고도 스스로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갖는 따뜻한 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우습고도 귀엽게 여기며 절망했다가도 낄낄 웃어버린다. 고양이, 나쓰메 소세키도 그러하다. 구샤미 군이나 메이테이 군을 비롯한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러하다. 그것이 이 책이 드러내는 진실이며, 그 진실은 세상의 진실의 중요한 한 면이다.

 

고양이 주인 구샤미 군과 그 무리는 작품의 후반부에 이르면 다 함께 술을 마신다. 세상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뽐내고, 때로 세상 사람들에게 괴롭힘도 당하면서 세상을 피해 자기네끼리 웅숭그려 학문과 예술을 짛고 까불던 혹은 추구하며 나누던 우습고도 귀여운 그 무리들에게 잠시간의 평화가 찾아드는 것이다. 그것이 평화가 아니어도 어쩔 수는 없다. 우리의 화자 고양이 군이 남은 술을 마시고는 취해 물 독에 빠져 영원한 평온을 찾아가니까.

 

이 마지막 부분에서 문득 청산별곡이 진정 고려가요의 백미이며 민족의 절창임을 다시금 느꼈다.

 

가다가 가다가 드로라 에졍지 가다가 드로라

사슴이 짐ㅅ대예 올아셔 해금을 혀거를 드로라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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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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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렇지도 않은 쳑하는 단단한 문장, 논리적이고 물샐 틈 없는 구성, 이렇게 이렇게 진행되리라 생각하지만 긴장감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 사건 전개 등 작품의 훌륭한 점은 대단히 많다.

그리고 읽으면서 우리의 인생도 이렇게 감금과 반항,반항 속에 어느새 자신만 모르게 깃들인 체념과 순응, 이런 것들이구나 생각하게 한다. 어찌 보면,인생의 본질을 말한단 말이지 흐흥, 하고 코웃음치게 만들기도 한다.

별 다섯 개를 줄 수밖에 없을 만큼 재미있으면서도 의미있는 좋은 작품인데 작품으로서의 훌륭함으로는 티를 잡을 수 없는데, 그런데, 주제가 뻔하다는 점. 그점이 좀 섭섭하다. 아니 주제가 뻔한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그 주제가 너무 쉽게 잡힌다는 점이 섭섭한 건지도 읽을수록 어엇,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거지?하는 놀라움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섭섭하다. 작품이 좋기에 더 섭섭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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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
로버타 진 브라이언트 지음, 승영조 옮김 / 예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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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에 대한 이론과 글쓰기의 기교, 수사법 등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는 절대 비추이다.

 그런 것들과는 상관없이 글쓰기가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꼭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경험을 가진 지도자답게 저자는 글을 지속적으로 쓰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아주 잘 짚어낸다.

게다가 그런 짚어냄은 아주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아 절로 웃음이 터진다.

 

나로서는 정말 감사한 책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읽는 동안 내내 마치 나를 위한 책인듯, 잘 아는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따뜻하면서 따끔한 충고를 받는 기분이었다.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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